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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매기삼거리에서 Nov 01. 2021

33년 안식년

환갑 예찬 - 7화

올해 60년만에 새로이 돌.

33년 열일 씽씽 고.

헤아려 보니 88년 LG 입사 이래  쉰 적 없네.

97년 사직서 던진 해도.

애가 한 살, 세 살이었으니 뭐.

어무이 모시고 마눌, 나까지 다섯 식구.

것다가 장남이라 6형제 큰일 챙겨야.

작년까지 업종 여섯, 품목 수 오륙천, 수입 구매 영업, 도매 소매,  오프,

 브랜드 내 브랜드, 월급 받아보고 줘도 보고, 성공도 실패도...

별일, 별별 사람, 별의별 사건.

근원은 돈.


이번은 돌잔치 없는 대신에 돌 아이처럼 일 처음 완전 손 떼고 안식 휴가.

기왕 안식년 화끈하게 넋 놓고.

산속에 자연인처럼.

지금 못 하면 칠팔 십 되어도 그럴 거 같고, 죽어서야 말 그대로 넋 놓고 안식할 거.


마침 코로나 팬데믹이라 여행은 민폐, 국폐.

위기는 기회!

육신과 마음의 고향 봉산 봉천 뿌리까지 파보고 있소.

세상에 이런 일이.

아기 돌잡이처럼 그 작은 세계에 신기한 거, 새로운 거 불쑥 불쑥.

 

도시 자연인 이거 쉬운 거 아니라오.

난들 걱정거리 없겠소.

산 자연인과 달리  끼니 지을 걱정 없어 시간 남아돈다오.

놈팽이 체질 아닌데다 아직은 준청년 체력이니 매일이 까딱하면 시간 고문일 수 있소.

승질머리도 돼지털처럼 빳빳 여전하고.


언뜻 글쟁이로 가볼까, 쬐그만 거 해볼까 살살 키워볼까, 알바할까,

섞어볼까, 안식 한 해 더 할까 까까까까.

안돼!

넋 놓고 안식!

자연인!

들뜨려는 마음 얼른 다잡고.


근데 어떤 놈이 국민연금 쥐띠 다음에서 단칼에 짜른 거여.

3년 늦추더라도 완충 계단은 뒀어야지.

놈 띠가 쥐 아니면 쥐 같은 놈일세 그려.

원래대로면 훨 낫겠구먼

스가발, 2년씩이나 더 기둘려야.


친구들아. 은퇴하면 새로이 동무하자.

어깨는 해봤으니 이번엔 다리 동무.

봉산 봉천 고향 산천 산책하자.

옛 기억의 그 산 그 천 아니어서 나도 깜놀 깜놀.

안내는 내가 함세.

나가 거기 구신 아닌가.


그러고 보니 명함 하나 파야것다.


No OO


ㅡ숲 해설가


참나무학과 교수

봉산뫼 박사 학위

봉산 석사 학위

치악산 학사 학위


ㅡ천 해설가


봉천학과 교수

봉천 발원 박사 과정

봉천 지류 석사 학위

봉천 학사 학위


ㅡ저서


봉산 이야기

봉천 이야기

환갑 예찬 등 다수



하하하하




ㅡㅡㅡ




어제 봉산 줄기 아부지 어무이 산소 갔다.

 사진 보니 눈물 줄줄.

혼자 가서 한참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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