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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매기삼거리에서 Nov 16. 2021

고목의 영혼

영혼의 시를 한 편만이라도


논리로 쓰면 머리로 이해하고

마음으로 쓰면 마음을 열고

영혼이 쓰면 혼을 깨운다


이게 참이라면


나는 껍데기

60년 묵은 나무 껍데기

껍데기는 가랏


아님 뽀개기라도

아님 구멍이라도

영혼 숨이나마 내쉬게


어린 영혼은 순수했는데

청춘의 영혼은 자유로웠는데

삶에 거칠어진 껍질에 갇힌 내 영혼


새로이 한 살이어서

어린 영혼, 청춘의 영혼 불러보지만 대답을 않네

고목 되면 속 텅 비어 껍질만 남을 터인데




ㅡㅡㅡ




희망은 있다

봄이 오면 새싹 틔우려니

무성한 고목도 있다


유념 유상 무념 무상

정신줄 놓지 않고 기다림이 순리인 듯

껍질 없는 나무는 없으니까


앗, 그러고 보니


껍질과 나무가 한몸이었군

껍데기와 다르게 껍질은 소중한 거로군

영혼은 껍데기에 갇힌게 아니었군

고목 그 자체였군


그렇다면


영혼은 고목처럼 나이와 상관 없이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 연속하는 것

순수 영혼도, 자유 영혼도

삶의 생존경쟁에 밀려 뒷전이었을 뿐


허긴 웃고, 울고, 슬픈 건 선한 영혼이었어

허긴 현실이 갑갑하고, 새 길을 택한 건 자유를 갈망하는 영혼이었어





ㅡㅡㅡ





그렇다면


순수 영혼, 자유 영혼은 억지로 불러낼 일 아니다

늘 살아 숨쉬며 대기하고 있었던 것

새싹처럼 피어나도록 도와야 하는 것


그러려면


지혜보다 성찰이 필요한 거 아닐까

배움은 덜고 깨쳐야 하는 거 아닐까

마음을 정결히 해야 하는 거 아닐까


나이드니 지식과 경험이 뇌에 꽉 들어차 자꾸 논리로 흐른다

마음은 열려 애쓰는 중


시작이 반이면 관심은 시작의 반

부정은 모래알도 못 들지만

긍정은 산도 옮긴다


오, 내 영혼의 시를 단 한 편만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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