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매기삼거리에서 Aug 27. 2021

마사토 100고개길

북에서 남으로 치악산 줄기 허리쯤에서 서쪽으로 슬며시 따고 내려와

봉천내 코앞에서 멈추어선 봉산뫼

그 산길이 100고개길입니다


마사토

화강암이 풍화되어 생성된 흙이라고

보면 굵은 모래로 눌려서 단단 치밀

깊이로는  선 삽으로 팍팍 찍어서 박박 긁어 파야합니다


돌이 되지   모래

그래서일까 눈물 흐르듯 배수가 잘되고

세균이 거의 없어 학교 운동, 애완견용 야외 바닥, 식물 화분의 흙으로 사용합니다


마사토 땅은 묘자리로 으뜸입니다

관 놓을 자리를 깊이 파면 석관의 형상 

사자의 방인 셈이지요

살은 썩어 빗물과 함께 바닥으로 씻겨 내리고, 물 고이지 않으니 뼈는 검게 썩지 않고 백골 되어 백년 천년 살지요


100고개길 온산은 마사토나 황토랍니다

산 정상이 봉산뫼이고 기가 20고개

북쪽 능선을 타고 40고개 60고개가 이어집니다

그러다 방향을 동으로 틀어 80고개 100고개에 오르면 눈앞에 치악산이 성큼 다가옵니다


 아래로 봉천내가 흐르죠

큰비는 120여 미터 폭을 꽉 채우고 주차된 차가 떠내려 갈 정도 강으로 변합니다

1976년인가 태풍은 상류 둑을 무너뜨렸고 돼지들이 두둥실 실려 왔어


봉산뫼와 내 사이에 가매기 삼거리

삼거리에서 동으로 강릉, 북으로 춘천 

200여 미터 거리 아랫 삼거리에서 으로 제천과 충주, 서로 여주길이 갈립니다

고속도로 생기기전에는 영동,영서, 충청, 경기로 향하는 유일한 갈림길

그러니 전쟁이 있던 삼국시대부터 거고 천 년 훌쩍 넘은 거지요


가매기 삼거리 우리집 맞은편에 강씨네가 살았습니다

1960년대 강씨 아저씨는 통장이었고 20고개 40고개 60고개를 처음 개척했습니다

80고개 100고개는 근자에 원주  둘레길을 만들면서 덧붙인 거 같아요


배산임수

그게 가매기 삼거리랍니다

게다가 마사토

그러니 산줄기 일대가 묘자리 명당입니다



ㅡㅡㅡ



조선 성종은 복란공주를 낳고 무척 기뻤답니다

여봐라, 태 묻을 자리로 어디가 좋겠는가

그래서 정한 곳이 태장동


태 항아리 묻으려고 육조판서 모두가 가마에 오르고 도착한 곳 가매기삼거리

삼거리부터 시내에 있는 강원감영까지는 누구라도 가마에서 내려 걸어야 한대서 가매기


육조판서는 산으로 가야 하니 가마에서 내리지 않고 삼거리에서 동쪽 샛길로 들어섰고 그게 육판길

좌로 바위산이 있어 쉬며 바둑을 두었다 하여 육판바위


눈치채셨나 모르지만

육조판서면 지금 정부 각료 총출동

한양서 원주면 노친네들 가마 타고면 열흘여

세상에나

공주 태 묻는 행사하려고 왕복 스무날 정사를 때려치다니

곱게 보면 성종이 공주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태평성대라는 짐작합니다



ㅡㅡㅡ



코로나로 해외 여행 못 가고

국내 여행은 맨날 거기가 거기

100고개길 함 오셔요

저처럼 육조판서 되어 자연을 즐겨 보세요

보현사 근처 주차. 샘물 한모금하고 출발

봉산뫼 정상 20고개까지 200미터 10분여. 반대편에서 오르면 20분

거기서부터 능선 타고 100고개

100분여

차 가지러 왕복 4시간 정도

하나도 지루하지 않아요

산은 갈 때 올 때 다르잖아요


반으로 줄이면 60고개까지만

판서 되고 싶으면 육판길

60고개에서 하산해 인도로 쉬엄 터벅

시골 정취는 덤


이제 아셨죠. 왜 100고개인가

고개 수는 아무리 봐도 100개 택도 없더라구요

가벼운 운동 겸 산책으로 엑셀런트



ㅡㅡㅡ



안내요?


브런치북 '살어리오'에 써두었습니다

글이 있는 산책로

숲의 비밀 캐보고 식생과 대화도


맛집요?


제 가족 모이면 늘 가는데

주차한 보현사샘에서 차로 10분 거리

젤 자주 선진정육식당

우돈계어 식사 순입니다


아리랑숯불갈비ㅡ제비추리, 아롱사태, 된장찌개, 누룽지

선진정육식당ㅡ숙성 삼겹살, 백김치

호반닭갈비원조ㅡ치즈 닭갈비, 볶음밥, 우동사리

대복추어탕ㅡ추어탕, 돌솥밥, 추억의 비름나물


안흥순대집ㅡ순대국밥. 국물 하루 푹 고아서, 테이블 셋

바다손칼국수ㅡ칼국수로 건물 올림

덕곡막국수ㅡ아마 천연 양념


관광 홍보 아닙니다

많이 오면 아끼는 저의 자연이 망가지거든요



ㅡㅡㅡ



얘기가 이리저리 튀었습니다

처음 마사토요

땅 파지 않아도 산책로에서 쉽게 발에 밟힌답니다

부엽토 되려다가 빗물에 씻겨 거뭇하거나 황토로 붉게 물든 모래


100고개길은 고향이 제게 선물한 보석입니다

세상 단 하나뿐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