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매기삼거리에서 Sep 21. 2020

나무가 보기에


나무가 보기에 
사람은 왜 저리 힘들게 움직일까
먹고 사는 건 같은데
때 되면 해 떠오르고 비 내리면 충분한데
여름 한 달 겨울 몇 달 비 안 와도 되는데
사람은 왜 먹을 걸 쫒아다닐까
왜 끼니마다 먹어야 할까
이제는 차, 배, 비행기로 달리고 날기까지 한다
사람은 얼마나 불편하고 위험할까

새끼 치는 건 또 어떤가
꽃 피우면 알아서 벌이 찾아와 중매서 주고

땅에 수없이 많은 씨를 떨어뜨리면 바람에 겨 자리잡고 자라는데
사람은 쫒아다니고, 사랑한다 하고는 쌈박질 하고,

달랑 하나 둘 많아야 몇 낳아서는 일일이 멕이고 재우고 입히고 가르치고
것도 부족해 죽을 때까지 간섭해대고
것도 모자라 죽은 후에도 때 되면 밥 해주고 절 해주길 바라고
사람이 얼마나 바보 같을까
그런 생각조차 필요 없으니 뇌마저 없는 걸 거다

그러니
사람보다 나무가 영리한 거다.
머리 없이도 훨씬 더 똑똑한 거다
뇌가 있으면, 클수록 어리석은 거다

동물은 식물을 먹어야 사니 식물이 진화적으로 먼저일 게다
먼저 유리하게 터 잡은 거다
동물의 뇌는 에너지를 가장 많이 소모하니 생존에 불리할 거다
늦은 만큼 대가를 치루는 거다
지하철 처음 타면 편히 앉아 가고 만원이면 간신히 낑궈서 서서 가듯이

이러니
자연에서 사람은 가장 편한 듯 가장 불편하다

가장 영리한 척 가장 어리석다

헛똑똑이

산에서 커다란 나무를 보면 자꾸 이런 생각이 든다.
나무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말이다

이전 19화 산문선 운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