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산이오
긴히 할말 있어 나섰소
태고에 솟은 이후 처음이오
산까지 와서 무에 그리 바쁘시오
우리 대한민국이 반만 년 역사 이래
UN이 공인한 선진국에다가
BTS, 기생충, 오징어 게임...
세계인이 열광하는 문화 선진국 되었구만
산 문화 후진 건 한결같으니 내가 다 부끄럽소
나와 싸우러 온 건 아니잖소
헐떡 뻘뻘 빨리 빨리 정상 정복이 전부라니
그러다 골절, 절벽 추락에다 사지 심장에 마비까지
나 학대하러 아니잖소
꺾고 파고 먹고 버리고
그러니 더러븐 상흔 여기저기
일껏 민둥산을 숲으로 일궜구만
산행 백 번한들 내가 누군지,
누구랑 어찌 지내는지 도통 관심 없지 않소
세계 유일 세기의 기적이구만
정작 한국인은 가치를 모르잖소
치솟은 산 아니어도 차 몰지 않아도
주위에 산 쌔고 쌨소
하나같이 60년 묵은 자연 정원
모두의 것 즉 당신의 것
꼭대기 아님 어떻고 반 시간인들 문제될 건 무엇이오
오가는 길, 골목, 담장 너머가 다 구경거리에 심폐 운동 다리 운동
코로나19 한탄 말고 어느 산이든
쉬엄쉬엄 거닐면서 나랑 내 식솔들이랑
눈도 맞추고 대화 좀 나눕시다
ㅡㅡㅡ
저런, 몰랐소
얼마나 갑갑하시었길래
뜻 받잡아 사람들에게 산 문화 선진국 운동 제안해 보리다
줄여서 산문선 운동
행동 강령 단순하게 둘
산즐 산느
1.산은 즐기는 거
2.산은 느긋하게
하나 보탠다면
3.상하좌우 두루 보기
어학사전
등산 : 윤동이나 놀이, 탐험 따위의 목적으로 산에 오름
산행 : 산길을 걸어감
산책 : 느긋한 기분으로 한가로이 거닐음
등산보다 산행보다 산책해보자는 말이외다
혼자라면 더욱 좋소
혹시 아오
찬찬히 살피다 보면 시인 될지
사색에 잠기다 보면 철인 될지
님이 누구든 건강은 기본으로 챙기리다
ㅡㅡㅡ
고맙소
나 콱 믿어도 되오
나가 누구요
산 아니요 산
늘 그 자리를 지키고
모든 걸 품는
주기만 하고 받을 줄 모르는
어머니 같은 산
기대해 보리다
산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