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다 시애틀

고객 관리

by 가매기삼거리에서


■ 착하다



어제 비 내리는 이른 밤

부부

초등생 아이가 말하기를 할아버지가 너무 친절하다고.

남. 몇 번을 그러길래 와 봤다고

두 분 오셔서 이거 보실래요

팻말을 크게 읽어 준다





진심입니다

녀. 아아!

외마디


어린아이일 거다. 친절하다, 재밌다라는 표현을 몰라서 그랬을 거. 내가 착하지는 않다. 장삿속도 있고. 이 나이에 그런 말 들으면 곤란하다


녀. 엄마가 비는 거 봤다고.

네?

여기 같은 아파트라 안다고. 눈치 살피니 여고생 자매 절도건 말하는 거. 다행히 얼굴만 아는 사이. 나 말고 범인 가족에게 다행. 이럴까봐 내밀히 면담하고 끝내려했구만. 오죽하면 빵집 사장이 궁금해서 일부러 옆에 왔는데도 말이 안 들렸다고. 알바 면접 보는 줄 알았다고

그런데 부모가 매장 찾아와 고래고래 앤드 행패. 경찰 출동. 온동네 광고

조심스럽다. 가게 소문 안 좋게 날 수도

아이들 못 오게 할 수도

덧붙인다

웬만해선 경찰 신고 안 한다

부득이 한 거다. 신고할 만한 이유 있다, 프라이버시라 말 못 한다

애들이 장난 삼아 훔칠까봐 걱정이라고

No!

요즘 아이들 어른보다 더 철저하다

천 명에 한 명 극소수가 훔친다

그마저 함부로 경찰 신고 안 한다

절대 다수는 착하다

자체 통계, 사례 들어 상세히 설명

부도 모도 안심한다


인기 상품 300원짜리 게메즈 에낙 두 개 증정



● 명제



ㅡ 아이에게 친절은 배신하지 않는다 ㅡ


부모 사랑은 별개



ㅁ 친절하면 말을 건다. 무인 매장에서 역으로 주인에게 과잉 친한 척하는 초딩, 중딩 있다

경계

훔치고서 들켰는지 확인하는 걸 수도

받아주면 아직 안 걸린 거니까 불안 해소

범인이 현장 찾는 심리



■ 씨애를



부부


쫀드기 종류별 여럿 고른다.

대를 이어 장수 상품 추억의 쫀드기랍니다. 젊은 사람들도 잘 사갑니다.


미국서 일주일전 왔다고. 씨애틀 20년.

앗 기회닷! 검증하자

여기 이거 좀 보세요





읽더니 과연 그렇다, 흑인 교육 못 받는다, 훔치는 게 아니라 강도. 열린 문과 열고 들어가는 것 죄가 다르다고.

인류 역사 이래, 두 분 나이가 있으니 이런 말 해도 되겠죠, 창녀와 도둑은 있었다. 무인 매장은 문명이래 최고의 문화 생활을 즐기는 거. 현재 세계 유일, 앞으로도 세계 유일. 손님 각자 각자가 훔치면 안 된다는 룰을 지키기에 가능한 거. 그래서 각각이 주인공. 무인이라 인건비 안 드니 싸게 사고.

고개 크게 주억 주억

이거 베낀 거 아니다, 제가 발견한 거라고 자랑질

은 아니고 어디에고 없는 거라고

무인 매장이 근래 생겨서 사회 문화적 배경과 의미 아는 이 없다고

사진 찍으세요. 교민들에게 이거 알리세요. 고국의 미래는 밝다고

스맛폰을 카페에 두고 자리 비우면 깜짝 놀라는 미ㆍ유럽인인데 무인 매장은 그거 백 배, 천 배 놀라운 일일 거라고. 뒤집어질 거라고.

여가 사진 촛점 맞추며 최대한 화면에 꽉 차게 찍는다

남은 여기 남고 녀는 미국 돌아간다고

전에 일본 녀 연세대 유학생도 인정했다. 글자 못 읽는 사람 많다고.

이런 매장 없다고


게메즈 에낙 순한 맛, 매운 맛 하나씩 증정


맛나다고 꼭 사라고 해서 왔는데 못 찾겠단다. 들어보니 마침 게메즈 에낙.

안내하고 다량 필요하면 여기 진열대 상단에 쌓아두었으니 박스째 사면 편하다고. 지금 사라는 거 아니다, 미국 갈 때.


게메즈 에낙은 당 매장 두 번째 인기 상품.

첫 번째는 단연 설곤약. 600원.

둘 공통점. 외국산. 가격이 국내산은 도저히. 원료 수입해야지, 인건비 비싸지 두 배나 세 배 값 받아야. 선진국 등극의 대가. 난 먹어본 적 없다. 특히 중국산은 먹거리라서 꺼린다. 포장 뜯기까지만.



입맛은 여전히 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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