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상태가 아니라 태도에서 나온다.
TED 영상을 찾아보던 중, 명상 전문가 '앤디 퍼디컴'과 불교승 '마띠유 리카드'의 영상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앤디 퍼디컴은 수련을 위해 불교승이 된 적이 있고, 마띠유 리카드는 불교승이 되기 전에 프랑스 파스퇴르 연구소의 분자생물학자였다고 합니다.
같은 듯 다른 두 사람이 말하는 '행복'에 대한 정의가 다른 듯 같다는 점이 재미있었습니다.
그래서 둘이 말하는 행복을 하나의 글에서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고, 스트레스 속에 살고 있는 (필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훈련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 작성했습니다.
글을 다 읽은 뒤에 영상을 보셔도 좋고, 영상을 보신 뒤에 정리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글을 읽으셔도 좋습니다.
모두에게 각자의 일이 있고 우리는 그 안에서 크고 작은 성취감이나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갑니다.
그런데 '일'이 내 삶을 대변할 수 있나요?
많은 사람들이 부지런하고 바쁘게 살기 위해 노력하고, 쉬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필자 역시 한 때 쉬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습니다. 항상 '일'을 해야 마음이 놓였고, 심지어 노는 것조차 '재미와 스트레스 해소'라는 척도로 평가했습니다. 그렇게 놀고 난 뒤에 재미가 없었다고 판단하면 그 시간을 무의미한 시간으로 치부했습니다. 때문에 '아무것도 안 하고 쉬기만 하는 시간'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살도록 만들어진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각자가 하는 일 역시 그것만으로는 평가할 수 없는 것이죠.
하지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갑니다. 큰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중요한 면접을 앞두고 있을 때뿐만 아니라 단순히 점심으로 뭘 먹을지, 오늘은 어떤 티셔츠를 입을지 조차 우리에게 스트레스를 준다고 합니다.
최근 하버드 대학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는 인생의 약 47%의 시간 동안 생각에 빠져 헤맨다고 합니다. 인생의 거의 절반을 행복하지 않은 채 헤매는 것이죠.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바로 불행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고 합니다.
우리는 이렇게 우리의 '마음'을 힘들게 합니다.
하지만 우리 마음은 무엇보다도 값지고 소중한 자산입니다.
내 마음이 나를 행복하게 해 주고, 집중할 수 있게 해 주고, 안정적이게, 창의적이게, 또 남을 배려할 수 있게 해 줍니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마음을 돌보는 데 우리는 따로 시간을 내지 않죠. 신체적 건강을 위해서라면 일부러 시간을 내어 운동을 하지만, 정작 훨씬 중요한 것은 놓치고 삽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런저런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복을 외부에서 찾으려고 합니다. 행복해지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을 갖출 때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 것이죠(쉬지 않고 일만 하려는 사람들, 과거의 필자가 그렇습니다). 그러나 이 문장 자체가 이미 행복이 파멸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합니다. 수많은 조건들 중 하나라도 놓치면 행복이 무너진다는 뜻이니까요.
우리는 일이 잘못될 때도 외부에서 해결책을 찾으려 합니다. 그러나 외부세계에 대한 우리의 통제력은 제한되어있고, 일시적이며, 종종 허상에 불과합니다.
동일한 외부 조건을 행복이나 고통으로 해석하는 것이 바로 마음이 아니던가요?
명상이라고 하니까 향을 피우고, 바닥에 앉아서 고요한 음악을 들어야 할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아요. 명상은 진통제가 아니라 예방약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명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생각을 멈추고, 감정을 제거하고, 마음을 억지로 조절하는 게 아닙니다.
이렇게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서 생각을 좀 더 명확하게, 객관적으로 보는 겁니다. 수많은 생각과 감정들이 오가는 것을 그저 '바라보는' 거예요. 이러한 것들을 판단하지 않고 느긋하게 집중하면 됩니다.
딱 10분 동안만 아무것도 하지 말아보세요.
카톡도 보내지 않고, 뭘 먹지도 않고, 과거를 회상하지도 않고, 미래를 계획하지도 않은 채 (심지어 떡볶이를 먹고 싶다는 생각도 미뤄둔 채) 가만히 있는 겁니다.
물론 우리는 평소에 이런 행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마음이 놀라서 조금 혼란스러울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런 마음에 동요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어쩌면 계속 머릿속을 맴도는 걱정거리 하나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그 걱정거리를 보면서 걱정을 하고, 또 그 걱정에 대한 걱정을 합니다. 어릴 적 이빨이 흔들릴 때, 아프면서도 계속 혀로 건들고 "음... 아프군..."을 반복하는 것처럼 우리는 걱정을 반복하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러지 말고 그저 내 마음을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면 됩니다.
그렇게 하면 늘 보이는 대로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거예요. 그리고 우리 삶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을 다 바꿀 수는 없어도 그 일들을 대하는 방식, 나의 태도를 바꿀 수 있게 됩니다. 그것이 명상의 잠재력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과 쾌락을 혼동하기 때문에, 행복이 아닌 고통을 향해 돌진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쾌락'이란 시간, 장소, 대상에 의해 좌우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 자체로 영원불변하지 않죠. 초콜릿 케이크를 먹을 때 첫 접시는 정말 맛있게 먹을 수 있지만 두 번째는 첫 번째만 못하고, 나중에는 넌덜머리가 나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아무리 좋아하는 음악이라도 24시간 그것만 듣는 것은 힘들겠죠?
'행복'이란, 깊은 평온감과 충족입니다. 모든 감정적인 상태에 걸치는 것이며 그 기저를 이루는 상태라고 합니다. 한 사람에게 닥칠 수 있는 모든 기쁨과 슬픔을 포함해서 말이죠.
파도를 예로 들어볼까요? 해변에 부딪히는 파도를 상상해보세요. 파도의 아랫부분은 바닥이나 딱딱한 바위에 부딪힐 거예요. 반대로 윗부분에 있다면 한껏 들떠있겠죠. 이렇게 들뜸과 침울함 사이를 오갈 뿐, 깊이라고는 없습니다.
이번엔 심해를 상상해보세요.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처럼 고요할 때도 있고, 폭풍이 휘몰아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아래는 변하지 않은 채 언제나 깊게 존재합니다.
이렇듯 행복(well-being)이란, 의식의 존재 양식이지 단순히 순간의 감정이나 느낌이 아닙니다.
이는 인지과학으로도 증명된 바 있습니다. 인간의 뇌가 고정된 것인지, 그렇지 않은지를 알기 위해 진행한 실험이 있습니다.
1만 시간 이상 바이올린을 연주한 바이올리니스트의 뇌를 보면 손가락의 움직임을 통제하는 부분이 많이 달라져 있다고 합니다. 연습을 거듭함에 따라 시냅스 연결이 한층 강화된 것이죠.
이번에는 같은 실험을 '인간성'이란 척도로도 진행했습니다. 명상가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죠.
실험자들은 그들에게 '마음속의 다른 것들은 모두 지우고, 자애심만 남은 상태로 만들어달라'라고 요청했다고 합니다. 명상가들 역시 처음에는 대상을 두고 연습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 불쌍한 사람들을 떠올리면서요. 그러다 놀랍게도 나중에는 자애심만이 만연한 상태가 되었다고 합니다.
마음 수련은 사치가 아닙니다. 영혼의 비타민 보충제도 아닙니다.
명상을 할 때 향을 피울 필요 없습니다. 바닥에 앉을 필요도 없습니다.
하루 중 10분만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 지금 이 순간과 익숙해지시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면 삶에서 집중력(focus), 차분함(calm), 명확함(clarity)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위 글은 TED 영상을 보고 작성하였으며 추가적인 설명과 필자의 사견을 더하였습니다.
참고
○ "All it takes is 10 mindful minutes." -Andy Puddicombe (TED 영상)
○ "The habits of happiness." -Matthieu Ricard (TED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