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하하 - 7월 12일 화요일

하루에 글 하나씩

by 설규을

1. 대한민국 남자라면 가야하는 곳이 있다. 군대이다. 병역의 의무는 행하러 갈때의 심정은 정말 참담하고 쓸쓸하다. 하지만 귀찮지는 않다. 진짜 귀찮은 것은 군대 1년반 넘게 다녀오고 예비군을 가는 것이다. 오늘이 그 예비군 날이다. 세상에서 가장 무기력한 날이다.

2. 학교에서 학생예비군으로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4일간 버스를 빌려서 예비군 훈련장까지 수송해준다. 아침 6시에 깨서 8시에 맞춰서 버스가 정차된 곳으로 걸어갔다. 학교에 숨어있던 수 많은 군필자들이 군복을 입고 버스쪽으로 걸어갔다. 버스를 타고 훈련장까지 가는데 마치 입대하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실제로 입대하지 않고 예비군인 것이다. 오늘이 끝나면 군대꿈을 꿀 것 같기도 하다.

3. 예비군은 총 8시간이다.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중간에 점심시간 1시간이다. 그동안 코로나때문에 예비군을 진행하지 않았고 20년도 예비군 대상자, 21년도 예비군 대상자들은 온라인 교육 이수시 2시간씩 예비군 훈련을 면제 받는다. 그리고 헌혈도 하면 1시간 면제를 받아서 분명 다 같이 시작했는데 누군가는 4시간만 하고, 누군가는 8시간씩 예비군을 해야한다. 나는 첫 예비군 이기에 꼼짝 없이 8시간 예비군을 했다. 예비군을 다녀온 사람들은 다 말하듯이 예비군에 가면 "공격력도 0, 방어력도 0"이 된다고 했다. 과연 나도 그랬다.

4. 하지만, 나는 예비군 훈련번호가 301번이었다. 이 번호는 분대를 10명으로 쪼개도, 15명으로 쪼개도, 12명으로 쪼개도 분대 내에서 맨 앞자리 번호였다. 그래서 설마 했는데 분대장 견장을 주더니 나보고 분대장을 해야한다고 했다. 군 생활내내 분대장을 했는데, 또 다시 분대장이라니. 분대장인 나는 계속 소리쳐야했다. 물론 대충 소리치고 거기에 있는 간부님들도 대충 봐줬지만, 그래도 나름 열심히 말했다. 다 하고 나니 파리바게트 머핀 빵과 포카리 스웨트를 줬다. 이딴 걸 주나 싶어서 한입 먹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학교로 복귀하는 버스에서 다 먹었다. 그리고 저녁으로 친구와 같이 커리를 먹었다. 예비군을 하고 나니 몸에 땀이 흠뻑 젖었다. 열심히 해서가 아니라 예비군들이 입는 옷은 무조건 사계용이다. 하계용을 주면 예비군을 가을이나 겨울에 하면 춥기 때문에, 사계용을 준다. 사계용을 주면 여름에는 더워도 옷을 벗어서 버티면 되지만, 가을이나 겨울에는 괜찮기 때문이다. 그렇게 지쳐 쓰려져 잠들었다. 생일 전날 예비군이라니 정말 싫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프로젝트 하하 - 7월 11일 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