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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규을 Oct 20. 2022

대천 여행기

여자친구,두발횟집,아버지

 그런 곳이 있다. 어렸을 때부터 방문한 맛집. 대천에는“두발횟집”이라는 곳이 있다. 내가 초등학교때부터 간 곳으로 약 15년이 넘었을 것이다. 우리 가족은 “두발횟집”을 최소 1년에 한번씩은 꼭 갔다. 가서 새해를 기념하며 먹고 나서 돌아오는게 우리 가족의 전통 아닌 전통이었다. 나는 그 전통을 마음에 들어했다. 누나들이 자신들의 반려를 찾으면서 부모님이 매형들과 “두발횟집”을 방문했다. 우리 가족끼리의 전통에 가족이 될 매형들이 들어온 것이다. 그만큼 소중한 사람들과 오는 곳이다.

 여자친구가 10월 초에 생일이라서 선물은 다 샀고, 음식을 어디로 가서 먹을까 고민하다가 대천의 “두발횟집”이 생각났다. 꼭 이 가게를 데려가고 싶었는데 이번이 마침 기회인 것 같았다. 나도 운전에 재미를 붙인 참이었다. 연휴도 길었다. 나에게 “두발횟집”은 미슐랭 3스타이다. 찬사이기도 하지만 과장도 아닌게, 미술랭 3스타의 의미는 이 가게를 가기 위해 해외여행을갈만한 정도의 의미이니, 나에겐 비슷하다. 맛집이 아니라 이 맛집을 가기 위해서 여행을 갈만한 정도의 대단한 맛집이다.

 운좋게도 점심 예약을 잡았고 10시쯤 출발하여 12시 반쯤에 대천에 도착하기로 했다. 카이스트 근처에서 출발해서 유성 IC를 지나서 서공주를 지나서 국도로 갔다. 차에 라라랜드 ost와 윤도현 밴드 라이브 CD를 챙겼기에 지루할때면 노래를 틀면서 갔다. 중간에 소나기도 내리고 길도 잘 못 진입할 뻔했지만 다행히 문제 하나 발생하지 않은채로 대천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예약시간까지 한시간정도 남아서 일단 카페에 들어가서 선물 개봉식을 했다. 여자친구가 매우 원하던 레터링케이크와 스톤핸지 목걸이였다.

아주 잘 어울렸다. 진주 목에 진주 목걸이처럼 너무 잘어울리고 얼굴이 화사해졌다. 그리고 여자친구가 이렇게 좋아하는 걸 보니 나까지 기분이 더 좋았다.

해변가를 거닐면서 여자친구와 사진도 같이 찍고 시간을 보내다가 대망의 미슐랭 3스타인 “두발횟집”으로 갔다. 가격은 2인에 십만원이고 여기서 인원수가 추가될때마다 4만5천원씩 늘어난다.

매생이죽과 백합탕.

처음으로는 매생이죽이 나온다. 적당히 식은 죽이라서

바로 먹기 좋다. 적당히 먹다보면 이제 백합탕이 나온다. 고추가 들어가서 매운맛도 있는게 계속 들어간다. 맑은 탕 메뉴가 이거 하나뿐이기에 식탁을 오랫동안 지킨 메뉴이다. 개인적으로 우리 어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이다.

드디어 나온 회와 찐 전복. 회는 네 가지 종류의 생선의 숙성회이다.

드디어 나온 숙성회이다. 4가지 종류의 생선회이고 숙성회이다. 어찌나 잘 숙성했는지, 먹을 때마다 행복했다. 스끼다시가 나오고 회를 먹는게 아니라 이 집은 회가 상당히 일찍 나오고 그 후에 여러 음식들이 나온다.

음식들의 시작은 찐 전복이 끊었다. 찐 전복은 감칠맛이 폭발하는 느낌이었다. 이렇게 맛있고 실한 전복은 처음이었다.

초밥 두 피스와 가을의 상징인 꽃게.

밥이 땡길 타이밍에 초밥이 두 피스씩 나왔다. 이것도 무난하게 맛있었는데 그 다음 메뉴가 감동이었다. 내가 가을에 “두발횟집”을 온 것은 처음인데, 꽃게가 나왔다. 살면서 꽃게에서 처음 단 맛을 느꼈다. 이걸 먹으려고 가을이 왔나 싶을 정도였다. 여자친구도 신나서 유튜브 “입질의 추억”에서 본 꽃게에 관한 TMI를 신나서 말했다. 아마 굉장히 맛있었나보다.

새우와 낙지 탕탕이

가을 느낌 물씬 나는 새우와 낙지 탕탕이도 나왔다. 새우에도 단 맛이 났다. 제철 음식의 강력한 맛이었다.

아귀 수육과 가자미찜

아귀 수육과 가자미찜이 다음에 나왔다. 아귀 수육은 처음 먹는데 포슬포슬한 살코기가 매력이고, 가자미찜은 양념과 살코기의 조화가 좋았다. 사실 이미 이때쯤부터 배가 너무 불렀다.

새우튀김,오징어무침과 매운탕

회를 기다리면서 내가 튀김이 나오면 매운탕이 나오고

김밥이 나오고 끝이라고 했었다. 근데 배가 너무 불러서 언제 튀김이 나오나 했는데, 마침 딱 나왔다. 반갑게 튀김을 먹으면서 우린 전체적인 식사의 만족함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여자친구도 부모님을 모시고 오고

싶을 정도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매운탕과 김밥이 나왔다.

새우껍질 까주기 논쟁과 두발횟집의 숨은 보스 김밥

이 김밥이 정말 맛있다. 내가 어렸을 때는 성장기기도 하니까 이 김밥만 몇 줄 더 달라고 해서 막 먹었다. 적당한 간이 되어 있는 밥과 대천김의 조화가 말이 안된다. 반은 담백하게 반은 매운탕 국물에 적셔서 먹으면 정말 맛있다. 여자친구는 감탄하면서 김밥은 먹었다. “이거 대단하네“하는 표현을 써가면서 김밥을 식사의 마무리로 정한 “두발횟집”을 칭찬했다.


이렇게 잘 먹고 “두발횟집”을 떠나고 카페에서 잠깐 쉬다가 해 지기 전에 대전에 도착하고 싶어서 차를 몰고 집으로 갔다. 가면서 상당히 졸렸다. 여기를 내가 15년 넘게 갔는데 대천에서 대전까지 가는 길이 이렇게

졸린 줄은 몰랐다. 갑자기 아버지에게 감사했고, 가족에게 희생과 책임감을 느끼는 아버지가 참 멋있었다. 지나고 나면 대단하게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주로 부모님에게 느끼곤 하는데 저 날 사랑하는 여자친구를 조수석에 태우고 대천에서 대전으로 오는 길에 나는 또 다시 느꼈다.

부모님은 진짜 영웅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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