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하하 - 3월 22일

by 설규을

1. 오늘은 여자친구와 공주여행을 떠나는 날이었다. 다행히도 여자친구가 음성이 나왔고, 나는 퇴근을 한 시간 일찍하여 5시반 공주행 버스를 타고 공주를 가는 계획이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미리미리 예습과 복습을 하면서 지장이 없도록 만들었다. 수업은 2시반에 끝났고, 복습은 한 과목은 끝냈고, 나머지 한 과목은 다음 날 하기로 했다. 화요일 오후에 그리고 수요일에는 수업이 없기에 딱 여행가기 좋다고 생각했다. 이번주 목요일에 랩 세미나에서 과제들 allocate하는 데, 그전에 후딱 여행간 것이다. 그리고 한 번쯤은 꼭 공주에 가서 여자친구를 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잘 됐다.

2. 공주 터미널이 아닌 공주 산성 터미널에 내렸다. 공산성이라고 부르는 곳이었다. 내려서 여자친구를 찾으니 바로 여자친구가 안 보여서 전화로 내가 여기고 너가 저기고 이런식으로 엇갈리다가 만났는 데 엄청 반가웠다. 작년에는 집이 비슷해서 서로 집 근처에서 보곤 했는데 올해는 상황이 많이 달라져서 좀 떨어지니까 애틋했다. 마침 숙소가 근처에 있어서 바로 체크인 하고 밥 먹으러 나갔다. 자기가 한번 와보고 싶었던 곳이라면서 여자친구는 재잘재잘 이야기했다. 이름은 로컬 테이블로 우린 로컬 파스타 세트를 시켰다. 식전빵에 샐러드와 파스타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진에 있는 빠에야가 나왔다. 상당히 맛있었다. 이게 이렇게 맛있나 싶었다. 빠에야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는데 그 이상이었다.

3. 맛있게 밥을 먹고 우린 산책을 하기로 했다. 내가 오늘 밤에 같이 막걸리 먹자고 해서 막걸리를 샀었다. 주위에 시장이 있으니 거기서 파전이나 전을 사서 같이 먹자는 계획이었는데, 안타깝게도 우리가 밥을 먹고 나올때는 시장이 문을 다 닫았다. 원래는 사람이 많은 곳이 갑자기 사람이 없어지니 을씨년스러웠다. 영미권에서는 이걸 "liminal space"라고 부르는데 딱 그 꼴이었다. liminap space 안에서 묘하게 우린 무서워하면서 편의점을 찾아 돌아다녔다. 막걸리를 먹는데 그래도 안주가 필요하니까 과자라도 살겸 들어갔다. 찾으러 가는 길에 우린 수상쩍게 보신탕을 파는 음식점을 많이 발견했다. 그리고 거기 앞에는 거친 아저씨들이 많이 있어서 여자친구랑 나는 바짝 쫀 상태로 움직였다. 과자는 두 개 샀다. 나는 단 과자 1티어는 바나나 킥이고, 짠 과자 1티어는 매운 새우깡이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바나나킥을 골랐더니 여자친구가 매운 새우깡을 골랐다. 혹시 우린 운명일지도 모르겠다.

4. 막걸리와 과자를 먹으면서 우린 연애의 참견을 봤다. 군생활 내내 연애의 참견 드라마를 즐겨본 나로써는 재밌었지만 여자친구는 재밌지만 덜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여자친구가 애로부부를 보자고 했다. 애로부부를 많이 들어봤지만, 얼마나 더 재밌는지 호기심이 들어서 같이 봤다. 연애의 참견 드라마의 비극은 바람, 양다리이지만 애로부부는 불륜, 임신, 육아 같이 더 강렬한 주제들이었다. 여자친구가 이제야 가려운 곳이 긁어진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흥미진진하게 애로부부를 보기 시작했다. 주제가 주제인 만큼 배우들 연기가 차이가 났다. 연애의 참견의 배우는 슬퍼서 운다면, 애로부부의 배우는 사무치게 운다고 해야하나. 잔치국수 먹다가 마라탕 국물을 먹은 기분이었다. 나도 애로부부에 중독될 것 같다. 흥미진진하고 막장 드라마가 따로 없었고, 역시 현실은 영화보다 자극적이다라는 결론을 재확인하며 잠에 들었다. 내일은 점심 먹고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학교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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