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하하 - 4월 4일

하루에 글 하나씩

by 설규을

1. 어제 일했기 때문에 월요병은 없다. 아침에 눈을 뜬 나는 곧 있을 퀴즈를 준비했다. 이 퀴즈를 잘 보냐 못 보냐에 따라서 저번주를 얼마나 성실하게 보냈는지와 이번 주의 기분이 달라진다. 이번 주차는 쉬웠는데, 퀴즈는 tricky할 수도 있으니, 집중해서 보고 퀴즈를 봤다. 퀴즈는 잘 봤고, 교수님께 나는 혹시 중간고사 관련해서 공지나 공지해야할 것 있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교수님은 자기는 이런 꽃 피는 시즌에 공부보다 꽃 구경했으면 좋겠다고, 중간고사를 안 본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가장 첫 수업에 중간고사를 본다고 말을 안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오늘 내용이 쉬워서 수업이 약 10분정도 일찍 끝났는데, 교수님께서 "Enjoy nice weather"하면서 일찍 끝내주셨다. 나도 저런 낭만있는 교수님이 되고싶다. 지적 성숙함까지 갖췄지만, 가끔은 낭만적인 그런. 낭만파 어른이 되고싶다.

2. 불과 이틀 전에 학교에서 꽃 구경을 한 나였지만,점심을 혼자 먹고 연구실로 돌아가다가 놀랐다. 며칠 차이난다고 벚꽃이 더 만개한 것이다. 내가 꽃 구경을 했을 때는 한 60%정도 였는데, 지금은 85%는 개화한 것 같다. 하늘을 가득 채울듯이 피는 벚꽃을 보면서 행복했다. 1년전, 2년전 이맘때보다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 힘든 시기를 잘 견딘 것 같다. 내 자신이 대견해서 나 자신을 속으로 칭찬하면서 연구실로 들어갔다. 오늘은 선형시스템 제어 복습과 최적제어 복습 그리고 선형시스템 제어 숙제2의 2번까지 푸는 것이 목표이다.

3. 요즘 피부과 약을 먹는게 아쉽다. 이런 봄 날씨에 맥주와 피자 혹은 맥주와 감자튀김 먹으면 진짜 행복한데. 학교 근처 맥주집을 나는 좋아한다. 와인도 좋아하지만, 맥주만이 주는 캐주얼한 느낌이 있다. 맥주를 마시면서 자기가 겪었던 이야기나 세상 이야기를 하다보면 어느새 시간이 잘 간다. 그렇게 알딸딸한 기분을 가지고 집이나 기숙사로 들어가면 행복이 별거 있나 라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술을 마시고 좋은 음악까지 곁들이면서 시간을 보내면, 그게 아름다운 인생이지 않을까. 이런 꽃 피는 시즌은 길거리 뿐만 아니라 사람 마음까지 꽃으로 뒤덮는 것 같다.

4.매일 일기를 쓰다보니 그래도 하루하루를 붙잡는 느낌이다. 흘러가는 시간이 아니라, 밀도있게 붙잡는 느낌. 내가 좋아하는 소설은 몇 가지가 있지만 그 중 하나가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다. 거기서 주인공이 이런 말을 한다. "내가 견딜 수 없던 것은 존재의 무거움, 진지함이 아니라 떠오르게 되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다.". 어렸을 때 처음 이 책을 읽고 별로라고 생각했다. 그땐 연인관계나 인생이나 삶 같은 것을 생각하지 않던 고등학생때였다. 그러다가 나는 지금까지 이 책을 3번정도 읽었는데 시간이 흘러가면서 점점 이 책을 알 것 같다. 의무, 책임감, 생존같은 삶의 무거움에 짓눌리지도 성욕, 게으름, 식욕 같은 삶의 가벼움에 떠올라서도 안 된다. 주인공은 가벼움에 취하다가도 가벼움 그 자체와 가벼움에 취한 자신을 혐오한다. 혐오하는 것은 너무 쉬운 해결책이다. 쉬운 해결책을 택한 결과는 변하지 않음이다. 변하지 않아서, 지속적으로 점점 가벼워진다. 그렇게 변하는 주인공을 보고 나는 무서웠다. 돌아가기엔 너무 먼 길을 왔음을 알았을 때, 이미 틀린 것 같은 인생이라고 느껴질때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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