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하하 - 하루에 글 하나씩

5월 1일

by 설규을

1. 여자친구와는 1시반에 만나기로 했다. 여자친구가 감사히 차를 가져온다고 했고 내가 가서 요리를 담당했다. 이번 요리를 하기 전에 1주년에 아무것도 안 들고 오기는 그래서 와인을 하나 샀다. 나는 화이트와인에서 샤도네이라는 품종을 엄청 좋아하는데 이 중에서 가성비로 괜찮게 나온 캔달 잭슨 와인이 있었다. 일명 윤여정 와인이었다. 옆에 원더걸스 소희 와인도 있었는데, 그건 다음을 기약하고 윤여정 와인부터 집었다. 윤여정 선생님의 와인이라고 하니 굉장히 신뢰가 갔다. 그걸 한병 사고 칠링백까지 챙기고 여자친구를 만나서 장을 보러 갔다.

2. 내가 생각한 요리는 바로 미트로프이다. 미트는 고기라는 뜻, 로프는 a loaf of bread라는 빵 덩이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고기를 식빵 모양처럼 크게 덩어리로 조리한다는 의미이다. 소고기 300g과 돼지고기 400g과 베이컨 300g이 필요했다. 고기만 1kg 들어가고 중간중간에 다진양파, 다진마늘, 치즈까지 들어간 엄청난 요리였다. 사진처럼 묵직하게 만들고 나니 헛웃음이 났다. 그걸 숯불에 올리니 숯불이 시원치 않았다. 그래서 어차피 올리브오일 산 김에 많이 쓰자는 마음으로 숯에 확확 뿌리니 이제야 숯불이 화력을 냈다. 미트로프는 30분간 숯불로 구우면 되는데, 초반에 불이 약했던 이슈와 언더 쿡되고 나서 못 먹는 것보단 오버 쿡이 났다는 생각으로 3분 더 구웠다. 그렇게 조리하고 나서 열어보니 꽤 괜찮았다. 그냥 육식의 길을 제대로 걷는 요리였다. 완벽한 고기의 기백에 나와 여자친구는 놀랐다.

3. 그리고 숯불을 옆에 두고 밖에서 마늘도 굽고 파프리카와 소세지를 구우면서 와인을 급식컵에 따라서 같이 즐겼다. 이게 내가 원하는 글램핑의 감성이었다. 바람은 차고 옆은 불때문에 따듯한 이 기분이 최고였다. 다행히도 와인도 맛있었다. 와인도 적당히 산미있고 바디감이 별로 없어서 사실 고기보단 디저트 와인으로 먹거나 자기 전에 단독으로 먹기 좋은 와인이었다. 무슨 이벤트로 글램핑장에서 마쉬멜로우도 받아서 숯불에 삭삭 구워먹었다. 나는 처음 그렇게 먹어봤는데, 너무 맛있었다. 옆에 여자친구를 보니 이미 마쉬멜로우의 마법에 당한 사람처럼 냠냠 먹고있었다. 역시 답은 고기가 아니고 달달한 거였나 싶었다.

4. 그렇게 먹고 나서 편지를 주고 나는 여자친구가 만든 토퍼를 받았다. 토퍼를 받고 설거지를 하고 시간을 보내니 금새 졸렸다. 도란 도란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가 먼저 잠들었다. 배불러서 잠이 솔솔 왔다. 아마 코 골면서 잔 것 같다. 1주년이라는 시간동안 옆에 누군가 있다는게 참 고맙다. 불안함도 많고 고민은 더 많은 내 옆에 있어주다니 굉장히 신기하다. 그만큼 나를 믿어주는 누군가가 가족말고 생긴 것이겠지. 계절이 4번지나고 다시 돌아왔다. 변한 것 중 하나는 서로가 서로를 보는 눈빛이라고 생각한다. 설렘이 확신으로, 의문이 믿음으로 바뀌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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