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백수 일기
특별할 것 없이 시작된 새해 아침이다.
올해 바라는 것은 크게 없다. 우선 우리 가족들 건강하고 남들에게는 얼마 안 되는 금액의 은행 빚을 다 갚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니 더 불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늘 연말과 새해가 되면 한 해 계획을 세우는데 나이 먹을수록 계획의 수가 적어지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계획을 세우는 것 같다.
새해 아침이라고 별다를 것 없이 눈 뜨고 일어나서 은파호수 공원 미끄러워질까 봐 종종거리면서 산책하였다. 떠오르는 해를 보면서 예전에는 저 해를 보기 위해서 해돋이 구경 가자고 계획하고 준비하고 떠나고 차 밀리면서 덜덜 떨면서 떠오르는 해 바라보고 소망 빌고 날씨 좋지 않은 날에는 해 뜨는 것도 못 보고 추위에 덜덜 떨면서 떡국 한 그릇 국밥 한 그릇 사 먹으면서 흘러내리는 콧물 닦으면서 웃음 짓던 추억이 떠오른다.
지금이 좋다. 빠르게 움직이지 않아도 살얼음이 살짝 언 저 은파호수 공원처럼 잠시 멈춘 것 같아도 아랫물은 따뜻하고 잔잔하게 흐르고 저 오리들을 엄마 품처럼 포근히 감싸줄 수 있는 저 호수 같은 나의 중년의 나이가 싫지 않다.
백수의 하루는 눈 뜨고 산책으로 시작해서 저녁 운동(동호인 운동)으로 마무리해서 집에 돌아와서 끓여둔 알탕에 소주 한잔 마시고, 곤하게 잔다.
내일 저녁은 술을 안 마셔야겠다. 막둥이 딸의 초등학교 졸업식 후 서울 구경 계획으로 아이들 태우고 운전을 해야 하니 아이들 안전을 위해서~ 엄마는 다 계획이 있단다.
23.1.1
(노트에 적어 둔 일기를 이제서 하나씩 옮겨봅니다. 마음이 심란해서 컴퓨터와 멀리했었는데 이제 가까워지려고 노력중입니다.
여기 저기 적어둔 노트을 찾고 있는 중~ 비밀일기는 아주 나중에 나올 것 같습니다. 용기가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