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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백이 Apr 24. 2021

호떡집에불났다.~추억의 시장여행

50세가 되기 전에 카메라를 메고 여행을 떠날 것이다.


 브런치에서 어느 작가님이 시장에 다녀오는 엄마의 시장바구니 속의 꽈배기 간식이 기다려지고 그립다는 이야기를 읽었다.

읽는 동안 우리 동네 시장을 그려 본다.

우리 동네 시장은 호떡과 튀김으로 유명했었는데, 나 어릴 때는 그 흔한 호떡이 엄청 귀하고 어찌나 맛이 있었는지 지금도 그 추억에 호떡집을 보면 방앗간 앞을 새가 그냥 지나가지 못하는 것처럼 종이컵에 하나씩 담아서 먹으면서 간다.  


  

그 시절에는 시장 가는 엄마에게 꼭 호떡 사다 달라고 부탁해도 근근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형편에 매번 시장바구니 안에 호떡이 담아져 있지는 않았다.

누런 봉투 안에 호떡이나 튀김이 들어있는 날에는 아빠의 월급이 나온 날이었던지 엄마가 어디서 돈이 생겼을 것이다.    



시장바구니 안에 푸성귀(채소)만 가득 담겨 있는 것을 실망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으면

 “호떡집에 불 나서 아줌마가 장사를 안 하더라~”

처음에는 정말이지 불이 나서 장사를 못 하는 그 호떡집 아주머니가 걱정되었는데, 한두 번 듣다 보니

 “또 불났어~” 더 이상의 실망도 하지 않는다.   


 

그 추억으로 난 아직도 시장 구경을 좋아한다.

시골의 오일장 구경하는 것도 좋아하고 여행을 가서도 그 지방의 시장 구경을 하고 먹음직스러운 입맛 다실 것을 사 먹는 재미에 시장 갈 때는 꼭 현금을 챙겨서 간다.

지금도 쉬는 날이면 별일이 없을 때는 아이들을 데리고 시장에 가서 구경한다. 매번 가는 시장인데도 볼거리가 많다. 시장 안에는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과 표정들을 담을 수 있다.    

어릴 때 어려운 형편 때문에 입맛만 다시고 다닐 때를 생각해서 내 아이들에게 시장에서 파는 어묵이라도 입에 물려서 데리고 다닌다. 아이들에게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은 엄마 마음이다.  


  

직장에 다니는 나는 주말만 되면 일찍 일어나서 운동하러 간다. 학교 다닐 때 꼭 쉬는 날 일찍 일어나서 놀러 나가고 만화영화를 보던 아이처럼 나이 먹고 늙어가면서도 쉬는 날이면 일찍 눈이 떠지고 우리 동네 월명산에 산책하러 간다. 일주일 동안에 피로가 산책하면서 다 풀어지는 기분이다. 바람 쐬는 것을 좋아하고 여기저기 들로 산으로 구경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지만, 요즘 같은 코로나에 자숙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 고장에 이렇게 좋은 산과 유원지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토요일 아침 여전히 일찍 산에 산책 갔다가 운동 파트너 동생과 그냥 집에 들어가기 싫어서 시장에 가서 구경하고 순댓국밥이나 한 그릇씩 먹자 하고 시장으로 출발하였다.    

예전 시장과 다르게 요즘은 시장이 좋아져서 쇼핑센터를 생각나게 하는 별관과 예전 그대로의 모습에서 비바람을 피할 수 있게 지붕이 생긴 옛날 구 시장의 튀김집과 호떡집은 여전히 불나게 바빴다. 

호떡집에 불났다는 말은 나이 먹어감에 알게 되었다. 호떡 장사가 잘되어서 엄청 바쁘다는 이야기인 듯하다.     


역시 오늘도 호떡집 사장님의 호떡 굽는 손은 바쁘게 움직였다.

난 호떡 장사를 할 것도 아닌데, 잠이 오지 않는 밤에는 유튜브로 호떡 장사 호떡 굽는 것을 한참 동안 보고 있다. 내가 이거 왜 보고 있다냐 하고 정신 차릴 때쯤 되면 한참 시간이 지난 다음이었다.    

호떡집 사장님 손이 엄청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좁은 호떡집 앞에 사람들이 여러 명이 한꺼번에 있어서 갈까 말까 망설이다 가까이 가서 호떡 두 장을 주문하고 사진을 찍기 시작하였다. 사진만 찍으면 사장님이 싫어하실까 봐 주문을 하고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다. 

호떡 사장님의 깊게 파인 주름. 열심히 살았다는 훈장의 주름까지 찍고 싶었지만, 그분들이 원치 않으실까 봐 나의 눈으로만 담아왔다.    


손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우리 지방 사람들이 아니고 타지에서 여행 오셨다가 시장 구경 잠깐 하다가 호떡집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한 장씩 컵에 담아서 먹고 가시는 모습을 조용히 쳐다보다가 우리도 하나씩 입에 물고 호떡집을 나왔다.    



그 여행객들도 나처럼 여행하면서 시장을 구경하고 추억의 음식들을 찾아다니는 것 같다. 역시 여행은 눈으로 여행하고 마음으로 느끼고 머리로 생각하고 입으로 맛을 보는 여행인 것 같다.     

난 오늘도 좋은 여행을 하였다.



중년의 나이가 되어서 추억을 그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젊었을 때 어른들이 왜 자꾸 똑같은 옛날이야기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조금씩 알 것 같다. 아니 아는 게 아니라 나도 느끼고 나도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는 것을~ 코로나가 빨리 끝나기를 기다린다.

   

더 나이 먹기 전에 난 여행을 떠날 것이다. 아름다운 곳과 시장여행을 다닐 것이고 골목 여행을 다닐 것이다. 나의 책 속에 글과 사진으로 남기고 나의 마음속에 나의 기억 속에 여행의 기록을 남길 것이다. 

무엇인가 계획한다는 것은 행복한 일인 것 같다. 그것을 꼭 이룰 수 없다 하여도 이루려고 노력은 하면서 살 것이니~.     


나이 먹어도 꿈은 있다.

커서 뭐가 되고 싶어요? 하는 꿈이 아닌 하고 싶은 작은 소망까지도 우리에게는 다 꿈으로 생각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그 희망으로 더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다.  

  

얼마 전에 아이들과 함께 여수 여행을 다녀왔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에 계획했던 큰 여행의 꿈은 희망하고 꿈을 꾸고 있으니, 어려움 속에서도 작은 여행이라도 실천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난 곧 몇 달만 있으면 앞자리가 5자로 변하는 나이가 된다. 난 나의 나이가 슬프지 않다. 나이 먹어감에도 그때의 아름다움이 있다고 생각을 한다.

50세가 되고 60세가 되어도 난 하고 싶은 열정이 식지 않을 것이다.   


   

작년에도 계획을 세우고 올해도 계획을 

올해 계획 사진 찍는 것을 아직 못 배웠다. 

어깨에 카메라를 메고 가벼운 옷차림에 떠나는 날을 그려 본다.

오늘 시장여행은 작은 휴대전화 사진기로 초보답게 남겼지만, 다음 여행에서는 프로의 실력으로 좋은 연장을 챙겨서 떠나는 여행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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