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백이 Apr 26. 2021

딸의 조심히 내딛는 첫걸음

잔소리꾼 엄마의 속 마음

   

 내 고장 서점에 상주 작가가 있다.

작가님은 여러 아이템을 내걸고 서점에서 많은 일을 하신다. 

작가초청 강연에서부터 고민 상담 독서 모임 에세이 글쓰기 모임까지 그 밖에 여러 일을 하고 있다.    


딸의 글을 제일 먼저 보는 독자가 되었다. 엄마도 글을 쓰고 나면 고치거나 이상한 부분이 있으면 딸에게 먼저 보여주고 이상한 점이 뭐야 틀린 글자 찾아봐 늘 부탁하는 입장에서 오늘은 첫 번째 독자가 되어 딸의 글을 읽어보았다.    



에세이 쓰기 5기에 들어간 것이다. 딸의 의견을 물어보는 척하면서 은근하길 바라면서 작가님 장점을 늘어놓는다.         



딸의 글에서 엄마가 글쓰기 수업 나간다고 기대에 찬 얼굴을 하면서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내가 그랬나 생각하면서 딸의 글을 읽으면서 기특하고 시작하는 마음이 망설여지고 같이하는 팀이 30대에서 50대까지 있다고 하니 20대는 혼자라서 그분들의 깊이 있는 글 속에서 딸 혼자서 가벼운 글이 될까 봐 걱정인 것 같다.   


     

딸에게 엄마는 글에 깊이가 없어 넘 못 쓰는 것 같아, 다른 사람들 글을 보면 지식도 많고 글에 깊이감이 있다고 고민하면 딸은 늘 아니라고 엄마 글만의 매력이 있다고 엄마 글은 그래서 술술 잘 읽힌다고 항상 힘을 주던 딸이었는데, 이제는 엄마가 힘을 주고 싶구나.  


      

딸의 글을 읽고 나서 폭풍 칭찬을 해 주었다. 역시 몰래몰래 소설을 쓰더니 엄마 글보다 백배 천배는 아니어도 열 배는 더 잘 쓰는 것 같다고 칭찬을 줄줄이 나열하면서 딸의 글 속에 요즘 너의 버팀목이 누구야? 살짝 그 버팀목이 나였으면 했지만, 눈치가 내가 아닌 것 같았다. 약간 서운 아니 많이 서운했다.

“버팀목이 남자냐?” 아니라고 비밀이라고 말 안 하는 모습에 더 궁금증이 생기고 그 버팀목이 내가 아니라서 살짝 질투를 느낀다. 딸에게도 이렇게 서운함이 느끼는데, 아들이 나중에 애인한테 푹 빠져서 엄마는 뒷전이면 나의 질투의 불덩이를 어찌할지 생각만 해도 싫다.


       

딸의 글 속에 이슬아 수필집을 읽고 에세이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고, 이번 글쓰기 모임도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길래, 책의 두께에 겁먹고 읽지 않았던 이슬아 수필집을 엄마 방에 가져다 놓으라고 딸에게 말했더니 책을 가져왔는데, 우와 두껍기는 하다. 

딸과 함께하고 싶다. 딸이 재미있게 읽은 책이라고 하니 나도 읽어보고 싶었고, 엄마가 먼저 시작한 글쓰기도 그래서 권했던 것이고, 서로 공감대가 맞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딸과 난 전혀 맞지 않는 성격이다. 엄마는 성격이 불같아서 말 떨어지면 벌써 시작하고 있어야 하는 성격인데, 딸은 돌 굴러와요~ 늘 정 하다. 그래도 한가지 맞는 것은 서로 책을 좋아한다는 점 어릴 때 딸을 데리고 산을 넘어 청소년수련원에 가방 메고 다니면서 책을 빌려다 잠자기 전 10권씩 읽어줘야 잠을 잤던 딸이라서 그런지 우린 책방 구경 가서 책 고르는 취미가 같다. 우린 서로 지치고 힘들 때 전주 헌책방 알라딘에 가서 한두 시간씩 책을 고르고 책 보다 오는 점 그거 하나는 맞는다.            


딸의 조심히 내딛는 첫걸음에 그 길을 쓸어주고 싶다.

잘할 거라고 믿고 칭찬해주고 싶다. 뭐든 배우는 것은 좋은 거라고 좋아하는 것을 배우는 것은 더 좋은 거라고~

매일 싸우는 딸과 함께하고 싶은 엄마는 조심스럽게 딸에게 다가가 본다.

버팀목이 내가 아닌 것이 아직도 서운하지만, 어쩔 수 없지~


           

첫걸음에 박수 쳐주고 기뻐하던 엄마는 이제 뛰어다니는 모습에 엄마 곁에서 떠날 준비하는 모습에 서운하겠지. 그래도 엄마는 딸을 응원한다. 딸이 뛰고 싶은 만큼 펄쩍펄쩍 뛰어가라고 넘어져도 폴짝 일어나서 툴툴 털고 뛰어가라고~

딸과 소통하고 싶은 엄마 마음       

작가의 이전글 호떡집에불났다.~추억의 시장여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