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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백이 May 14. 2021

부끄러워 감추고 먹었던 김치김밥

오빠가 싸준 옆구리 터진 김치김밥


                                               

 지금은 웃으면서 말할 수 있다.   

 

 김치김밥을 보거나 아이들에게 국물 쭉 욱 짜서 쫑쫑 썰어 기름에 설탕 살짝 뿌려서 살살 볶아서 김 깔고 흰밥 깔고 재료 올려놓을 때 김치 한 줄 쭉 우 욱 깔아 돌돌 말아 아이들 한입 크기로 잘라 주면 맛있다고 우리 엄마 요리 솜씨가 제일이라고 엄지 척을 해주는 아이들에게 미소를 보내며 김밥 꽁다리를 내 입속으로 쏙~ 개운하고 느끼하지 않고 맛있다.    


 초등학교(국민학교) 시절 다음 날 소풍 가야 해서 김밥 재료가 있어야 하는데, 그 당시 아빠는 집을 짓는 건축현장에 목수 일을 하셨기 때문에 한 달씩 아님 몇 주 며칠씩 있다 올 때도 있었다. 5살 많은 오빠가 나의 소풍 도시락을 싸줘야 하는데, 아랫동네 슈퍼에서 재료를 외상으로 가져와서 싸야 하는데, 왜 이렇게 부끄럽던지 외상으로 달라고 말을 못 하고 쭈빗쭈빗 거리 다 들어가서 “아빠 가요~~” 하면서 김밥 재료를 챙겨 오는데, 햄(소시지) 등을 달라 하지도 못해서 김, 단무지, 계란만 챙겨간 것 같다. 가게 아주머니는 더 있어야 할 텐데 하는데도 미안해서 말도 못 하고 부리나케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뛰어나와 버렸다.    

 

 어린 오빠와 나는 걱정이었다.

김밥 속 재료가 부족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오빠가 생김치를 넣어서 말아주었던 김밥 소풍 가서 점심시간 아이들 앞에서 도시락을 펼 수가 없을 정도로 소심했던 성격, 한 친구의 도움으로 친구의 김밥과 나누어 먹었던 기억으로 남는 김치김밥과 오빠.    


 그런 오빠와 지금은 연락을 안 하고 산 지 몇 년 된 것 같다.

내가 먼저 오빠하고 전화하면 될 텐데, 그게 안 된다. 내가 걱정하고 보고 싶어 하듯 오빠도 날 그리워하고 있을 텐데~ 언젠가는 이런 추억을 함께 이야기하면서 웃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시절 오빠와 나는 김밥 말면서 재미있다고 시시덕거리면서 옆구리 터진 김밥을 말았는데, 지금은 김밥 마는 선수가 되었다. 주말만 되면 아이들과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김밥을 말면서 즐거워한다. 지금은 유튜브 보는 재미에 빠져 새로운 김밥과 계란말이에 푹 빠져 연습하고 칭찬을 기다린다.   

  


이 글을 쓴 후 오빠와의 재회는 큰 이모 장례식장에서 만났다.

우린 4년 정도 지나서 만났지만, 자연스럽게 서로 그동안의 일은 이야기하지 않고 며칠 전에 만난 사람처럼 이야기를 나누었다. 조카와 아이들이 서로 눈치를 보고 어색해했지만, 아이들은 아이들 금세 아무렇지 않게 지내고 바닷가로 놀러 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오빠와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하였지만, 그동안의 어색하고 서운한 점이 왜 없겠는가. 그래도 가족이란 것이 그렇다.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지낼 수 있는 것이 가족이다.


지금은 살뜰하게 챙겨준다. 내 생일을 챙기고 어린이날 조카들을 위해서 영화 표를 예매해서 보내고~    

동생한테 나의 이혼 소식을 들었을 때 말은 안 했지만, 아파하는 것이 느껴진다. 이혼했다고 다 슬프고 불행한 것은 아니지만, 가족이란 오빠란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카가 우리 집에 와 있을 때 서로의 오해로 잠시 사이가 안 좋아졌지만, 왜 나라고 아프지 않았겠는가. 왜 나라고 조카한테 잘해주지 않았겠는가.

우리 아이들보다 잘해 주어도 엄마 아빠와 떨어져 있는 조카는 뭐든지 속상하고 서운했을 것이다.    


오빠도 알았으면 한다.

그땐 나도 힘든 형편이었던 것을 창업한다고 올라간 애들 아빠는 안되는지 생활비도 안 보내지, 올라가게 되면 싸움을 하지 나의 속도 편하지 않아서 더 잘해줬어야 하는 조카에게 우리 애들하고 똑같이 한 것이 서럽고 서운했을 것이다.    


연락을 안 하고 살 때도 그래 잘 됐어. 안 보고 살면 걱정거리 없어서 속은 편하지 입으로 말하면서 가슴 한쪽이 늘 짠하고 신경 쓰이고 아이들에게만 조카한테 삼촌한테 연락 한번 안 하느냐고 너희들은 엄마 마음을 그렇게 모르냐고 너희들이 먼저 연락해서 전해주면 얼마나 좋으냐고 말할 때가 많았다. 아이들이 어떻게 하겠는가 다 나와 오빠가 했어야 하는 문제였다.  아이들이 뭘 알겠는가. 괜히 아이들에게 푸념을 한 것이다.

   

지금은 이렇게 김밥을 먹으면서 그때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이번 주말에는 오랜만에 아이들에게 솜씨를 내 김밥을 말아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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