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백이 May 21. 2021

미안해서 손만 꼭 잡고 걸었다.

오픈 채팅방이뭐야?~너희가 그게 왜 필요해?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 아이들이 학교 가는 시간이 적어지면서 집에서 생활하다 보니 스마트폰과 더 가까워졌다.    


나만 해도 아침부터 눈 뜨자마자 밤에 잠들기 전까지 틈틈이 시간이 날 때마다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브런치나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나서는 몇 명이나 봤는지 통계를 확인해보고 브런치 인기 글에 아직 올라와 있는지 확인해 보거나 브런치 글을 읽는 일이 일과가 되기도 하였다.

예전에는 종이책만 고집하고 읽었는데, 시대가 변하면서 나도 변하고 있다.    



이성적인 어른도 스마트폰 유혹에 빠져, 매일 손과 눈을 힘들게 하는데, 자제력과 판단력이 부족한 아이들은 그 유혹이 얼마나 달콤하겠는가.    



설거지 당번을 하고 있는 5학년 막내딸의 스마트폰에서 계속 ‘카톡 카톡’ 울리고 있다.

신경이 쓰인다.

전원 연결이 되어있는 스마트폰을 울릴 때 쳐다보게 되었는데,

-어떻게 인증하면 되는가요?-

-셀카 찍어서 보내면 되는가요?-

이게 뭔 소리? 자꾸 이런 내용이 떴다가 사라지고 ‘카톡 카톡’ 울리고 있다.    



엄마의 노파심이 생기게 되었다.

‘인증’ 무엇을 인증한다는 것이지?

혹 이상한 상업적이나 아이들에게 이상한 영상을 보여 준다든지 나의 머릿속은 만감이 교차했다.    



설거지하는 딸을 불러 무슨 카톡인지 물어보았더니 ‘오픈 채팅방’이라고 한다.

내가 아는 오픈 채팅방은 요즘 코로나로 모일 수 없어서 교육을 줌으로 하기 때문에 그때 교육 대상자를 전체 오픈 채팅방에 불렀다가 교육내용을 전달하고 교육이 끝나면 수료증이나 영수증 등을 전달하면 그 채팅방은 없어진다.       


 

내가 아는 오픈 채팅방과 아이들이 하는 채팅방은 달랐다.

모르는 사람들과 모여 수다를 떠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인증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보여달라고 했더니, 자기 카톡이고 안 보여준다고 울기 시작했고, 둘째 아들까지 합세하여 자기들의 개인정보라면서 엄마 하지 말라고 함께 공격하기 시작하니, 나의 머릿속은 폭파 직전 자제력을 잃고 말았다. 나의 목소리는 커지고 스마트폰은 아이의 손에서 내 손으로 옮겨졌고 전원은 꺼지고 압수하게 되었다.  


   

 남은 설거지를 내가 마무리하면서 나의 화를 식히고 있었다.

조금 진정된 후 아이들 세 명을 일 열로 앉혔다.

엄마의 고지식한 옛날 사람 이야기를 하면서 너희의 개인정보 물론 인권을 존중해 줘야 하지만, 엄마는 너희가 성인이 되기까지는 보호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을 설명하고 이상한 것 같아서 물었고 보려 하였던 것을 설명해 주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하라고 해도 큰 아이 둘째 모두 할 말이 없다고 하는데, 역시 셋째는 끝까지 채팅방을 보여 줄 수 없고 계속할 거라고 한다.

그날 밤 아이의 스마트폰은 돌려주지 않았다.   


     

나의 노파심인가? 아무것도 아닌데 나 혼자 걱정하여 집안을 시끄럽게 한 걸까?

요즘 SNS로 때문에 많은 사람에게 노출되고 있는 시대이다. 아이들이 나의 보호 속에서 안전하게 있었으면 하는 엄마의 마음이다.

아이들은 엄마의 보호가 지나친 간섭으로 여겨지고 자신들의 인권만 살려 주길 바란다. 세상의 많은 매체 속에서 나쁘게 이용하는 어른들도 있고 청소년들도 있어서 걱정하였던 건데 아이들은 싫었던 것 같다.

그날 저녁 이런저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이도 나도 서로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다.    



부처님 오시는 날 빨간 글씨이다.

아침 일찍 아이를 깨워 “엄마하고 월명산 산책하러 갈까?” 아이의 귀에 대고 살짝 말하였더니, 어제 일은 금세 잊고 가겠다고 따라나서는 아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저 어젯밤의 소란함이 미안해서 아이의 손을 꼭 잡고 걸었다.

한동안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그저 손만 따뜻하게 잡아주었다.

직장 다니는 엄마 늘 살갑게 챙겨주지 못함을 미안해했고, 아이의 인권을 무시함을 미안했고, 소란스러움을 미안했고, 강제로 억압으로 했음을 미안했다.    



아이는 그저 좋은가보다 엄마가 손잡아줌을 꼭 껴안고 어깨동무해줌을~

아이와 자연의 들꽃이야기로 마음을 전달한다. 햇살 좋은 5월 자연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준다. 다친 마음까지 치료해 주는 치료 약이다.    



월명산 안에는 절이 있다. 두 군데의 절에서 울려 퍼지는 염불 소리와 불경 읽는 소리가 어제의 마음을 진정시켜주었고, 아이와 나의 마음을 위로해 주는 것 같았다. 절 앞의 의자에 둘이 한참을 앉아서 듣고 마음의 편안함을 느끼고 왔다.    



부처님은 불이면 불이라 하고 물이면 물이라고 하란다. 화를 낸 듯 무엇하겠는가. 다 이해하려는 마음을 가지면 서로의 다툼이 없다고 한다.    


공원에 갈 때마다 개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절에 기웃기웃하였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낀다. 코로나로 때문에 교회를 잘 안 나가지만 그래도 집사인데, 이런 마음이 생기다니.  

      

나와 딸아이의 다친 마음을 달래 주는 불경 읽는 소리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딸과의 어제 이야기를 나누면서 엄마는 오픈 채팅방 하는 것 별로 좋지 않고 너의 스마트폰 시간이 너무 길고 운동도 안 하고 책도 안 봐서 스마트폰 돌려주는 것의 망설임을 전달하였다.    


딸의 스마트폰을 전달받고 싶은 마음을 종이에 적어서 엄마에게 전달되었다.

냉장고 옆에 붙여져 있다. 이대로 지켜질지 믿어지지는 않지만, 나와 아이의 타협이 시작된 것이다. 우리는 서로를 한 번 더 믿어 보기로 하였다.    

핸드폰 돌려받기 위한 딸의 계획서

부처님 오시는 날 아이와 손을 꼭 잡고 산책길을 가기 잘한 것 같다.

많은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미안해서 꼭 잡아준 손에서 서로의 마음이 전달된 것 같다.  

  

그래 너희 인권을 존중해 주는 엄마가 되도록 노력해 볼게~    

딸이 그린 그림 들
작가의 이전글 빵값이 고깃값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