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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백이 May 18. 2021

빵값이 고깃값

나에겐 빵은 간식인데~


 주말 아침 몸이 많이 피곤했지만, 아침 일찍 눈이 떠져서 운동가기 전에 새벽시장으로 향하였다. 특별히 살게 있는 게 아니고 그저 사람들의 얼굴 표정이 보고 싶었고 시장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여러 채소와 생선 과일 그것들을 보고 싶었다.    

비가 보슬보슬 내리고 있다가 멈추다를 반복하여서 차에서 우산을 들고 나오지 않고 새벽시장 구경을 하였다. 우리 동네 새벽시장은 일명 도깨비시장이다. 새벽에 서너 시간 장이 섰다가 8시 호로록 호각소리와 함께 시장은 금세 정리가 다 된다. 도깨비처럼 시작했다가 끝난다 해서 도깨비시장이다.    


비가 내려서 그런지 오늘은 사람들도 많이 없었다. 우리도 비가 별로 오지 않아서 가볍게 우산을 놓고 구경 간 것이 갑자기 내리는 비 때문에 차 있는 주차장에 정신없이 돌아와야 했다. 시장 구경의 아쉬움을 남기고 우린 월명산으로 향했다.    



주말 아침에는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우린 월명산 산책을 한다. 오늘도 우산을 들고 산책길에 나섰다. 우산 들고 가는 산책길이 팔이 조금 아파지고 팔이 저렸지만, 기분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비와 함께 뿌연 하게 핀 물안개가 좀 음산한 기분이 들었지만, 바람이 쌩하고 불고 나니 물안개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어졌다.     

물안개 자욱


군산의 은파 수시탑 앞 계단, 바람이 쌩~ 물안개 데려 감




   

한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를 만났다.

점심 메뉴 당첨~ 쏘가리 매운탕. 메뉴 생각을 하려면 생각이 나지 않아서 친구의 선택으로 먹은 매운탕. 시래기와 밥의 포만감으로는 허함을 달랠 수가 없어서 우린 달콤한 후식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군산에서 가장 큰 빵집이 생겼다.

차도 한잔 마셔보고 빵 맛도 보자고 하면서 우린 큰 빵집으로 향했다.

우리 복지관에 빵 후원도 많이 해주어서 빵을 볼 때마다 우와 먹고 싶다. 생각했던 빵.    


눈으로 빵을 한 번 먹었다.

어찌나 빵이 예쁘고 먹음직스러운지 눈이 먼저 호강을 하였다.    

난 빵은 간식이다.


디저트로 먹는 빵이 밥보다 비싼 것은 난 이해할 수 없다.

다른 사람들은 비싼 디저트도 잘 사 먹지만, 난 잘 사 먹지 않는 편이라 빵값에 깜짝 놀랐다. 친구에게 커피하고 빵 하나만 사자 하고 어떤 빵을 고를까? 하면서 한 바퀴 두 바퀴를 돌았다. 빵이 엄청 크고 빵 가격이 나에게는 너무 비쌌고 어떤 것을 골라야 할지 몰라서 두 바퀴씩 돌았다.   

 

나만 쪼잔한 것 같다. 다른 젊은 사람들 쟁반에는 커다란 빵이 수북하게 쌓여있었다.

인기 있는 빵집이라서 사람들이 많이 사는가? 아니면 여기 사람들이 아니라서 한꺼번에 많이 사는가? 호기심을 가지면서 하나만 사자는 나를 만류하고 두 개 사라고 하는 친구의 권유로 두 개를 고르고 커피를 시키고 계산대 앞에 줄을 섰다.    

진열대에 놓여 있던 예쁜 빵에 놀랐고 커다란 빵에 놀랐고 빵 가격에 놀랐다.



난 한 번 더 놀라고 말았다.

우리 앞에 젊은 남녀의 수북한 빵 쟁반의 가격이 계산대 숫자판에 나오는 걸 보고 난 눈이 또 동그랗게 떠지고 말았다.    


친구가 제발 촌스럽게 굴지 말라는 눈치를 하였다.

52,000원 우와 무슨 빵 가격이 생일이라서 케이크를 산 것도 아닌데, 야외 테라스에 자리를 잡으면서 난 또다시 친구에게 수다를 떤다. 

“뭔 빵값이 고깃값보다 비싸냐~조금만 더 보태면 소고기 사 먹겠다.”

“여기 사람 아니라서 많이 사가겠지~제발 촌스럽게”    


난 촌스럽다.

난 짠순이다.

난 빵보다 밥이 더 좋다.    


우리 아이들도 친구들이 점심으로 햄버거 먹자고 하면 이렇게 말한단다.

“울 엄마는 빵은 간식이라고 할걸”

항상 내가 하는 말이다. 밥 먹고 빵 먹으라고 해서 나에게 훈장처럼 빵빵한 똥배가 있다.    



은파호수를 바라보고 우린 달콤한 빵과 시원한 커피 향에 취해본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사진도 찍어보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빵을 주식으로 먹는 나라에서 우리나라 빵값에 놀란다고 한다.

내가 생각하는 빵값은 거품인 것 같다.

밀가루 가격 설탕 빵에 들어가는 재료 가격에 대해서 난 자세히 알지는 못한다.

그래서 순전히 내 기준으로 빵값이 비싼 것이다.

정말 순전히 내 기준이다.


그래도 빵은 달콤해서 가끔 기분을 좋게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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