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 봉지~고맙고 놀라운 선물

마음이 따뜻해지는 선물을 받았습니다.

by 동백이

마음이 따뜻한 명절 선물을 받았습니다.

(주섬주섬 싸 준 검정 봉지의 참깨)


풍요로운 한가위만 같아라 ~ 추석이 되면 곡식도 익어가고 과일도 잘 익어서 탐스럽고 새콤달콤 맛이 있다. 먹을 것이 부족한 시절 무엇이든 풍족한 가을, 한가위만 같아라 ~ 하는 말로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요즘에는 명절이 되어도 선물을 안 주고받는 시대가 되었다. 서로 받으면 부담이 되고 나도 해 드려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안 주고 안 받는 것도 있고, 코로나가 계속되면서 서로 얼굴 보고 인사 나누는 것도 드물어졌다.

어릴 때 기억으로 이웃과 친척 집에 명절 인사를 드리려고 갈 때는 요즘처럼 선물 세트가 흔하지 않았다. 풍족한 사람들은 과일 상자를 한 상자 들고 의기양양하게 들어오면서 큰 소리로 왔다는 것을 알렸다. 보통의 가정에서는 가까운 댁에 갈 때는 돼지고기 두 근을 비닐봉지에 한 번 넣고 신문지로 돌돌 반듯하게 싸서 인사드리고 왔던 생각이 나게 하는 어르신의 선물을 받았다.

명절 인사 나눔과 정서 지원으로 간단하게 공산품 등을 준비하여서 세대 방문을 나가는 일들로 명절 전에는 바쁘게 보낸다. 추석에 자녀들이 오는지. 혼자서 추석 명절을 보내는지, 코로나 백신 접종 후 건강 상태는 어쩐지? 우리는 파악을 하고 말벗이라도 한 번 더 전해야 한다는 생각에 전화를 드리고 세대 방문을 한다.

세대가 많기 때문에 두 달에 한 번, 석 달에 한 번씩 찾아가고 전화로 통화하는 편인데도 어르신들은 한 번 찾아뵙는 것도 고맙게 생각하시고,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시고, 아파서 병원에 간 일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구구절절하게 이야기하신다. 이야기 도중 어르신이 살짝이 물어보았다.


“결혼은 했어?”

“그럼요, 했죠!”

“내가 줄 것은 없고 명절 인 게 내가 농사 진거 한주먹 줄라고”


비닐봉지를 한 장 뜯어오더니 논두렁에 참깨를 심어서 잘 말렸다고 하면서 추석에 음식 할 때 넣고 더럽게 말린 것 아니라고 하시면서 주섬주섬 챙겨 주신다. 받을 수 없다고 설명을 해도 어르신의 성의를 계속 사양할 수가 없어서 챙겨 나와야만 했다.


어르신 혼자서 힘들게 깨 모종을 심고 물 주고 깨가 잘 익어가면 깨 줄기를 잘라서 깨 타작을 하고 말리는 과정, 비가 오면 들여놨다가 해 좋으면 다시 내다 놓고를 반복하셔서 잘 말린 참깨를 봉지에 담아주신다.

농사를 짓지는 않았지만, 시댁에서 농사짓는 모습과 과정을 봐왔기 때문에 어르신의 수고를 잘 알 수 있다. 그 귀한 참깨를 추석 선물로 받은 것이다.

그 어떤 값진 선물상자보다 마음이 풍족하고 따뜻한 선물을 받아왔다. 어르신의 손을 부끄럽게 하지 말라는 깊은 뜻을 받아 든 내 손은 금은보화를 받은 것처럼 묵직함을 느꼈다.


받아온 깨를 깨끗하게 씻어서 고소하게 잘 볶아서 추석 상에 올릴 나물을 만들었다. 그 추억 신문지에 돌돌 말아 전달했던 돼지고기 같은 깨 봉지는 어린 시절 추억을 생각나게 하는 값진 선물을 받아 온 것이다. 어르신들은 경제적으로 부유하지 않아도 마음만은 부자여서 찾아오는 사람이 그저 반가워서 무엇이라도 주고 싶은 마음을 나에게 전달하였다. 난 그 부자 마음을 받아 오늘 명절 음식이 더 고소하고 맛있어졌다.

마음이 부자인 어르신을 본받아야겠다. 그 어떤 값진 선물보다 귀한 선물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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