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세고 오면 안 아프데~난 역마살이 있다.
피로회복제
타로점을 본 적이 있다. 난 아프다가도 바람만 세고 오면 말끔히 났는다고 한다. 몸이 아파 아픈 게 아닌가 보다. 갑갑한 게 싫은 것 같다. ‘역마살’
주말마다 가는 월명산이 아닌 다른 곳을 찾았다.
멀리 갈 수는 없고 가까운 고창에 다녀왔다.
오랜만에 친구가 “고창 학원농장 가봤어?, 고창 ‘책방 해리’ 가봤어?”
“학원농장은 가봤지, 청보리 축제, 도깨비의 공유, 책방 해리는 안 가봤네.”
도깨비의 공유를 말하는 순간 가기 싫어졌다는 친구. 난 공유 좋더구먼, 생각하니 부드러워진다.
‘책방 해리’가 어떤 곳인지 검색을 시작하였다.
폐교를 개간하여서 멋진 책방과 책 박물관을 만들고 체험할 수 있는 곳을 만들었다. 코로나가 없었더라면 더 많은 행사를 했을 텐데,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시간 이상 운전을 하면 멀어서 못 간다는 그 친구는 웬일로 가자는 제안을 했다. 멀면 내가 운전하면 되는데, 어디든 가야 하는 나는 늘 주말이 되면 엉덩이가 들썩거려서 아이들을 앞세워서 가까운 선유도라도 쌩하고 가서 칼국수 한 그릇 먹고 바닷가 살짝 달달한 음료로 아이들 입맛을 달래준다.
마음이 급해진다.
저녁에 일을 가는 친구의 시간에 맞춰야 하니 빨리 여러 곳을 구경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좀 쉬다가 저녁 일을 가야 하기 때문에 마음이 급해지지만, 갔다 왔다는 게 어디야 하는 마음으로 빨리 눈으로 여러 사진을 담는다.
책방 해리 입구 안의 책 진열대를 감상하고 책을 뒤적거리면서 여러 생각을 한다. 책을 만드는 과정보다 어떻게 이런 책들을 썼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글을 쓰는 사람, 책을 쓰는 사람들이 대단하다는 것을 다시 생각해 본다.
학원농장으로 가기 전 핑크 뮬리 밭이 있어서 가보았더니 입장료를 받는다. 여름에 딸과 함께 라벤더 농장에 왔던 곳이다. 꽃밭이 너무 적은 것 같아서 핑크 뮬리는 패스하기로 했다. 별로 좋아하는 꽃도 아니고, 작은 꽃밭 구경 입장료가 아까웠나 보다. 꽃밭 구경은 자연 그대로 감상하고 싶다.
학원농장에 도착해 보니 청보리가 있을 계절이 아닌 넓은 농장은 황토를 개간해놓은 곳이 많았고, 노란 코스모스로 작은 밭을 만들어 놓았다. “난 분홍 코스모스 좋아하는데” 고창은 노란색을 좋아하는 것 같다. 노란 코스모스도 한참을 바라보고 있으니 잔잔하니 그대로 예뻐 보였다. 세상에 어떤 꽃이 안 예쁘리 모두 다 꽃으로 태어났으면 다 꽃이고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못나고 잘난 사람이 어디 있으랴 다들 각자의 잘하는 점이 있고 못 하는 게 있는 것인데, 나부터 사람의 싫고 좋음을 따지고 멀리하려 할 때가 있다. 나의 모순이다. 나 역시 잘난 곳도 없으면서 쓸데없이 자존감만 높아서 다른 사람들을 상처를 줄 때가 있다. 알면서도 안될 때가 있고 고쳐지지 않을 때가 있다. 집에 돌아와서 잠자기 전 내가 한 말을 후회하고 반성할 때가 있다. 꽃을 보면서 오늘도 반성하고 마음의 안정을 찾고 돌아왔다.
저 멀리 드라마 ‘도깨비’에서 나왔던 뽕나무와 나무문에서는 공유가 주머니에 손을 넣고 하늘의 별을 바라보면서 나와 거닐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면서 연신 나의 휴대전화에 그림을 담아본다. 놀러 간다는 게 바람을 세고 온다는 게 별것은 없다. 쌩하고 차 타고 가면서 나무와 파란 하늘을 바라보면서 깨끗함에 마음에 정화를 시켜보고 들꽃을 보면서 연신 예쁘다는 말을 난발하면서 휴대전화에 사진을 담아오는 게 전부인데, 왜 그리 밖에 나가고 싶어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한 번씩 나가서 5일 동안 열심히 일한 보상을 해 주고 싶다.
돌아오는 길에 해안도로를 타고 돌아왔다.
고창에 바닷가가 있다는 것을 난 몇 년 전에 알았다. 고창하면 선운산이 있는 산촌 마을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멋진 바닷가가 있다는 사실에 감동이었다. 군산 앞바다는 왠지 짠내가 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다른 곳의 바닷가는 왠지 낭만이 있는 것 같았다. 처음 봤을 때 흰 백마를 타고 달리는 여자를 촬영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멋져 보였고, 나도 하얀 옷을 입고 애마 부인처럼 바닷가를 달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었다. 오늘 역시 말을 타는 사람들이 있었다. 오늘은 바닷물이 많이 빠진 상태라서 너무 멀리 달리는 말이 멋져 보이지는 않았지만, 오늘 역시 나도 달리고 싶다는 충동이 느꼈지만, 사실 난 겁이 많다. 말에 타면 떨어질까 봐 덜덜 떨어서 못 탈 것이다. 그래도 나의 상상 속에서는 하얀 백마의 털이 날리고 나의 긴 머리가 날리는 상상은 계속될 것이다.
일주일의 피로를 날리고 돌아오는 시간이었다.
긴장을 안 하는 것 같지만, 조직 생활을 처음 해 보는 직장생활이라서 나름 긴장 속에서 열심히 일하는가 보다 퇴근 후 차에 타면 바로 하품이 연신 나온다. 긴장이 풀리는 순간인 것 같다.
1년 10개월이면 이제 적응할 때도 됐는데, 늘 피곤은 같이 덤으로 따라온다.
월요일부터 열심히 일할 것이다. 오늘 마실은 나의 피로회복제 ‘박카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