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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사춘기야? 나 갱년기야!

10년째 갱년기를 외치는 엄마

by 동백이

너 사춘기야? 나 갱년기야!

“엄마는 도대체 몇 년이나 갱년기야?”

아들 녀석이 중 2학년이 되었을 때 하도 툴툴거려서 “너 사춘기야? 나 갱년기다. 건들지 마라, 갱년기가 더 무섭다.” 했더니 나에게 웃으면서 던지는 말이다.



큰딸은 22살, 둘째 아들은 16살, 막둥이 12살이다. 우리 집 아이들은 터울이 많다. 그래서 큰애가 겪은 일들을 아이들이 다 보고 지나간 다음 둘째가 오고 막내가 오고 있다. 남자아이를 키울 때 보다 여자아이들이 사춘기가 빨리 오고 길게 오는 것 같다.

자잘하게 엄마 속을 긁어댄다. 가끔 막둥이 말대꾸하는 입을 손바닥으로 톡 하고 때려주고 싶다.

세 아이의 성격은 다 재각각 다르다. 한배에서 태워 났고 혈액형도 똑같은 A형인데도 다 다르다.



큰딸이 하도 재잘재잘 엄마 속을 긁어대면서 속상하게 할 때

“너 사춘기야? 엄마는 갱년기야”

갱년기의 무서운 변화의 설명을 들은 순진한 큰딸은 그 후 엄마에게 반항하는 일이 많지 않았다. 그 후 몇 년 후 고등학교 2학년이 되어서 큰딸은 엄마에게 따지듯 말한다.

“엄마, 그때 갱년기 아니였더만!”

엄마가 갱년기 와서 크게 상심하고 힘들어하고 나쁜 생각을 할까 봐 조심했다는 속 깊은 딸이다.

‘지랄 총량의 법칙’이 있다고 한다. 한참 발광을 할 나이에 엄마 생각해서 참았다는 큰딸~ 늦게 시작하고 있는 것 같은 불길한 생각이 든다.

얼마 전에는 학교를 자퇴한다고 내 속을 태우더니, 또 언제 터질지 불안감이 온다.



지랄 발광은 인생에서 한 번씩은 하고 지나간다고 하던데, 난 그런 발광을 해 볼 겨를도 없었고 받아줄 사람도 없었는데, 내 아이들의 투정과 사춘기를 받아주고 들어줘야 하는데, 내가 몸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잘 받아주지 못하고 ‘나 땐 말이지’가 나오게 된다. 밖에서 들으면 완전 꼰대 우리 아이들도 엄마가 재수 없을 것이다.


고맙게도 아이들은 큰 사고를 치지 않는다.

엄마 힘들 가 봐 많이 참는 것 같다.

아이들의 사춘기도 이해해 주고 감싸야 하지만, 난 나의 갱년기를 앞세워 아이들의 감정을 숨기게 하는 나쁜 엄마인 것 같다. 그래도 친구가 되려고 많이 다가가려고 노력한다. 아이들은 자꾸 날 밀어내겠지. 애들아 엄마는 너희들 껌딱지야. 딱 붙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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