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다섯 번째인 보령 해저 터널을 다녀왔다.
20년 전에는 대천항에서 원산도를 가려면 배를 타고 가야만 갈 수 있었다. 그 후 태안에서 원산도까지 원산 대교가 생겨서 멀리 돌아서 태안까지 와서 원산도를 갈 수 있었는데, 이제 대천항에서 바로 원산도까지 10분이면 갈 수 있는 해저 터널이 생겼다.
옛날 추억을 생각하면서 다시 찾은 원산도 보령 대천 해저 터널을 지나 원산도까지 갈 수 있다는 소식은 희소식이었고, 호기심에 여행을 계획하였다. 군산에서 대천까지는 옆집 놀러 가듯 다닐 수 있기 때문에 대천까지의 여행은 늘 쉽게 “우리 바람 쐐러 갈까?” 할 정도로 쉽게 가는 거리이다. 거기에다 원산도까지 바닷속을 달려서 갈 수 있고 태안 안면도 꽃지 해수욕장까지 하루 코스로 안성맞춤이었다.
보령 해저터널의 개통으로 대천항-원산도-원산도 해수욕장-원산 대교-꽃지 해수욕장-백사장항-대천해수욕장까지 드라이브 코스로 완벽한 여행이었다. 날씨가 좋았다면 더 좋았을 텐데, 하필 오늘부터 날씨가 좋지 않고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고 바람이 불기 시작하였지만, 여행은 늘 설레고 즐거움을 준다. 안 좋은 날씨쯤이야 참을 수 있다.
날리는 눈이 처음에는 가상 영화에서 벌레들이 날라 오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차 속에서 안정을 찾으면서 바람에 날리는 눈발이 꽃잎으로 변해 보였다.
보령 해저터널을 통해 원산도까지 10분 정도 달리는 시간 육상구간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 지점 ‘해저 시점’이라고 시작하였다. 그때부터 귀가 멍 먹 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평균 수심이 25m이고, 최고 깊은 곳이 55m라서 귀가 멍 먹 해졌나 보다. 높은 산에 올라갔을 때 멍먹한 느낌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때부터 영화 ‘터널’이 생각이 나면서 약간의 공포가 스쳐 지나갔다.
단 10분 만에 원산도에 도착하고 원산도 해수욕장의 바닷바람을 맞을 수 있었다. 날씨가 추워서 빠르게 움직이고, 차에 탔지만, 섬마을의 상큼함을 느낄 수 있었다.
원산도에서 원산 대교를 지나 꽃지 해수욕장에 도착했을 때 시간 때가 맞아서 물이 빠져 멀리 있는 작은 섬과 길이 생겨있어서 사람들이 섬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물이 들어오는 시간이었는지 사람들이 분주하게 걸어오고 있어서 정신없이 내려가서 나도 살짝 물 빠진 흙을 밟아보았는데, 금세 물이 밀려와서 사진 몇 컷만 찍고 나와야 했다. 걸어 나오는 아저씨의 바지가 파도에 덮쳐서 다 젖어있었다. 엄청 추울 것이다. 나도 물벼락을 맞을까 봐 정신없이 나왔지만, 오래전에 와 보았던 기억을 다시 떠올릴 수 있었다.
그냥 집으로 돌아가기는 아쉬워서 백사장항을 찾았다. 수산시장을 구경하고 백사장 대교를 걸어볼 수 있었다. 건너편 작은 섬과 연결된 육교 같은 백사장 대교였는데, 건너편의 요트항이 있다고 한다. 날씨 좋고 바람만 불지 않았다면 건너편까지 걸어갔다 왔을 텐데, 엄청 추워서 더 욕심은 내지 않았다. 다음 여행에는 꼭 걸어서 건너편에 가 볼 것이다.
코로나로 식당 들어가는 것이 조금 부담스러워서 수산시장에서 파는 오징어튀김과 새우튀김을 사서 차 안에서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다시 해저 터널을 향해 돌아오는 시간 눈발이 굵어지고 있어서 아주 조심조심 운전해서 다시 해저 터널을 지날 수 있었다. 두 번째 지나는 해저 터널은 두려움이 사라졌다. 귀가 멍 먹 해지는 증상도 안 나는 것 같았다.
날씨는 좋지 않았지만, 그냥 군산으로 돌아오기는 아쉬움이 있어서 대천해수욕장 광장에서 잠깐 바다를 보고 광장 사진 한 컷을 남기고 군산으로 향하였다. 날씨 좋은 날에 다시 올 것이다.
세계에서 다섯 번째인 보령 해저터널 정말 자랑스럽다.
보령 해저터널은 1998년 말 서해안 산업관광도로로 (보령-안면-태안) 타당성 조사 및 기본 계획에서 건설이 시작됐다. 2001년 국도 77호선으로 지정된 이 도로의 대천항~원산도 구간이 2006년 재조사를 거쳐서 해저 터널이 될 것이라고는 누구도 생각 못하였는데, 2010년 12월에 착공하여 11년의 대장정 끝으로 완공한 보령 해저터널은 2021년 12월 1일 개통하면서 국도 77호선이 연결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긴 해저 터널 순서는 일본의 동경 아쿠아 라인(9.5km), 노르웨이의 봉나피요르드(7.9km), 에이커 선더(7.8km), 오슬로피요르드(7.2km)에 이어 보령 해저터널(6.927km)로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긴 해저 터널이다. 국내에서는 인천 북항 터널(5.46km)보다 약 1.5km 더 길다. 총사업비는 6879억 원이 투입되었다고 한다. 상행선과 하행선으로 2차선으로 되어있다. 정부예산으로 만든 국도이기 때문에 터널 사용료는 무료이다.
해저 터널 때문에 가까워진 태안 안면도~점심 먹고 출발하면 해넘이를 보고 올 수 있게 되었다. 가까워진 거리이지만, 주말에 다녀온다면 나같이 처음 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엄청 밀릴 것이다. 해넘이 보려고 출발했다가 속만 타고 올 것이니, 휴가가 있다면 평일을 이용하면 좋은 여행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