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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백이 Dec 20. 2021

복수 맛 마카롱~읽고 나서

이런 마카롱 있다면 만 원 주고도 살 거야~

 봉사와 글쓰기 동아리 회원들 몇몇이 우리 동네 서점에서 마지막 연말을 마무리하였다. 연말이라서 다들 가족과 보내야 하고 코로나로 여럿이 모일 수는 없어서 소소한 인원들이 모여서 한해 동아리의 이야기를 나누고, 훈훈한 마무리를 하였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듯 모임의 마무리는 서점을 휙 둘러보는 것이다. 둘러보다 내 눈에 확 들어온 ‘복수 맛 마카롱’~ 복수 맛은 어떤 맛일까?     


달달 함은 피곤할 때 좋은 묘약이다. 일을 시작하기 전 피곤함을 달래주는 달달 한 커피는 직장인과 친하다. 학생들과 친한 마카롱, 처음엔 마카롱이 뭔 줄도 모르는 아줌마이다. 아이를 키우는 아줌마의 주머니에서 마카롱 같은 간식은 쉽게 사지 않는다. 큰딸이 사 와서 먹어 본 마카롱 맛은 나에게는 너무 단맛이어서 미간을 찌푸렸는데, 한 번 먹어보고 두 번 먹어본 마카롱의 맛은 중독성이 있는 기분을 좋아지게 하는 달달 함이었다.     

마카롱 하면 달달 함만 생각하였는데, 복수 맛이라고 한다. 복수 맛은 무엇일까? 하는 호기심이 생겨서 ‘복수 맛 마카롱’을 집으로 데려와서 5학년 막내딸에게 먼저 책을 건네고 주방으로 향한 나에게 30분도 안 돼 달려와서 엄마를 부르기 시작하였다.  

   

“엄마 이 책 재미있어요!”

“그래 어떤 느낌인데?”

“내용은 알겠는데, 어떤 느낌은 설명 못 하겠고, 이런 마카롱 있으면, 만 원 주고도 살 것 같아요.”   

  

 초등학생에게 만 원은 큰돈이다. 그런 큰돈을 주고도 살 것 같다는 마카롱~궁금해졌다. 아이들에게도 복수하고 싶은 얄미운 친구들이 있을 것이다. 어느 때는 야단을 치는 엄마에게도 이 짜릿한 마카롱을 먹이고 싶을 것이다.       

   

 박하린은 아빠와 둘이 살고 있다. 엄마는 2년 전에 아빠와 헤어지고 가끔 찾아와야 얼굴을 볼 수 있는데, 요즘은 엄마를 못 본 지 석 달도 더 되었다. 뽀송이는 하린이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가족이다. 뽀송이가 아플까 봐 세탁기에도 넣을 수 없고 손으로도 빨 수도 없다. 그래서 조금은 꼬질꼬질한 냄새가 나지만, 하린이는 뽀송이를 빨 수가 없다. 엄마의 냄새가 묻어나기 때문이다.     


 김은서는 박하린과 분홍색 우정 머리띠를 나눠 쓸 정도로 친한 친구이다. 학예회에 은서와 하린이는 젓가락 행진곡을 연주하기로 하였다. 하린이는 두 손가락으로 피아노를 칠 수 있는 실력이고 은서는 서툰 하린이의 연주를 멋지게 반주하여 완벽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실력이다. 은서네 집에서 피아노 연습을 하기로 하던 날 이수빈이 찾아왔다.     


하린이는 이수빈의 방문으로 기분이 점점 나빠지고 있었고, 은서가 이수빈의 말에 맞장구치는 것도 얄밉고 이수빈의 뽐내는 춤 실력도 얄미웠다. 뿔이나 씩씩거리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카롱 가게 앞에 보라색 원피스를 입은 마녀라고 하는 사장님을 만났다. 마녀 사장님의 손에는 간판이 들려있었다. ‘마녀네 마카롱’ 보라색 원피스를 입은 마녀 아줌마는 하린이의 머리에 있는 머리띠를 마카롱의 값으로 가져가고 복수 맛 마카롱 세 가지 색을 만들어 주었다.    

 

‘세 가지 맛, 고소한 맛, 통쾌한 맛, 짜릿한 맛,’ 샛노란 마카롱, 새파란 마카롱, 새빨간 마카롱, 진한 물감으로 만든 것처럼 선명한 색깔의 마카롱이었다. 마카롱을 먹고 몇 분이 지나면 여러 사람들 앞에서 부끄럽고 망신스러운 일을 겪게 된다. 마카롱을 복수하고 싶은 사람에게 주고 후회를 하면 안 된다는 마녀 아줌마~후회를 하면 준 하린이가 망신스러운 일을 당하게 되는 마카롱이었다.     


 5학년 딸은 복수하는 마카롱을 만 원 주고 사서 누구에게 주고 싶었을까? 고소한 맛, 통쾌한 맛 짜릿한 맛 어떤 맛을 사고 싶었을까?     


어른인 나도 가끔 복수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커다란 복수가 아닌 가끔 얄미운 사람들에게 혼쭐 내주는 상상을 하기도 하는데, ‘복수 맛 마카롱’은 나의 어릴 때 별명 빨간 머리 앤이 다시 되게 만들었다.   

   

복수 맛 마카롱을 만들어 준 마녀 아줌마는 나쁜 마녀는 아니었다. 하린이의 후회로 은서와 하린이는 다시 좋은 우정을 나눌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마카롱을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하린이는 보라색 원피스를 입은 마녀 아줌마가 있는 마카롱 가게를 다시 찾는다.

‘원하는 마카롱, 특별 주문받습니다.’

분홍색 우정 머리띠도 찾아와야 하고, 하린이 에게는 보고 싶은 엄마가 있다.

보라색 원피스 입은 마녀 사장님은 하린이의 부탁을 들어줄 수 있을까? 


달달 한 마카롱을 먹은 박하린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이 세상 모든 친구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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