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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백이 Jul 27. 2022

분주한 복날 급식소

닭죽 한 그릇 드시고 힘내세요.


 예부터 우리나라는 여름철마다 건강을 챙기는 풍습이 있다. 뜨거운 한여름을 잘 보내기 위해서 음력 6월에서 7월 사이에 들어 있는 절기를 복날이라고 한다. 초복, 중복, 말복으로 나누어져 있다.

첫 번째 복날은 초복(初伏)이라 하고, 두 번째 복날은 중복(中伏)이라 하고, 세 번째 말복(末伏)이라 한다. 이 기간은 1년 중 가장 더운 날이라 하며 ‘삼복더위’라 한다. 우리 조상들은 더위를 피하기 위하여 술과 음식을 마련해서 시원한 계곡이나 산에 놀러 가는 풍습이 있다. 그 풍습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더운 여름날 몸보신할 수 있는 고기나 삼계탕을 해서 먹고 시원한 수박으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복날 더위를 식히기 위해서 가정에서도 닭을 사서 삼계탕을 해서 손으로 푹푹 찢어서 아이들 접시에 놓아주기 바쁜 엄마의 손길처럼, 군산 나운동 경로식당 영양사님과 조리장님 조리사님과 봉사자들은 아침부터 분주하게 시작한다. 미리 준비한 닭을 깨끗하게 씻고 쌀을 씻고 약재를 씻고 큰솥에다 닭을 삶고 죽을 끓이고 일손이 빠르게 척척척 이루어지고 있다. 어르신들은 일찍부터 나와서 기다리시는 분도 있고, 일찍 번호표를 받고 가셨다가 오시는 분들도 있고, 오늘은 중복이라서 그런지 더 더운 날씨이다. 더운 날씨만큼 기다리시는 어르신들은 예민해질 수 있다.      


 바쁜 일손을 돕기 위해서 경로식당 지원을 나간 직원들과 봉사자들은 지친 어르신들의 기분을 조금이라도 풀어드리고 음식을 맛있게 드시게 하기 위해 더 밝게 더 활기차게 음식을 배식해 드린다. 일을 잘못하는 나는 반찬 배식해 드리는 옆에서 식판을 하나씩 놓아드리면서 “어르신 안녕하세요.”, “아버님 맛있게 드세요.” 큰 소리와 마스크 위에 눈웃음으로 인사를 나눈다. 밝은 목소리에 어르신들의 기분이 좋아지신다고 하신다. 따뜻한 닭고기와 죽 한 사발을 드시고, 올여름 무탈하게 잘 지내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정성스럽게 음식을 준비하시고, 배식하시는 분들의 마음이 느껴졌다. 연세가 많으신 봉사자 분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코로나 이후 도시락에서 경로식당으로 운영하면서 계속 봉사하신다고 한다. 교회 목사님도 오전에 와서 봉사를 하시고, 개인 봉사자들도 매일 오전 시간을 급식소에서 보내시고 있다. 몸이 힘들어도 마음이 가볍고 좋으시다고 하신다. 우리는 하루하고 가도 힘들다고 하는데, 매일 봉사하시는 분들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봉사하시는 어르신의 이야기를 듣자 하니 다가오는 말복은 8월 15일(월) 광복절에 같이 있어서 쉬는 날이라서 급식소가 운영하지 않아서 중복인 오늘 더 신경 써서 인삼과 약재를 챙겨서 넣어서 음식을 만들었다고 하신다. 이 한 그릇의 음식을 드시고, 어르신들이 건강한 여름을 나기 바람이 전해진다.

그릇에 고기를 담고, 죽을 퍼서 주시는 분 김치와 부추 절임을 놓아드리는 분, 설거지를 하는 분, 다 드신 음식과 그릇을 정리해 드리는 분 다 같은 마음일 것이다. 몸이 좋지 않아서 못 나오시는 영양사님을 대신해서 분주하게 긴장하면서 뛰어다니시는 조리장님이 제일 긴장하고 분주한 7월 26일 중복 날이었을 것이다. 혹 어르신들이 식사하러 오셔서 마음을 다치지 않을까 하는 마음. 서로 안전사고가 나지 않을까 하는 마음. 맛있는 음식 다 살이 되는 음식이 되었으면 한다.      


7월 26일 어제 중복 날에 300인분 이상 넉넉하게 준비한 닭백숙과 닭죽은 아주 인기 좋게 남는 것 없이 다 나가고 푸짐하게 어르신과 함께 나눠 먹을 수 있었다. 말복을 함께 못 하는 마음을 중복 날 두 배로 전해질 수 있게 정성 들여 음식을 만들어 주신 조리장님과 조리원님 봉사자들께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 자주 가서 도와드릴 수 없지만, 한 번씩 가면 내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시간이 되어서 돌아온다.          

어르신 이 따뜻한 닭백숙 드시고, 올해도 건강하게 웃으면서 만나게요. 

“이 닭죽 한 그릇이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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