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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백이 Oct 18. 2022

배지영 '남편의 레시피'를 읽고나서

무나물에서 아빠의 무밥까지 추억하다.

                                                                                                                                                                                                                                                                                                                                                                                                     

배지영 작가의 책이 또 뚝딱 나왔다.

늘 뚝딱 안 나온다고 얼굴이 퉁퉁 부어서 귀엽게 웃어주는 작가님

글 쓰는 게 보통일이 아닐 것이다.


카페에서 글을 쓰고 작업실에서 글을 쓰고 집에서 글을 쓰고~

나는 언제나 그렇게 글과 책과 살 수 있을까나?

세나님은 잘 있죠? 딸의 안부를 물어주는 작가님

커피 기프트콘을 보내주면서 이거 제가 산거 아니에요.~먹어주세요.

귀여운 나의 글쓰기 스승 작가님~


절교를 잘하는 작가님. 난 절교 안 당해야지 열심히 글 써야겠다.

배지영 작가님 글은 술술 잘 읽힌다.

나도 술술 읽히는 글을 쓸 것이다.


올봄부터~나의 글을 지적질하는 사람이 있어서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나의 글이 술술 읽히고 재미도 있다고 해 주는 사람이 있었는데,

나의 글이 가볍다고 한다, 윽 쓰고 싶지 않았다.

이제 치료가 다 된 것 같다. 역시 시간이 약이여~^^                                              



배지영 작가 ‘남편의 레시피’를 읽고 나서

 

 직장에 다니는 세 아이의 엄마인 나는 평일에는 근사한 밥을 해줄 수가 없다.

가정주부였을 때는 뜨끈한 국물과 계란말이라도 해서 챙겨줬는데, 직장을 다니는 엄마는 아침에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냉장고 속 재료로 간단하게 밥을 볶아서 주기도 하고 어젯밤에 먹었던 음식으로 아이의 입속에 몇 술을 먹인다.

우리 집에서 아니 내 기준으로 아이들에게 밥을 안 먹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다.     


주말 아침에는 아이들은 늦잠을 즐기는 시간 군산의 월명산의 정기를 받으러 산으로 가서 초록을 만나고 온다. 푸른 숲과 지저귀는 새들과 이나무에서 이 나무로 옮겨 다니고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청설모에게 말을 걸어보면서 산책을 즐긴다.

산책을 즐기고 돌아오는 산책로에는 산 아랫마을 텃밭에서 가꾼 채소를 가지고 나와서 파는 할머니 두 분이 계신다. 요즘에는 장사가 잘된다고 소문이 났는지 할머니 한 분이 더 와계셨다. 직접 텃밭에서 가꾼 거라고 믿음을 갖고 난 가끔 가벼운 것만 사 온다.    

 

시래기(연한 초록색 배추와 열무 삶은)가 올라가면서부터 눈으로 찜하고 갔다. 요즘은 물가가 올라서 그런지 가격이 2천 원은 없다. 무조건 3천 원 5천 원이다. 3천 원 값의 시래기를 사면서 몇 가닥 더 주는 할머니의 정으로 검정 봉지가 묵직해져서 달랑달랑 들고 집에 도착했지만, 여전히 아이들은 꿈나라이다.     

시래기를 길게 먹고 싶어서 깨끗하게 씻어서 머리 부분만 잘라서 된장과 마늘로 조물조물해서 된장을 지진다(끓인다.) 어제 남은 삼겹살은 아침부터 기름 튀면서 먹을 수 없어서 고추장 양념해서 볶아놓고 어르신 댁 세대 방문하러 갔을 때 인심 좋게 떡하니 따준 조금 늙어가는 호박을 지져 먹고 남아서 새우젓 넣고 볶아서 아이들을 깨운다. 아이들에게 여러 밑반찬과 오늘 만든 음식을 예쁘게 차리고 숟가락을 놓게 한다. 평일 저녁 식사와 주말 식사라도 한 상 차려서 잘 먹는다.


난 가족의 식사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어려서부터 풍족한 밥상은 아니었지만, 따뜻한 밥을 함께 먹는 것을 좋아했다. 혼자일 때가 많아서 외로운 것을 싫어하고 밥의 소중함을 잘 안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 지나가는 말로 “언제 밥 한번 먹게”하고 형식적으로 하는 말을 싫어한다. “아 그래 언제? 날짜 잡게” 바로 약속을 잡아야 한다. 밥이란 정이고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배지영 작가의 ‘소년의 레시피’를 두 번 읽었다. 이 사람 정말 복 있는 사람이구나! 생각하고 부러워했었다. 두 번째 읽을 때는 나도 이렇게 한 번 글을 써봐야지 하면서 읽었다. ‘남편의 레시피’는 읽기 전부터 부러웠다.

나도 카페에 노트북 가방 메고 가서 글을 쓰고 싶다. 나도 남편이 해주는 따끈한 밥을 먹고 싶다. 아내라는 숙명은 엄마라는 숙명은 끼니때마다 반찬을 무엇을 할지 걱정하는 ‘밥의 노예’라고 생각한다. 아들이 밥해주고 남편이 밥해주고 아 여자의 로망일 것이다. 부러우며 지는 것이다. 마음을 내려놓고 편안하게 읽어 보았다.     

늘 귀엽고 밝게 웃어주는 배지영 작가는 사랑받는 사람이란 것이 글에 잘 나오고 있다. 남편의 소박한 밥상은 사랑이었다. 아주 특별한 집이 아니면 어느 집이나 다를 게 없는 평범한 채소와 돼지고기로 만드는 정성 가득한 밥상, 난 ‘한국인의 밥상’과 ‘팔도 밥상’을 잘 보는 편이다. 배지영 작가님의 남편 강성옥 씨가 만드는 음식은 평범한 한국인의 밥상이지만, 그 안에 정성과 사랑이 가득 담겨있다. 먹는 사람을 생각하면서 만드는 과정을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강성옥, 끼니 챙기는 거 안 귀찮아?”

“때 되면 먹는 거지.”

“몸 아프고 힘드니까 간단하게 먹자.”

“무슨 소리야? 건강할 때보다 잘 먹어야지.”

(본문 내용)     


이 대목을 읽으면서 우리 할머니가 해 준 이야기가 여기서 나온다고 느꼈다. 아플수록 더 잘 먹어야 한다는 어른들의 이야기는 진리였다.     

강성옥 씨의 밥상에 올라온 겨울 무로 만든 무나물이 나오는 대목에서 배지영 작가는 20년 40년 전으로 끌려갔다 왔다고 한다. 나 역시도 가물거리는 추억 속으로 빠져버렸다. 어릴 때의 겨울은 무척 추었다. 할머니 댁의 장독대는 냉장고가 필요 없을 정도로 물 자박자박 넣고 멸치 몇 가닥 넣고 만들어 놓은 무나물이 올려져 있었다. 국물과 함께 먹었던 살얼음 무나물은 속이 뻥 뚫릴 정도로 시원했던 추억이 있어서 나도 지금도 제사음식의 나물 종류의 한 가지나물로 만들고 가끔 만들어 먹는다. 겨울 무로 아빠가 해준 무 밥을 기억한다. 무를 채 썰어 쌀과 함께 밥을 지어 간장 양념을 해서 싹싹 비벼 먹었던 기억 지금은 그 음식이 별미가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그리운 아빠의 모습을 기억할 수 있었다.     


‘남편의 레시피’를 읽으면서 행복감이 전해졌다. 책도 빠르게 못 읽는 나는 술술 읽히는 배지영 작가 글이 편안하고 좋다. 밥 잘하는 남편의 글이 아니다. 살림 못 하는 아내의 글이 아니다. 이 책 안에는 사랑이 가득하다. 남편의 차려주는 밥상은 그냥 밥상이 아닌 사랑이 담겨있는 밥상이었다. 읽는 사람도 행복해지고 그리움을 간직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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