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을 타고 인생 곡이 도착했다.

인생 곡

by 임세규

인생 곡


누구나 삶의 굴곡마다 따라온 인생 곡 하나쯤 있지 않은가. 이 노래들은 내 이야기처럼 들릴 때가 있다. 마치 내가 사랑을 하다 이별한 가사 속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가슴 아파하기도 한다.


10월에 어울리는 가수가 있다.고(故) 김광석이다. 노래하는 시인이라 불리는 그의 노랫말 하나하나가 마음에 울림을 준다. 아마도 먼 훗날까지 그가 남긴 명곡들은 잊히지 않을 것 같다.


김광석이 '라이브'로 연주한 통기타와 하모니카의 선율에 그의 영혼이 있는 듯하다.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의 마지막 부분이다. '잊혀간 꿈들을 다시 만나기 위해 편지를 써~ ' 허공을 부르짖는 그의 목소리는 절규에 가깝다.


또 하나의 심금을 울리는 곡이 있다. 사랑했지만.. 그대를 사랑했지만..

잔잔한 아르페지오가 홀을 울린다. '어제는 하루 종일 비가 내렸어..'

사랑했고 떠날 수밖에 없는 이의 마음을 표현한 곡이다. 그저 멀리서 바라볼 뿐 다가설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김광석의 말에 의하면 그는 이곡을 처음에 싫어했다. 사랑의 모습이 수동적이라는 이유다. 그는 사랑을 하는데 왜 다가설 수 없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어느 소모임에서 74세의 할머니 한 분을 만났다. 뜻밖의 이야기를 듣고 '사랑했지만'에 대한 생각을 달리 했다.


비 오는 날 우산도 없이 길을 걷던 할머니는 거리에 울리는 이곡을 들었다. 노래가 너무 좋아서 가던 길을 멈추고 곡이 끝날 때까지 서 있었다. 그녀는 누가 부른 건지, 제목이 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사랑했지만'을 들었다. 방송국에 전화를 해보니 김광석이었다. '아마도 할머니의 젊은 시절, 사랑했던 사람을 떠날 수밖에 없는 사연이 있었나 보다. 내가 부른 노래가 누군가에게 추억이 될 수 있구나. 이렇게 감동을 줄 수 있구나. ' 이후 김광석은 '사랑했지만'을 최선을 다해 불렀다고 한다.


내게는 인생 곡이 하나 있다. 1993년 10월 논산 훈련소다. 입소를 축하한다는 군악대의 우렁찬 행진곡이 연병장에 울려 퍼졌다. 부모님, 잠시 헤어지는 여자 친구와의 인사를 끝으로 스포츠머리의 예비 병사들만 남았다.


30 연대 1소대 내무반 안이다.


"일동 차렷! 논산 훈련소에 온 걸 환영한다. 앞으로 여러분의 교육을 맡게 될 소대장이다. 별명은 독사. 한번 물리면 죽는다. 나머지는 상상에 맡긴다 알겠나~''


''예~'' 병아리 훈련병들은 군기에 눌렸다.


''대답이 작다.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 오호라~ 이것들 봐라. 앞으로 취침, 뒤로 취침. '' 몇 번의 얼차려가 이어졌다.


"예~에 ~엣. 알겠습니다. ''


내부반에는 이십 대의 장정들이 '쩌렁쩌렁' 울리는 대답 소리가 진동했다.


집에서 입고 온 사제 옷을 벗었다. 소포 포장 상자에 넣고 집 주소를 썼다. 기간병이 군복을 나눠줬다. 군복을 입었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허리 사이즈가 맞지 않아 바지 자크를 채울 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바클도 고장이었다. 당황했다.


허리춤을 손으로 잡고 엉성한 자세로 군복 착용 검사를 받았다. 빨간색 모자에 독수리 마크의 소대장이 들어왔다. 지휘봉으로 나를 '꾹꾹' 찔렀다.


"이건 뭔가... "


" 바지 사이즈가 맞지 않습니다."


나는 큰 소리로 외쳤다. 훈련소 동기들이 '키득키득' 했다.


"여기가 사회처럼 옷가게 인가.. 군대는 옷에 몸을 맞추는 거다. 앞으로 취침. 뒤로 취침."


서러웠다. 말도 안 되는 억지지만 상관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해야 했다. 잠시 후 허리에 맞는 바지와 새 바클을 받았다.


난생처음 '불침번'을 섰다. 내무반 복도 앞에서 부동자세로 군기가 빠짝 들은 채 서 있었다. 어둠이 깔린 늦은 밤, 찬바람이 창문을 '덜컹덜컹' 흔들었다.


그 순간 조교 병장이 사무실에서 '라디오'를 틀었다. 평생 잊을 수 없는 인생 곡이 흘러나왔다.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였다. 덕수궁, 정동길 앞 교회, 광화문 네거리가 마치 눈 앞에 있는 듯 선했다. 눈물이 '핑' 돌았지만 애써 참았다.
스무 살의 앳된 군인은 그렇게 훈련소의 '첫날밤'을 보냈다.


'타임머신'을 타고 27년이 흐른 2020년 12월 06일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책상 앞에 내 '인생 곡' 이 도착했다.


*글 내용 중 김광석의 사랑했지만의 일화는 그가 라이브

공연에서 실제로 했던 이야기 임을 밝힙니다. *

*이미지 출처 : naver


'이제 모두 세월 따라 흔적도 없이 변하였지만
덕수궁 돌담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
다정히 걸어가는 연인들


언젠가는 우리 모두 세월을 따라 떠나가지만
언덕 밑 정동길엔 아직 남아있어요
눈 덮인 조그만 교회당


향긋한 오월의 꽃향기가 가슴 깊이 그리워지면
눈 내린 광화문 네거리 이곳에
이렇게 다시 찾아와요


언젠가는 우리 모두 세월을 따라 떠나가지만
언덕 밑 정동길엔 아직 남아있어요
눈 덮인 조그만 교회당


향긋한 오월의 꽃향기가 가슴 깊이 그리워지면
눈 내린 광화문 네거리 이곳에
이렇게 다시 찾아와요


언젠가는 우리 모두 세월을 따라 떠나가지만
언덕 밑 정동길엔 아직 남아있어요
눈 덮인 조그만 교회당. "


- 이문세, 광화문 연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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