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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세규 Mar 11. 2021

나는 나를 도저히 용서하지 못했을것 같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 영화를 본후.

리(주인공)는 보스턴에서 건물 관리를 하는 잡역부다. 그는 변기가 막히면 뚫어주거나 보일러 고장수리.. 전기 관련 일을 한다.

어느 날 조(친형)의 죽음 소식 (심장마비)을 듣고 고향 맨체스터로 가게 되는 리.  패트릭(형의 아들)의 후원자가 되어달라고 유언을 남긴 형.


과거의 아픈 상처를 마음속에 지닌 채 남은 생애를 살아야만 하는 리는 패트릭을 형대신 성인이 될 때까지 돌봐줄 자신이 없다.

영화 초반부는 조금 지루 할 수도 있지만 리의 고향인 맨체스터에서 일어난 과거의 사건이 전개가 되면서 몰입도가 오르기 시작한다.

" 누구나 실수를 합니다. 당신은 그저 끔찍한 실수를 했을 뿐이죠. "

조사를 받는 주인공 리에게 경찰관이 한 말이다. 리는 경찰관이 뒤돌아 있는 사이 총을 뽑아 자신의 머리에 겨누며 자살 소동을 일으킨다.

도대체 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이 부분은 직접 영화를 봐야 한다. 여기서 밝히게 되면 작품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평생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리는 맨체스터에서 살고 싶은 패트릭(형의 아들)과 갈등한다.

" 더 이상 못 버티겠어."


길을 걷다가 만난 예전의 아내가 리에게 했던 말에 마음이 저려온다.

" 앞으로도 계속 아플 거니까. ''


형의 죽음으로 인해 과거의 아픈 상처를 억누르며 살아왔던 리가 고향으로 돌아와 겪는 감정을 담담히 잘 그려낸 영화다.

리가 자신의 실수로 인해 가슴 아파하는 걸 관객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드는 생각이다.

' 만약에 내가 리였다면 어땠을까.. '

나는 도저히 나를 용서하지 못했을 거고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없었을 것 같다.

카타르시스란 비극을 봄으로써 마음에 쌓여 있던 우울함, 불안감, 긴장감 따위가 해소됨을 말한다.

막이 오른 후 자리를 뜰 수 없을 만큼의 진한 여운이 남는 영화는 슬픈 내용이 오히려 역설적이지만 잔잔한 마음의 정화를 남긴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를 극장에서 큰 화면으로 봤다면 옆자리에 앉은 이의 손을 꼭 붙잡았을거다.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 속에서도 명 배우들의 감정이 살아있다. 각종 영화제에서 상을 받을 만큼 잘 만들어진 작품이다.


가끔 지나간 좋은 영화를 추천받거나 우연히 발견할 때가 있다. 넷플릭스에 검색을 해봐도 안 나온다. 최근에 네이버 시리즈 온 앱을 이용해보니 가격도 저렴하고 괜찮은 듯싶다.



한 사람의 인생을 조용히 지켜본다. 그가 살아온 삶을 보고 듣고 공감하며 우리네 인생을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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