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고 오래된 기타 / 임세규
내게는 낡고 오래된 기타가 있다.
처음 기타를 샀을 때의 설렘은
두 딸아이가 태어났을 때의
설렘과 같았다.
참 희한한 일이 있다.
때로는 방치에 가깝게 먼지를
뒤집어쓰고 오랜 시간 제 몸
울려 주기를 기다렸던
낡고 오래된 기타는
얼마 전 새로 산 기타보다
울림이 더 좋다.
그는
오래된 고목처럼
항상 내 곁에서 묵묵히
나를 지켜 주었다.
그는
아내와의 첫 만남을
기억하고 있고
큰 딸아이의 첫 입학을
기억하고 있으며
둘째 딸아이의 첫돌을
기억하고 있다.
그는
아직 십여 년이 남은
나의 정년을 바라볼 것이며
큰 딸아이의 결혼을
기억할 것이며
둘째 딸아이의 대학 졸업을
기억할 것이다.
그는
내 인생의
첫 번째 동반자인 아내
다음으로
두 번째 동반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