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세규 Feb 18. 2022

내게는 낡고 오래된 기타가 있다.

낡고 오래된 기타 / 임세규

내게는 낡고 오래된 기타가 있다.

처음 기타를 샀을 때의 설렘은
두 딸아이가 태어났을 때의
설렘과 같았다.

참 희한한 일이 있다.

때로는 방치에 가깝게 먼지를

뒤집어쓰고 오랜 시간 제 몸

울려 주기를 기다렸던

낡고 오래된 기타는
얼마 전 새로 산 기타보다
울림이 더 좋다.

그는
오래된 고목처럼
항상  내 곁에서 묵묵히
나를 지켜 주었다.

그는
아내와의 첫 만남을
기억하고 있고
큰 딸아이의 첫 입학을
기억하고 있으며
둘째 딸아이의 첫돌을
기억하고 있다.

그는
아직 십여 년이 남은
나의 정년을 바라볼 것이며
큰 딸아이의 결혼을
기억할 것이며
둘째 딸아이의 대학 졸업을
기억할 것이다.

그는
내 인생의
첫 번째 동반자인 아내
다음으로
두 번째 동반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딸을 위한 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