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 ( 反轉 ) / 임세규
아침에 일어나 양치를 하고 세수를 하다가도 좋은 음악을 듣고 지하철역을 걷다가도 맛깔스러운 점심을 먹고
같이 먹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다가도 하루 종일 바쁘게 일하다가도 오후 5시가 되면 문득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을 하고 있는 겁니다.
사는 게 바빠서 사는 게 지쳐서 이른 새벽밥을 챙겨 먹고 마을버스를 타고 터벅터벅 지하철로 걸음을 옮기며 분식 같은 직원 식당 점심을 먹고 부단히 일을 마치고 오후 8시, 집 앞 건널목 신호등이 보이면 그대는 결혼 20주년이 되어 가는 겁니다.
[ 시 해설 ]
널 만난 건 행운이야
휴일에 해야 할 일들이 내게도 생겼어
약속하고 만나고 헤어지고
조금씩 집 앞에서
널 들여보내기가 힘겨워지는 나를 어떡해
처음이야 내가 드디어 내가
사랑에 난 빠져 버렸어
가수 김종서의 ' 아름다운 구속 ' 노래 가사가 마음에 쏙쏙 들어오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벌써 20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지나왔군요. 두 딸아이도 자라 큰 아이는 성년이, 둘째는 중학생이 되었습니다.
사랑도 어느새 현실이 되어 버렸지요. 집 대출금, 학원비, 등록금에 여유가 없는 생활이 반복됩니다. 얼마 전 둘째와 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꼭 필요한 것만 산다고 샀는데 10만 원이 훌쩍 넘어버린 계산서 때문이지요.
아~ 아~ 좋은걸 보고 듣고 먹고 있을 때 옆에 있었으면 함께 하고 싶은 했던 사랑들은 어디로 갔나요..
하지만, 그런 것 같습니다. 사랑은 나이가 들 수록 또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 갑니다. 친구 같은 대화, 말 안 해도 척척 맞는 호흡, 사는 게 힘들어도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 할 수 있는 사랑으로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