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 임세규
저녁 식탁에 조기가 올라왔다
생선을 발라 숟가락 위에 한점 올려놓는 것도 요령이 있으니
빈 접시 하나 놓고 생선을 올려 숟가락 끝으로 지느러미 윗부분에 살짝 대고 눌러 떼어 낸 다음 뭉툭한 생선의 아래 배 부분을 잘라내면 깔끔한 모양으로 다듬어진다
가장 먼저 생선을 좋아하는 둘째 가영이 숟가락 위에 한점 아빠가 발라주는 생선이 제일 좋다는 첫째 선영이 숟가락 위에 한점
저녁밥 하느라 수고한 아내 숟가락 위에 한점 다 발라내고 조금남은 생선 한 조각 크게 뜬 내 숟가락 위에 한점 밥 한술 위에 조기 한점 흐뭇한 미소 한점
저녁 식탁에 조기가 올라왔다
생선을 발라 숟가락 위에 행복 한점 올린다.
[ 시 해설 ]
이 시를 쓴 지 벌써 6년이 흘렀군요. 시간은 큰 아이를 성년으로 둘째 아이를 중학생으로 성장시켰습니다. 저 또한 50이라는 숫자를 나이로 갖게 되었지요.
" 생선 바르기 대회가 있다면 아빠가 1등 할껴.. "
아내가 그럽니다. 잘 발라진 조기 한 점이 식구들 숟가락 위에 올라갈 때 얼마나 흐뭇한지 모릅니다.
내리사랑이라 합니다. 제가 어릴 적 어머니는 아들이 제일 좋아하는 반찬을 밥 위에 올려 주시곤 했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내리사랑을 전하겠지요.
요즘은 한층 더 제 기술이 업그레이드됐네요. 간장게장 껍질을 벗겨 먹기 좋게 발라주는 것도 재미가 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