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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세규 Mar 13. 2022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시 해설 / 임세규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 정채봉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시간도 안 된다면

단 5분
그래, 단 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 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 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 내어
불러보고

숨겨놓은 세상사 중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 시 해설 ]  / 임세규

엄마라는 단어에는 기쁨, 슬픔, 믿음, 안타까움, 눈물, 사랑 등의 감정이 실려 있습니다. 올해 여든이 되신 필자의 엄마는 해가 갈수록 이곳저곳 불편함을 호소하십니다.

코로나로 인해 친구분들과의 어울림과 운동조차 편하게 할 수 없으니 건강 또한 약해지시는 듯합니다.

저는 엄마의 30대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제가 초등학교 입학 전이니까 대 여섯 살 때로 생각되는데요. 밭에서 일하는 엄마가 커다란 무 하나를 뽑으셨지요.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둑방길에 한 손은 제 손을 다른 한 손에는 저녁 반찬거리 무를 들고 엄마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정채봉 작가님은 2001년에 돌아가셨습니다. 그의 글 속에서 엄마가 하늘나라에서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의 바람이었지만 이제는 그곳에서 엄마를 만나셨겠지요.

그동안 숨겨놓은 세상사를 한 가지가 아니라 모두 일러바치고 엉엉 우셨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왜냐하면 엄마는 그런 존재이니까요. 설령 자식이 잘못했더라도 무한 내편인 사람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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