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든 찻잔이 뜨거우면 그냥 놓으면 됩니다. 사람들은 뜨겁다고 괴로워하면서도 잔을 놓지 않습니다.
- 법륜 스님 -
단순하고 가벼운 것 같기도 하지만 두 문장 속에 우리네 인생이 있습니다.
손에 든 찻잔이란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겠지요. 저는 사람과 사람 간의 영원한 숙제 인간관계를 찻잔이라 하겠습니다.
사람 사이의 갈등은 늘 있기 마련입니다. 10명 중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2명,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2명, 내게 무관심한 사람이 6명이라 하지요.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수 없는 거라는 말이 정답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자세히 보니 2 : 2 : 6 묘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지 않나요? 결국은 셈 셈이니까 마음이 평화를 이룰 수 있는 것도 같습니다.
가정이든 직장이든 인간관계의 갈등은 뜨겁고도 괴롭기까지 합니다. 법륜 스님의 말씀처럼 내려놓으면 되는데 그게 참 쉽지 않습니다.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지만 가슴으로 내려놓는다는 건 어려운 일이지요.
A라는 현상이 있다고 하면 바라보는 입장과 시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걸 서로가 인정하고 합의점을 찾아간다면 좋으련만 이건 지극히 교과서적인 발상이죠. 감정이라는 게 들어가 눈앞을 가리고 내 것만 생각하기 때문에 갈등이 일어납니다.
이는 곧 인간관계에 한정하지 않고 여러 상황에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지요. 내가 기분이 나쁘고 손해 본다는 관점이 아닌 버리고 내려놓는다고 달리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편해집니다. 그만큼 갈등의 요소들도 줄어들 겁니다.유연한 사고가 필요합니다.
아무리 좋은 책들과 좋은 문장,멘토를 해주시는 좋은 분들을 만나도 내가 바뀌지 않는 한 찻잔이 뜨거워도 계속 붙잡고 힘들어하겠지요.
저는 지금 집을 떠나 지인들과 함께 나지막한 계절의 가을밤을 보내고 있습니다. 모닥불을멍하게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두 번의 따뜻함이 스르르 스며들곤 합니다.
한 번은 추위를 녹이는 단순한 따뜻함이고, 두 번째는 아무 생각 없이 내려놓는 따뜻함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