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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세규 Sep 16. 2022

좋은 문장의 힘 1.

평생 함께 해야 할 친구.

정말로 행복한 나날이란 멋지고 놀라운 일이
일어나는 날이 아니라 진주알들이 하나하나
한 줄로 꿰어지듯이

소박하고 자잘한 기쁨이 조용히 이어지는 날들인 것 같아요.

 - <빨강 머리 앤> 중에서 -



까맣게 잃어버렸던 기억들을 찾아

떠나봅니다.


할머니 등에 업혀 잠이 스르르 들던 어린아이,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무렵 밭에서 일하고 돌아오는 엄마를 마중 나가는 소년, 친구들과 신나게 자전거를 타고 다니던 여의도 광장


버지가 사우디 근로자로 떠나기 하루 전 함께  다녀온 중국집의 자장면, 10년 후 김포공항에서 마주 잡은 아버지의 따뜻한 손


밤하늘 무수히 많은 별들이 우수수 떨어질 것 같은 한 여름의 시골 청양, 삽교천을 흐르는 지류에 살던 하포리의 물고기와 게들, 어머니 손을 잡고 오가며 바라본 초록의 논과 밭


졸업을 하고 떠난 부산행 열차 4월의 싱그러운 하늘, 군인으로서 마지막 식사를 하고 연병장을 가로질러 나오던 제대하는 날 아침, 제빵사 자격증을 손에 쥔 뿌듯함


월드컵 4강을 신혼여행 보라 카이에서 응원했던 그날 밤, 첫아이 선영이를 품에 안았을 때의 가벼움,

둘째 아이 가영이의 탯줄을 자르며 느낀 불꽃같은 감정


치열하게 살다가 맞은 동해의 파란 하늘과 바다, 퇴근할 때 차 안으로 가득 들어온 인천대교의 일몰, 그저 잔잔히 무탈하게 흘러가는 2022년 9월 16일의 오후..


행복하고 좋았던 나날들이 이어져 왔지만 눈앞의 고단함에 가려 잊고 살았네요.

살다가 문득문득 마주치는 어떤 좋은 순간들을 잡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기억들은 내일을 위한 힘이 되곤 합니다.


빨강 머리 앤의 말처럼 소박하고 자잘한 기쁨들속에 이어지는 행복한 시간들이 있었네요.


마음이 복잡하고 심란할 때 또는 내 가 처한 상황에 맞아떨어질 때 좋은 문장을 만나면 위로를 받거나 미처 깨닫지 못한 생각들을 얻고는 합니다.


평생 곁에 두어야 할 소중한 친구 중 하나를 뽑는다면 그  친구의 이름

좋은 문장입니다.


다가 지치고 힘들 때면 그 친구가 조용히 옆에서 가야 할 길을 알려주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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