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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세규 Oct 07. 2022

좋은 문장의 힘 5.

지금 찍어놓은 점들은 언젠가 연결되어 선이 되기도 한다.


쓸모없는 배움은 없었다. 어딘가에 써먹을 만한 것이 아니더라도 취미가 있는 삶은 어쩐지 멋지지 않은가.


취미 하나쯤 갖고 있는 삶은 무색무취의 일상에 향기를 더해준다. 똑같은 하루하루를 다채롭게 만들어 활력을 준다.


결과적으로 나라는 사람을 더 나답게 만들어준다


 -  잘될 수밖에 없는 너에게 / 최서영  - 



29살, 김광석의 서른 즈음이란 노래가 사무치게 와닿던 날이었습니다. 회사, 집, 집, 회사가 반복되던 어느 날 저는 결심하게 됩니다.


 ' 이대로는 살 수 없다. 뭐라도 해보자. '


그리하여 마침내 회사 근처 동사무소에서 운영하는 종이접기 직장인반의 홍일점이 되었지요. 


이게 웬일이란 말입니까.. 수강생 25명 중 남자는 저 혼자였습니다. 대부분 초등학교, 유치원 선생님들이 아이들과 소통을 하기 위해서 배우러 오셨어요. 그 와중에 뜬금없는 180cm의 거구가 오물조물 색종이를 만지고 있었으니 주목될 만도 했습니다.


제가 왜 종이 접기를 배우려고 했을까요? 그때 저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들을 생각했지요. 참, 김칫국을 먼저 마시고 뜬금없는 생각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배워두면 언젠가는 쓸모가 있지 않겠나 싶었네요.


그로부터 2년 후 저는 결혼을 했고 세월이 흘러 두 딸아이의 아빠가 되었습니다.


' 지금 찍어놓은 점들은 언젠가 연결되어 선이 되기도 한다. '


남들이 보면 다 큰 남자 총각이 무슨 종이접기를 배우냐 싶었겠지만 취미는 결국 제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고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그때 배웠던 종이접기는 여우가 되고, 학이 되고, 곰이 되고, 토끼가 되고, 인형이 되어 두 딸 아이들의 기억 속에 추억이라는 굵직한 선을 남겼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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