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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세규 Dec 24. 2022

전교부회장 선거에 나가는 딸이 들은 충격적인 말

아빠 껌딱지였던 딸이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자란 새들이 어미를 떠날 준비를 하는 것처럼..


오늘은 친구 9명과 함께 크리스마스이브를 즐기러 간다고 신이 나있다. 지난주 전교 학생 회장 선거를 도와준 친구들인 모양이다.




얼마 전까지 만해도 집순이 었던 딸이 친구들과 잘 어울리며 학교 생활을 잘하고 있는 모습이 흐뭇하다. 그런데 한달 전 가영이가  학생회장 선거에 나간다고 했을 때 우리 가족은 모두 깜짝 놀랐다.


학교 학원 집, 학교 학원 집, 주말에는 집, 일상이  다람쥐 쳇바퀴 돌듯 늘 똑같던 아이가  뜬금없이 회장 선거에 출마를 해야겠다고 하니 말이다.


" 우와 ~ 우리 가영이가 학생 회장선거에 나가다니.. 집안의 영광일세~ 아빠, 엄마, 언니도 안 해본 건데, 정말 자랑스럽다. "


" 이번 선거에 후보자는 총 6명인데요. 그중에  남자가 2명, 여자는 4명이에요. 일단은 저를 도와줄 친구들이 많고 활동적인 아이들로 섭외를 해놨어요. "


" 오! 어른들 선거로 말하자면 참모들과 선거운동원들을 확보해놨구나. "


 " 공약은 여러 친구들 의견을 듣고 그중 가장 좋은 것들로 추렸어요. 예를 들면 비 올 때 우산을 가져오지 못한 친구들을 위해 우산 비치함을 만들겠다는 거죠. "


" 이번주 토요일 청소년 수련관에 모여서 아이디어 회의도 하고 선거 플래카드도 만들기로 했어요. 미술을 잘하는 친구가 도와준다고 해서 정말 고마웠어요. "


마냥 어린 줄만 알았던 딸이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계획하고 친구들의 의견을 조율하는 방법까지 알다니.. 대견스러웠다.


학생 선거는 어른 선거의 축소판이다. 부정행위 즉, 선거운동의 규칙이 정해져 있는데 일부는 이를 따르지 않았던 모양이다. 선생님의 제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홍보 날에는 서로가 경쟁하며 후끈 달아 오른 분위기였다고 한다.


그날 학교에서 돌아온 딸아이가 시무룩한 채 방에서 나왔다.


" 우리 딸, 아빠와 잠깐 대화 좀 할까?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니.. "


늘 해맑은 얼굴로 다니던 녀석의 얼굴 표정을 보니 단숨에 알아챌 수 있었다.


" 아빠, 오늘 학교에서 충격적인 말을 들었어요. "


" 어 그래? 무슨... "


" 당선되지 않을 건 뻔한 사실인데 왜 선거에 나갔냐고, 선거에 나간 이유를 알고 싶다고 선생님이 물으셨어요. "


딸아이에게 그 말을 듣는 순간 귀를 의심했다. 잘못 들었나... 나 역시 충격적이었다.


" 그래서 가영이는 뭐라고 대답했니? "


" 저는 새로운 걸 좋아해요. 뭔가 도전을 할 때 흥미를 느끼는 것 같아요. 기분이 좀 나빴지만 그렇게 말씀드렸어요. "


울먹울먹 할 듯도 한데 딸은 의외로 담담하게 말했다.


평소 그다지 활동적이지도 않고 조용한 가영이가 학생회장 선거에 나간다고 하니 선생님은 궁금하셨나 보다. 하지만 앞의 말은 너무 직설적이셨다. 무심코 하신 말씀이 아이에게 상처가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하지 못하신 듯하다. 아마도 학생회장 선거는 부모의 뒷힘? 과 친구가 많고 인기 있는 아이들이 당선될 확률이 높은데 별로 튀지도 않은 딸이 선거에 나가겠다니 의아해했을 수도 있다.


" 음... 선생님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많이 당황했겠구나. 답변을 제대로 못한 것 같아서 가영이 마음이 찜찜하겠지.. "


딸아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선생님 말씀이 조금 지나치셨네. 응원을 해주셨으면 정말 고마웠을 텐데. 하지만 냉정한 현실을 알려주신 거 아닐까..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뭐. "


" 아빠는 과정과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우리 가영이는 이번 선거에서 많은 걸 깨달았지. 우선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에 옮겼잖아. 아빠나 엄마한테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았고. "


"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가영이를 적극 도와준 친구들과 공약, 연설문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리더십이 뭔지를 알았잖아. 또한 선생님께 말한 것처럼 내가 무엇을 할 때 가장 흥미를 느끼는구나를 알았다는 거. 그게 가장 중요하단다. "


" 좋은 경험은 인생의 소중한 자산이지. 사람의 삶은 희로애락의 연속이란다. 즐거울 도 있지만 슬프고 힘이 들 때도 있어. 그럴 때 과거에 내가 경험했던 일들이 나를 도와주기도 해. "



이번 학생 회장 선거로 나는 딸아이에게 이런 면이 있다는 걸 알았다. 매일 보는 가장 가까운 아빠, 엄마도 몰랐던 거다. 어린 시절 큰 딸아이 역시 엄마 뒤에 숨어 쭈뼛쭈뼛 하더니 이제는 어엿한 성인이 되어 가수를 꿈꾸고 있다.


타고난 천성이 있다고 한다. 이를 바탕으로 매일 집에서만 웅크리고 있던 아이는 세상을 향한 준비를 위해 스스로 알아서 내공을 키우고 있었던 모양이다.


다음 주 월요일이 학생회장 당선 발표다.


" 씩씩하고 당당해진 가영아 ~ 파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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