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세규 Mar 26. 2023

어지럽히는 사람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 있구나~

우리는 너무 가까우니  당연함을  잔소리처럼 인식한다. 가까워서 벌어지는 오류다.


딸아이들은 정리 정돈을 잘 못한다. 외출해서 돌아오면 소파 위는 윗도리며 바지가 널브러져 있다. 바로 옆에 옷걸이가 있는데도 말이다. 양말은  뒤집어 놓아야 바깥쪽이 빨리는데 벗은 그대로 있다. 택배 물건 또한 내용물만 쏙 가져간 채 박스는 정리를 안 한다.

그 정도는 뭐 다들 그렇게 사는 거지 뭐..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길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것들에서 마찰이 일어나곤 한다. 정리정돈을 말하면 들은 당연히 해야 할 임에도 불구하고 잔소리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이 사소한 갈등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한참을 생각하다가 어릴 적에 마가 늘 하시던 말이 떠올랐다 ' 어지럽히는 사람 있고 치우는 사람 따로 있네 ' 그러고 보니 나 역시 부모님 밑에서 성장할 때 그랬었다. 정리하고 청소하는 사람은 늘 엄마였던 거다.


이제는 엄마 역할을 내가 하고 있다. 그때 엄마가 했던 말 그대로 따라 하면서.. 지금은 아무리 정리정돈을 외쳐도 딸들에겐 한쪽 귀로 들어와 다른 쪽 귀로 흘러 나갈 것 같다. 나 역시 그랬었으니까..


우리 딸들 역시 지금은 모를 거다. 부모가 되면 알 것 같다. 어지럽히는 사람 있으면 치우는 사람이 있어서 집안의 평화가 유지된다는 걸..

우리가 단잠을 자는 사이 환경 미화원들은 거리의 쓰레기를 수거한다. 그들묵묵한 수고로움 때문에 청결함으로 우리는 아침 출근길을 오른다.


세상만사도 그렇다. 어지럽히는 사람들이 있으면 치우며 정리하는 이들이 있어서 세상은 톱니바퀴처럼 돌아간다.


널브러진 옷을 정리하고 아무렇게나 벗어 놓은 양말을 아무 말 없이 제대로 뒤집어 놓는 아빠가 있듯이 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