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선택은 둘 중 어느 것이었을까요? 이 문제는 중학교 1학년인 둘째 딸아이 역사 시험 문제입니다. 가영이는 O를 선택했다고 합니다. 왜 그런지 이유를 물으니 청동기 시대니까 당연히 청동으로 만든 농기구를 만들었을 거라 생각했다고 합니다.
언뜻 문맥의 흐름을 따라가면 맞는 내용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불길한 예감은 언제나 맞아떨어집니다. 정답은 X입니다.
답이 X인 이유는 청동기 시대의 청동은 아주 귀한 재료였던 거죠. 힘이 센자가 생겨난 계급 사회에서 청동은 제사용 도구나 장식품등을 만드는데 사용했습니다. 일반 평민들은 청동을 가질 수 없었으니 청동으로 농기구를 만들 수 없었을 겁니다.
여전히 청동기 시대의 농기구는 신석기시대에서 사용하던 간석기들이 좀 더 정교하게 만들어져 사용되었겠지요. 대표 유물로는 반달모양 돌칼이 있습니다.
반달 모양 돌칼 역시 역사 시험 문제에 자주 등장 하는 녀석인데요. 이것 또한 마찬가지로 신석기시대와 청동기 시대의 유물을 구분하는데 헷갈리는 유형으로 나옵니다.
주말이면 둘째와 식탁에 앉아 역사책을 펼쳐놓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일주일 동안 학교에서 배운 내용 중 이해가 잘 안 된 내용이나 어려운 용어를 쉽게 풀어서 알려줍니다. 제가 아는 범위가 넘을 땐 함께 정보를 모으고 찾아보며 공부합니다.
학창 시절 저는 국사가 참 싫었습니다. 일단 외워야 하는 내용들이 너무 많았구요. 꾸준한 공부가 아닌 ' 벼락치기 ' 의 후유증은 시험을 본 후엔 바로 기억 속에서 지워지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또다시 시험이 오면 암기해야 할 범위도 헷갈리는 내용도 많아지고 결국 에라 모르겠다 ~ 찍자 ~로 가곤 했습니다.
이랬던 제가 딸아이를 가르치다니요. 참 뭔가가 이상하죠.하지만 저는 학창 시절에 깨닫지 못한 역사 공부의 중요성을 어른이 되어서야 알게 됐습니다.
흔히들 묻습니다. '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 역사는 반복되고 이를 통해 반성을 하며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함이다.
그렇습니다. 역사는 늘 과거를 통해 현재를 또는 미래를 알려주고 있으니까 말이죠. 하지만 우리는 되풀이되는 역사를 알고 있으면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때도 있습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임진왜란은 1592년 ~ 1598년까지 우리나라를 침략한 일본과의 전쟁입니다.이 당시 조선의 시대적 배경은 혼란 그 자체였습니다. 정치는 연산군 이후로 4번의 사화가 있었어요. 사화란 조선시대 대표 정치 세력인 훈구파와 사림파의 격한 분쟁을 말합니다. 사림파의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사건들입니다.
훈구파와 사림파.. 참 탈도 많고 할 말도 많은 분들이지만 어쨌든 1592년 선조 즈음에는 훈구파에게 큰 화를 입은 사림파가 정국을 주도하게 됩니다. 결국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까요..
권력을 잡은 사림파는 훈구파에게 자신들이 당했던 만큼 갚아주려 했습니다. 눈에 불을 켜고 있었겠지요. 정쟁으로 나라가 혼란하니 군사력은 형편없이 떨어졌습니다. 건너편 일본은 전국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등장으로 힘을 키워가고 있었구요.
결국 일본의 침략으로 무방비인 채 당한 우리나라가 입은 상처는 두말할 것도 없습니다. 수많은 백성들이 전쟁포로로 끌려가고 국토의 경작지는 그야말로 초토화 됐지요. 왜란 이후 백성들의 삶은 하루하루가 끔찍했으리라 상상됩니다.
앞서 말했듯 역사는 되풀이됩니다. 일본은 또다시 침략했고 우리는 일제강점기 ( 1910년 ~ 1945년 )까지 고통을 받게 됩니다. 이때의 정치적 상황도 혼란스러웠습니다. 시대를읽지 못한 흥선대원군과 외척을 등에 업은 민비와의 갈등이 조선 패망까지만드는 지경까지 이르게 했죠.
이러한 역사의 반복은 오늘날까지 이어집니다. 민주화가 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정치권의 갈등은 국민 삶을 힘들게 합니다. 다시 정권을 잡은 국민의 힘과 민주당의 갈등은 혼란스럽습니다. 조선시대와 비교를 하자면 국민의 힘은 (훈구파 )가 민주당은 (사림파)가 되는 거죠. 그 옛날 권력 다툼이 현재도 똑같이 일어나고 있네요.
역사가 되풀이된다는 건 그 옛날 석기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의 삶은 비슷하게 살아왔다는 의미가 아닌지요. 문명이 발달할수록 편리함은 더욱 많아지겠지만 사람과 사람사이의 감정 다툼은 변함없이 반복되어 왔습니다.
개인의 삶에도 역사가 있고 이 역시 되풀이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역사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 이유입니다. 살다 보면 서로의 생각이 다르다 보니 갈등은 반드시 있기 마련입니다. 좀처럼 쉽게 풀리지 않았던 일들도 있었습니다. 과거의 경험은 개인의 역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과 지혜를 얻어 낼 수 있는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