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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세규 Mar 16. 2023

손세차장 주인장은 왜 그랬을까?


     ' 차문을 열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




아내와 함께 마트에서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 세차 좀 해야겠는걸 "

" 내부가 온통 머리카락 투성이야 "

" 오래된 과자 부스러기도 사이사이 있고 "

" 어제 기계세차를 했으니까 내부만 청소기로 하면 될 것 같네 "


마침 사거리를 지나 오른쪽으로 손세차장이 보인다. 내가 직접 하는 것보다 약간의 비용을 지불하면  훨씬 깔끔하게 내부 청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 여보 오랜만에 돈 주고 손세차할까? 묵은 먼지들도 많고 좀 귀찮기도 하고.. "


" 그리 하시지요 ~ 세차 맡기고 커피 한 잔 하고 오자. "


세차장 사무실 문을 연다. 직원인가? 사장님인가? 50대쯤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있다.


" 저 ~ 세차하려고요. 외부는 어제 기계세차 했으니 내부만 하면 될 것 같은데요. 비용이 얼마일까요? "


" 우리는 내부 세차만 안 해요. "


어! 대답이 어딘가 모르게 뚱 ~ 한 아주머니다. 무뚝뚝한 말투에 불친절한 대꾸다.


" 그럼 뭐 같이 해주세요~ "


" 3만 원이에요. 1시간 정도 걸려요 "


뭐지.. 이 찜찜한 기분은.. 사람의 표정과 어투에는 감정이 실린다. 그녀에게 내가 무슨 잘못을 했나? 아니면 원래 그런 성격인 것 같으니 이해를 해야 하나? 


아무튼 석연치 않은 느낌을 받은 채 아내와 나는 인근 커피숍으로 향했다. 


" 손세차를 받고 운전하면 정말 상쾌한 기분이 들어. 차는 오래됐지만 새 출발 하는 느낌이랄까.. "


" 언제 오라고 그랬어? "


" 1시간 정도 후에 오라고 그러던데. 아마 다 되면 전화 줄 거야. "


아내와 둘이서 오랜만에 갖는 여유로움이 좋았다. 세차장에서 전화는 오지 않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시계를 보니 이쯤 되면 세차가 다됐다 싶어 커피숍을 나왔다.


아직은 쌀쌀했지만 햇볕이 따뜻했다. 멀리서 우리 차가 보였다. 어제 기계세차를 했으니 물만 뿌려도 외부는 깨끗하겠고 차 내부도 깔끔 해졌겠지.. 그러나 아까 그 뭔가 찜찜한 예감은 현실이 되어 돌아왔다.


 ' 차문을 열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


사이드 브레이크 옆 구석에 있는 머리카락은 그대로 있었고 시트아래의 과자부스러기도 그대로였다. 심지어 뒷 유리창 앞에 놓아둔 물건과 앞 좌석 문 수납공간을 보자 먼지가 그대로였다.


내부 물건의 위치가 그대로 있다는 건 구석구석 닦지를 않고 눈에 보이는 데만 물걸레로 대충 닦았다는 걸 말한다. 내부 세차를 받으면 스프레이 세정제 냄새가 나야 하는데 아무 향기도 없었다.


아니 구석구석 먼지. 이물질 제거 서비스는 내 욕심이라고 치자. ( 비용을 지불했으면 당연히 받는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그러면 눈에 확 보이는 머리카락들과 과자부스러기는 뭔가..


너무도 어이가 없어서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 사장님 ~ 잠깐 나와보시겠어요? 저기 확인 좀 해주세요. "


" 이건 정도가 너무 심한 거 아닌가요? "

" 걸레로 대충 닦은 거 같아요. "

" 세정제 냄새도 나지 않고요. "


머리카락과 의자 밑 과자부스러기를 보여주며 말했다. 그녀는 인상을 찌푸리며 걸레로 슥슥 닦는 시늉을 했다. 황당했다.


" 우리는 걸레로만 닦아요. "


이건 뭐지? 무뚝뚝 한 그녀의 대답에서 내 머릿속에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그럼 친환경 손세차인감? 속으로 욱! 하는 감정을 겨우 추슬렸다.


" 제가 손세차를 하는 건  제가 닦는 것보다는 좀 더 잘해주실 거라는 생각으로 맡긴 거죠. 이 정도는 제 손으로 직접해도 되는 거 아닌가요?"


그녀는 다시 한번 인상을 찌푸리고는 직원을 불렀다.


" 야~ 이거 다시 해드려라 ~"


이건 무슨 상황인지. 짜증이 섞인 어감으로 자기 직원에게 명령하듯 말하는 게 더 화가 났다.


" 아니! 이보세요. 일단 아까 그걸 보시고 제일 먼저 하셔야 되는 건 사과가 아닌가요? 그리고 1시간을 기다렸는데 또 기다리라고요? 손님에게 양해를 먼저 구하셨어야 하죠 ~ "


내가 언성이 높아지자 아내가 나를 가로막았다.


" 여보~ 그냥 가자~ 더 이상 말해봤자 우리만 손해야. 이상한 곳이네. "


나는 손세차에 대한 정당한 비용을 지불했다. 새 차처럼 반짝이기를 원한 것도 아니다. 그래도 이전에 받아본 손세차하고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세차장 여주인도 이상했다.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도 미안한 기색이 없다니..


다시 그 세차장 이용을 하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주인장은 무슨 생각으로 손님을 그렇게 대하는지 나 원참..  알 수 없다. 좀 더 차분하게 대화를 했어야 했나.. 불편한 기분은 반나절을 갔다.


세차장을 나오면서 동남아시아 계통의 한 남자가 우리 차를 멀뚱멀뚱 바라보는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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