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를 쉽게 떠나지 않는구나

by 임세규

이번에도 감기 루트 (route)는 어긋나지 않고 따라온다. 큰 아이가 며칠을 앓더니 두 번째는 둘째 아이로 그다음 나는 현재진행이다. 감기다. 지독한 목감기다. 2주일째 잠을 제대로 못 잔 이유는 기침 때문이다. 약을 먹어도 증상은 완화되지 않는다. 오히려 더 심해지는 듯하니 미칠 노릇이다.


지난겨울 온 가족이 코로나 감염으로 고생했다. 그때도 똑같았다. 큰아이, 둘째 아이, 나, 아내 이렇게 차례대로 증상이 나타났다. 코로나에 걸린 이후 비슷한 감기증상이 또 찾아왔다.


찢어지는 듯한 목 통증은 코로나와 똑같다. 다행히 열은 나지 않는다. 혹시 몰라 코로나 검사를 해보니 정상이다. 감기는 코로나 유행 이후 처음이다. 거의 3년을 (코로나 확진 빼고 )감기에 걸리지 않은 건 마스크와 손 씻기의 역할이 큰 듯하다. 그러나 코로나 19 거리두기 해제 이후에도 두 가지는 꼭 지켰지만 결국 바이러스가 승리의 미소를 짓고 있다.


감기는 치료제가 없다. 인류의 오랜 숙제다. 과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영원히 풀 수 없는 과제다. 200여 개의 바이러스가 계속 제 몸을 바꾸니 쫓아가기란 불가능하다. 우리가 먹는 약 들은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줄 뿐이다. 대부분의 감기 질환은 자가 면역으로 치유 된다. 결국 아무리 아파도 웬만한 감기는 시간이 해결해 주는 셈이다.


항생제에 대한 오남용 우려가 있다. 항생제는 2차 감염에 의한 폐렴이나 중이염으로 진행되는 걸 막기 위해 쓴다. 심한 증상이 아니면 대부분의 감기는 항생제가 필요 없다. 유독 우리나라만 항생제 처방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항생제에 대한 흥미로운 일화가 있다. 인류의 수명을 30년이나 연장시킨 항생제는 누가 만들었을까.. 인류 역사를 바꿔놓은 두 사람은 독일의 생화학자 도마크 (1895 ~ 1964)와 영국의 세균학자 플레밍 (1881 ~ 1955)이다.

흔히들 플레밍의 페니실린을 최초의 항생제라고 알고 있지만 도마크의 설파제도 있다.

두 사람 모두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많은 수의 군인들이 싸움으로 인한 사망보다 세균 감염성 질환으로 죽는걸 보고 안타까워했다. 플레밍은 1928년 우연하게 페니실린을 발견했다. 실험실에 배양해 놓은 세균을 뚜껑을 닫지 않고 휴가를 다녀왔는데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곰팡이가 세균을 모두 먹어치웠다.


도마크는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결과 1932년 프론토실 레드(설파제)라는 화학물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쥐를 통한 실험 결과 세균성 감염에 매우 효과적이었다. 그런데 이를 입증하기 위한 테스트를 사람에게 해야만 하는데 기회가 왔다. 자신의 딸이 바늘에 찔려 염증으로 팔을 잘라내야만 하는 상황( 1935년 )이 일어났다. 도마크는 딸에게 설파제를 복용시킨 후 세균성 감염에 의한 염증이 모두 사라졌음을 알게 됐다.


플레밍은 최초의 항생균을 발견 했고 도마크는 인체 실험을 통해 입증을 했다. 이후 많은 의사와 학자들에 의해 항생제는 발전했다.

미국은 웬만한 감기 정도는 병원에 가지 않는다. 병원을 가기 위해 한 시간 이상을 운전해야 하는 환경적 요인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감기는 꼭 약을 먹지 않아도 충분히 쉬면 낫는다는 인식이 있어서 학교나 회사에서 쉴 수 있도록 배려를 많이 해준다고 한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에게 감기를 옮길 수 있으니까 말이다. 우리 회사 분위기 하곤 대조적이다. 며칠을 쉬어야 낫는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


콧물은 왜 그리도 나를 괴롭히는지 특히 잠을 잘 때가 고역이다. 목 뒤로 넘어가는 느낌에 뭔가 목에 걸린듯한 찜찜한 기분이다. 콧물에 관련된 약을 먹으면 졸리다. 이번 감기는 끈질기다. 2주일을 이러고 있으니 말이다. 약과 주사, 목에 좋다는 생강차, 꿀차, 가습기등 별여별 짓을 다해도 소용없다.


감기~


나는 너와 이별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만 너는 나를 쉽게 떠나지 않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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