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사람이 아름답고, 사람이 희망입니다

삼척 2박 3일 꿈 같은 여행

by 임세규

지난주 금요일에 삼척을 다녀왔습니다. 2박 3일의 여정이었죠. 아내의 일이 끝나는 대로 출발해서 오후 8시쯤 도착했습니다. 월천리는 삼척에서도 좀 더 들어간 곳이었습니다.


18년째 되는 가족 모임에서 16년 동안 총무를 맡고 있습니다. 비록 작은 모임이지만 서로의 신뢰가 있어 오랜 시간 재정을 담당할 수 있었던 것 같네요. 다섯 명이 모였다고 해서 엽전 닷냥입니다. 그동안 3살이었던 큰 아이는 21살이 되었고 둘째 아이가 태어나 중2가 되었어요.


차에서 내려 마당 넓은 시골집으로 들어가자 집주인과 먼저 도착한 일행들은 환한 웃음으로 아내와 저를 맞이해 주셨습니다. 대리석 위의 삼겹살은 지글지글 익어가고 강원도의 까만 밤은 깊어지고 있었습니다. 삼겹살은 역시 돌판 위에서 익어야 제대로 그 맛을 느낄 수 있죠.

벽돌로 만든 임시 아궁이에서 타는 장작불을 바라보고 있으니 소란스러운 도시의 시간들이 사라지는 듯했습니다. 잠시 저희 다섯 명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연장자 순으로 박필희, 이형주, 강대준, 임세규, 김성훈 이렇게 다섯 가족입니다. 연령대는 40~60대입니다. 우리는 모두 한 직장에서 만났습니다. 모임 장소를 제공해 주신 분은 대준 형입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살고 계셨던 집이라고 합니다. 어린 시절을 그곳에서 보냈구요.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란 제게는 이런 시골집의 추억이 많이 있지 않습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 손을 잡고 명절 때 다녀오던 아버지 고향 청양과 삽교에 대한 기억이 조금 남아 있을 뿐이죠.


큰집은 옛날 아궁이가 그대로 있었습니다. 큰어머니가 볏짚을 한 줌씩 넣으며 장작에 불을 지피시는 모습, 어쩌면 조선시대부터 사용해 왔을지도 모르는 부엌 뒷문을 열면 작은 논이 바로 코 앞에 있었는데 문 여는 소리에 놀랐는지 청개구리 한 마리가 폴짝 뛰어 논 속으로 도망가는 풍경, 한 움큼 잡으면 쏟아질 듯 촘촘히 밤하늘을 수놓았던 별들은 잊지 못할 추억들입니다.


늦은 저녁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캠프파이어를 했습니다. 쌀쌀한 강원도의 밤이 두런두런 장작불과 함께 훈훈 해졌습니다. 불 ~ 멍이라고 하죠. 걱정과 근심은 모두 빠알간 불속으로 스며들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새소리에 잠을 깼습니다. 느지막한 오전 햇살과 맑은 공기를 즐기면서 커피 한잔을 마셨습니다. 행복이란 이런 거지... 더할 나위 없더군요. 집과 5분 거리의 해변에서 일출을 보려 했지만 새벽까지 이어진 술자리 때문에 일찍 일어나지 못해 다음 기회로 남겨두었습니다. 부대찌개로 아점을 먹고 미리 잡은 일정대로 도화동산으로 출발했습니다.


도화 동산은 경북 울진의 명소입니다. 삼척의 월천리에서도 30여분이 걸리더군요. 과연 명성대로였습니다. 구름과 산이 어우러진 탁 트인 전망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다만 얼마 전 뉴스에서 보도 됐던 산불 때문에 검게 그을린 산 능선이 아쉬웠습니다.

형수님과 아내를 부르니 돌아봅니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 찰칵 ' 옴마 ~ 인생 사진이 나와부렀군요~


다음 행선지는 성류굴입니다. 석회암 동굴로 성불이 머문다는 동굴이라고 합니다. 임진왜란 때 백성들이 왜구를 피해 성류굴로 숨었는데 왜놈들이 입구를 막아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 곳이기도 하구요.

들어가는 입구가 작았지만 내부는 넓은 공간이었습니다. 바로 눈앞에 있는 자연의 신비를 보고 있으니까 경외감마저 들었습니다.

나오는 출구에서 제일 맏 형수님이 활짝 웃고 나오십니다. 언제나 밝은 에너지를 나눠 주시는 우리 형수님 포즈가 멋지십니다.


이번에는 둘째 날 일정의 하이라이트였던 고포 해수욕장으로 가보겠습니다. 그야말로 아담한 사이즈의 해변은 한적해서 일행 모두가 좋아했습니다. 마침 차 안에 파라솔이 있어서 햇빛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파란 바다에 발을 담그고 걷다 보니 동해의 맑은 기운이 온몸으로 스며드는 듯했습니다.

짜잔 ~ 놀다 보니 배고픔도 잊고 있었네요.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농협 마트에 들러 삼겹살과 수박을 샀습니다.

아니 이게 웬일입니까.. 집주인 (대준형) 이 손수 요리해 주신 주꾸미 볶음밥은 모두의 극찬을 받았습니다. 팔아도 될 맛이었지요.

오후 7시 즈음 마지막 가족 (형주형)이 합류를 했습니다. 형수님이 근무를 다른 사람과 바꿀 수 없었다고 합니다. 완전한 엽전 닷냥이 되었습니다. 어젯밤도 함께 했으면 좋았으련만 형주 형이 없으니 허전하더군요.

우리 가족의 막내 성훈이의 딸 세연이의 단독 라이브 공연이 있었습니다. 무대를 즐기는 세연이는 어른들의 박수를 받으며 목청껏 노래를 불렀습니다. 조명 아래 ' 문어의 꿈 ' 이 넓은 마당에 울려 퍼졌습니다. feel 받은 세연이는 여러 곡을 부르며 귀여움을 마음껏 뽐냈지요.


올해 6월 퇴직을 하시는 필희 형님과 작은 불꽃놀이를 하고 모닥불 앞에 둘러앉아 시 낭독을 했습니다.




하늘 냄새 / 법정


사람이 하늘처럼
맑아 보일 때가 있다
그때 나는 그 사람에게서
하늘 냄새를 맡는다

​텃밭에서 이슬이 내려앉은
애 호박을 보았을 때
친구한테 먼저 따서
보내주고 싶은 생각이 들고

​들길이나 산길을 거닐다가
청초하게 피어있는 들 꽃과
마주쳤을 때

​그 아름다움의 설렘을 친구에게
먼저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이렇게 메아리가 오고 가는 친구는
멀리 떨어져 있어도
영혼의 그림자처럼 함께할 수 있어
좋은 벗이다

​같이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장점을 세워 주고
쓴소리로 나를 키워주는 친구는
큰 재산이라 할 수 있다

​인생에서 좋은 친구가
가장 큰 보배다



다음날 아침 새벽 4시 저희 먼저 출발을 했습니다. 어두컴컴한 국도를 달려 고속도로에서 일출을 맞이했죠. 일요일에도 출근해야 하는 아내가 안쓰러웠습니다. 7시 30분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꿈같은 강원도 여행이었네요. 모두들 오후 1시경 잘 도착했다는 '톡'이 왔습니다.


사람이 희망이다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세상의 중심은 사람이지요. 사람 때문에 웃고, 기쁘고, 슬프고, 힘들고 때로는 사람과 함께 고단한 인생살이를 함께 의지 하며 살아갑니다. 저는 ' 모두가 함께 '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모두 함께 부족함이 있다면 앞에서 끌어주고 모자람이 있다면 든든히 채워주려 한다면 그 어떠한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물질이 풍요로운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더 많은 소유를 위해 아등바등하기도 하죠. 그러나 함께하는 신뢰와 믿음, 나눔의 배려가 필요합니다. 오랜 세월 다섯 가족의 만남을 이루게 만든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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