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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세규 May 05. 2023

감정의 가격

                 ' 감정에도 가격이 있다. '




문이 잠겨 열쇠공을 불러야 하는 상황이다. 초보 열쇠공을 A라 하고 숙련된 열쇠공을 B라 하자. A는 이제 막 기술을 배웠고 B는 산전수전 다 겪은 열쇠공이다. 잠긴 문을 여는데 A는 낑낑 거리며 1시간걸린다. 반면 B는 3분도  안 돼서 문을 연다.


두 열쇠공에게 지불 한 출장비는 각각 5만 원이다. 자, 여기서 잠깐 인간의 심리를 살펴보자. A는 B에 비해 57분이나 늦게 문을 열었음에도 불구하고 팁까지 받았다. B는 빨리 열어 줬으나 5만 원을 깎아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실용적인 면에서 보면 B는 A보다 훨씬 빨리 열었으므로 사용자가 이득이다. 그러나 왜 A에게 주는 돈은 아깝다는 생각이 안 들고 B에게 주는 비용은 아깝다고 여길까..


사용자는 A가 한 시간을 낑낑 대며 고생한 것을 보았고 초보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A의 모습에 감정의 가격이 매겨진 거다. 즉. 자신의 문을 열기 위해 그만큼 힘들어하는 걸 봤으니  5만 원은 정당한 비용이라 느꼈다. 반대로 숙련 열쇠공 B는 너무 쉽게 열었으므로 부당한 비용이라 생각이 든 거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B는 열쇠 기술을 갖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만큼 많은 경험이 있었기에 단 3분 만에 문을 열었다. B의 비용 5만 원은 숙련된 기술에 정당한 대가였다. A는 초보였지만 사용자는 그걸 알리가 없었다. 그저 눈에 보이는 모습에 측은 지심이 걸렸을 뿐이다. 물론 이런 상황은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A에게 왜 이리 못하는지 짜증을 내고 지불 비용이 아깝다고 생각하는  사용자도 있을 수 있다.


인간의 마음은 때로 감정의 가격에 의해 움직인다. 앞을 볼 수 없는 거지 앞에 놓인 문구를 어느 시인이 바꿔주자 동냥 그릇이 순식간에 가득 찼다는 이야기는 유명한 일화다. [ 저는 앞을 볼 수 없습니다. > 봄이 다가오고 있군요. 그러나 나는 봄을 볼 수가 없습니다. ] 무심히 지나는 사람들의 감정에 변화가 생긴 거다.


감정에 가격을 매기는 심리는 경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물건의 호가를 올리며 최종 두 사람이 남았을 때 가격은 더 상승한다. 감정의 가격은 가치로 남는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도 있다. 사려는 사람들이 많을 때 가격은 올라간다.


감정 조절은 매우 어려운 인간의 심리다. 어쩌면 우리 삶의 그 자체다. 과도한 스트레스를  잘 조절하지 못하면 우울증, 공황장애로 고통을 받는다. 눈앞에 보이는 것만 믿고 섣부른 판단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속내를 알고 보니 상대방은 전혀 그런 의도가 없었는데 미리 내 생각을 결정해 버리는 감정이 선입견이다.


이면(裏面)이란 겉으로 나타나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을 말한다. 나는 항상 생각의 이면을 중요시한다. 불합리한 상황 일  벌어진 일과 사람 뒤에 숨은 면을 보려 애쓴다. 살다 보면 마음이 늘 평온할 수는 없다. 삶은 늘 흔들리기 마련이다. 어쩔 수 없는 외부 환경일 때도 또는 스스로 감정 조절을 하지 못해서 그럴 수 있다. 몰아치는 격한 감정을 조절할 때 내가 주로 쓰는 방법이다.  ' 다 이유가 있겠지 '  한번 더 생각해 본다.


생각의 이면 속에 감정의 가격이 있다. 이성(理性)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열쇠공 A와 B처럼 정당함과 부당함에 숨은 감정이다. 올바른 판단을 방해하는 묘한 심리다.



*이 글은 EBS스토리를 참고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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