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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세규 Nov 01. 2023

의사가 되고 싶은 딸과 아빠의 대화

의료 정원 확대

딸은 북한 군인들도 무서워한다는 중학교 2학년이다. 우스개 소리로 하는 말이지만  사춘기를 겪어온 우리도 안다. 얼마나 심리적으로 불안한 시기인지 말이다.


사춘기에 들어선 가영이는 생각이 많다.

다행히 우리 딸은 이 시절 아이들이 한 번쯤 해볼 만한 삐딱함과 반항심은 없다.

글쎄.. 부모의 입장에서는 행복한 고민이라고 해야 하는지 가영이는 공부에 관심이 많다. 의사가 꿈이라 한다.


- 의사가 되고 싶은 딸의 출발선 -


요즘 딸아이는 공부에 대해 진지하다.


" 아빠! 공부를 잘하고 싶어요. 아주 잘..

그래야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으니까요. "


" 우와, 우리 딸 기특한데. 많이 컸네.  마냥 어린 줄만 알았는데 말이야. "


흐뭇한 아빠 미소가 그려진다.


" 스스로 미래에 대한 계획을 잡는 거 하나만으로도 반은 성공한 거지. "


" 다른 과목은 자신 있는데 수학이 너무 어려워요. "


" 분명 방법이 있을 거야. 아빠와 함께 찾아보자. "


사실 필자도 학창 시절 수학을 공부할 때면 ' 끙끙 ' 머리를 앓아가며 문제를 풀곤 했다. 가영이에게 도움 될 만한 게 뭔지를 생각해 본다.


출, 퇴근을 하며 일을 하다가도 방법을 떠올려보니 문득 한 가지 아이디어가 스쳐 지나간다.


유튜브를 찾아본다. ' 그래, 바로 이거지 '

수학 공부법을 담은 노하우들이 많다. 일주일에 한편씩 딸아이와 같이 보기로 한다. 길어야 15분 남짓이다. 그리고 중요한 건 수학 공부 일지를 쓰는 거다. 일종의 피드백이라 할 수 있다. 수학 공부를 하다가 힘들어질 때 그걸 보며 다시 한번 멘탈을 잡는다.


가영이와 함께 수학 공부법 영상을 봤다. 아이의 표정을 보니 대 만족이다. 무엇보다 자신의 고민을 아빠도 함께 해준다는 안정감도 있을 거다.


" 수학은 참 시간이 많이 걸리고 어렵지만 우리 딸은 해 낼 수 있지. 그리고 아빠는 수학을 전공한 네 선생님들보다 전문성이 떨어지니까 가영이 공부 스타일을 잘 알고 있는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해 봐. 분명 선생님도 기특해하실 거야. "


" 가영이는 왜 의사가 되고 싶어? 돈을 많이 벌어서일까. 아니면 다른 사람들을 돕고 싶은 마음에서 일까? "


" 음.. 아빠 저는 요.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생명에 대한 신비감이라고 할까요. 과학 시간에 우리 신체의 장기에 대해 배우는데 엄청 흥미로웠어요. "


그랬나 보다. 어릴 적부터 딸은 호기심이 많았다. 상추에서 발견된 달팽이를 키우며 신기해하고 여러 자연현상에 대해 궁금해하기도 했다.


"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가 되려면 정말 공부를 많이 해야 해. 또한 타인을 돕는다는 열정도 있어야 하고. "


" 아빠! 는 한다면 해내는 성격인 거 알죠? 딸아이는 사뭇 비장한 모습으로 두 손을 꼭 쥔다. "


" 우리 딸 파이팅! "


- 뉴스기사의 의대 정원 확대 -


일요일 오후다. 제 방에서 공부를 하고 있던 가영이가 쪼르르 내게 달려온다. 뭔가 궁금하거나 막히는 문제가 있나 보다.


" 아빠! 뉴스에서 의료 정원 확대에 대해 나오던데 이해가 잘 안 가는 부분이 있어서요. 의사 정원을 늘리는데 의사 협회에서는 왜 반대를 하죠? 의사들은 정원 확대가 의료 서비스의 질을 저하시키고 결국 보험료를 인상하는 구조로 바뀐다고 하는데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


" 오, 가영이도 그 기사를 읽었구나. 아빠도 궁금해서 의료 정원을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의 입장에서 자료도 찾아보고 생각해 봤어. "


-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계 현실 -


" 일단 우리나라의 의료 현실을 알아보니 인구감소와 의료 환경 변화로 필수 의료과 의사들의 부족이 심각하다고 해. 소아과나 산부인과에 의사들이 지원을 잘하지 않고 있어. 병원 역시 이윤을 남기려면 환자들이 많이 찾아와야 하지만 출생아들의 수가 적으니 병원 운영이 잘 안 될 수밖에 없지. 힘이 많이 드는 응급학과나 건강 발달로 인한 환자 감소로  흉부외과 같은 분야는 의사들이 부족하다고 하네. "


" 필수 의료는 응급의학과 산부인과등 우리 생명에 직접 연관된 분야를 말하고 피부과나 성형외과는 비필수 의료라고 해. 요즘 의대생들의 지원이 비필수 의료로 쏠림 현상이 심하다고 하는군. 이런 현상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는데 알기 쉽게 2가지만 말해줄게. "


" 첫 번째는 뭐니 뭐니 해도 돈과 관련된 거지. 의료수가란 병원에서 환자와 건강보험 공단에서 받는 돈이야. 병원도 돈이 있어야 운영을 하는데 문제는 필수 의료수가가 비필수 의료수가보다 낮다는 거란다. 이를테면 소아과가 피부과보다 의료수가 가 낮다는 거야. 당연히 의사들은 편하고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과를 선택하겠지. "


" 두 번째는 필수 의료분야 의사들은 항상 법적부담을 가지고 있어. 수술을 하다가 환자가 사망할 경우 의료과실로 고소를 당하고 수억 원에 달하는 배상과 심지어 감옥까지 가야 하는 현실이야. 상황이 이러니 의사들이 필수의료 분야로 가는 걸 꺼리고 있지. "


- 의료정원 확대의 찬성과 반대 -


" 자, 현재 우리나라 의료계의 현실에 대해 알았으니 이번엔 의사를 늘리는 방안을 찬성과 반대쪽 입장에서 살펴볼까. "


" 찬성하는 쪽은 앞으로 일어날 인구구조의 변화에 따른 대책으로 의사증원이 필요하다는 거야. 지금 우리 사회는 급격한 인구 감소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해 오고 있어. 태어나는 아이들은 적고 노령인구가 급속도로 늘어나니 지방 같은 경우는 병원이 없어서 큰 도시로 불편을 감수하며 올라와야 해. 갈수록 응급실이나 과, 소아과 기피현상은 심해지고 고령화로 인해 환자는 늘어나는데 지방 의료 인프라는 무너지고 있다는 거지."


" 의사정원 확대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의사수를 늘리게 되면 사회적인 부작용이 일어날 거라 해.

비필수 의료과는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며 그만큼 의료의 질이 떨어지고  기존 의사들의 임금이 하락할 거라는 우려가 있어. 수입이 줄어들면 과잉진료로 인해 국민들의 총 의료비 총액이 늘어난다고 해.  미국과 일본에서 의사의 수를 늘려봤더니 의사수와 보험료는 정비례하더라는 근거도 있어. 의사수가 늘어나는 만큼 국민들이 병원에 대한 접근성이 올라가니까 결국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된다는 거야. "


- 의대 정원 확대 논란의 해결방법 -


" 어려운 문제지만 모두들 머리를 맞대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낸다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 필수 의료분야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해야지. 의료수가를 높여주고 법적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을 만들어야 해. 그리고 생명을 다루는 의사들의 연봉을 확 높여주면 지원하는 의사들도 늘어나고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춰가지 않을까.. "


" 지역불균형이 심한 의료체계는 시니어 의사들에게 재 취업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인프라를 만드는 거야. 65세까지 일하고  정년 퇴직한 의사들의 경험을 최대한 살려 지방의료 격차를 해소하는 거지. 조사를 해보니 약 75%의 퇴직 의사들이 참여 의사가 있다고 해. 물론 이들에 대한 급여체계등 해결 해야 할 문제들이 있어. "


가만히 듣고 있던 가영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궁금했던 문제가 해결 됐나 보다. 딸아이가 꿈이 의사라 하니 내심 대견하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하다. 공부를 하다가 혹시나 한계에 부딪쳐 힘들어할까 봐 말이다.


' 가영아 ~ 아빠는 의사가 되겠다는 꿈뿐만 아니라 네 모든 것을 응원한단다. 항상 우리 딸 뒤에는 든든한 아빠라는 울타리가 있음을 믿고 최선을 다해 공부해 보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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