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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세규 Nov 21. 2023

난타, 관객과 함께 하는 감동과 흥분의 시간

홍대 난타 극장

' 두둥두둥... 두둥두둥... 심장을 울리는 타악기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작아지며 쨍~ 하고 퍼지는 놋쇠 그릇의 청아한 소리가 들려온다. '


지난 주말 지인들과 홍대 난타 공연장에서 가족 모임을 했다. 오랜만에 나선 서울 나들이, 차 막힐 일이 없는 생활환경에서 벗어나 도시의 중심으로 들어서니 숨이 막혔다. 신호 대기가 길었다. 우측 차선으로 들어가기가 쉽지 않았다.


" 사람도 많고 차도 막히는데 굳이 홍대에서 모임을 가져야 했어? 한가로운 곳도 많은데 ... "


차가 막히자 아내는 뾰로통했다.


" 가끔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 곳에 오면 뭔가 살아 있는 듯하지 않아? 집하고 회사만 오가는 일상에도 변화가 필요해. 그래야 스트레스도 풀리지. 10년 전쯤 제주도에서 난타 공연을 본적 있어. 굉장히 감동적이었던 기억으로 오랫동안 남아있더군. "


약속시간에 빠듯이 도착했다. 홍대 근처에 다다르자 거리는 활기가 넘쳤다. 식사를 먼저 하고 오후 5시 공연을 보기로 했다.


정년을 마친 필희형, 사람 내음 나는 형주형, 부지런한 대준형, 성실함이 묻어나는 성훈이 가족과 우리 10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조금 이른 시간에 공연 장소로 향했다. 홍대 난타 전용 극장은 지하 3층에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도마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배우들이 서로의 호흡을 맞추며 연습을 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약간의 설렘을 갖고 공연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일요일 오후임에도 좌석이 거의 다 찼다. 역시 난타 공연은 기대한 만큼 즐거웠다. 친근한 일상생활의 도구들로 만든 타악기가 우리 전통 리듬과 함께 관객들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며 감동을 주었다.


지금은 소극장 규모로 여러 곳에서 난타 공연을 한다. 난타의 시작은 1997년으로 올라간다. 그해 3월 서울 세종문화 회관에서 시작된다. 배우 송승환의 기획으로 현대 음악과 우리 전통 음악, 퍼포먼스를 결합한 흥겨운 리듬의 비언어극이다. 대화 없이 몸짓이나 소리 표정등으로 연기한다.


난타는 전통 타악기인 사물놀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배우들은 주방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들을 코믹하게 그려내며, 칼, 냄비, 웍 등 주방 도구를 타악기로 활용하여 흥겨운 리듬을 선사한다.


홍대 난타 공연에서 눈물 닦으며 웃을 정도로 재미있는 코믹 퍼포먼스가 있었다.

무대 위배우가 웃음을 유도하는 시간이 있었다. 우스꽝스러운 표정과 몸짓으로 관객들을 반반으로 나누어 배우를 따라 하는 퍼포먼스였다. 배우가 유도 하는 박수를 관객들의 호응과 함께 맞춰 하는데 배우의 표정과 동작들이 정말 재미 있었다.


난타 공연이 인기가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관객과의 호흡이 무대 스토리와 함께 한다는 점이다. 보는 사람을 직접 무대 위로 올려 흥미를 유발시킨다.

1시간 30분의 공연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극장에서 감동받은 영화를 보고 난 후 자리에서 일어나는 느낌이었다. 약간의 아쉬움도 남았다.


공연장 밖으로 나오자 홍대 거리의 상가는 불야성을 이뤘다. 3층 규모의 술집이 노란 불빛으로 유혹하며 24시간 영업임을 알렸다.


일요일 오후이고 월요일 출근 부담이 있어서 술 한잔을 하지 못했다. 1층 공연장에서 서로 인사를 나누고 집으로 향했다.


" 어땠어? 난타공연 보기를 잘했지? "

올 때는 뾰로통하던 아내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돌아가는 일상에서 난타 공연을 보고 나니 어떤 에너지가 들어온 듯하다. 마음만 먹으면 공연도 보고 극장도 가고 연주회도 갈 수 있건만 그게 왜 그리도 힘든 건지 모르겠다.


공연의 마지막 장면은 화려하고 웅장한 퍼포먼스로 끝났다. 살다가 힘겨울 때 그 장면을 떠올리면 스트레스가 날아가버릴 것 같다. 여러분께 난타 공연을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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