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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작가 Apr 20. 2024

머릿속이 복잡할 때 읽는 수필 ' 누비처네 '

목성균 수필전집


' 누비처네 ' 다소 어렵고 생소하게 다가오는 책 제목입니다. 우리 고유말인 듯 아니면 중국어처럼 보이기도 하지요.


누비처네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봅니다. 누비와 처네로 각각 나와있군요. 누비란  두 겹의 천 사이에 솜을 넣고 줄이 죽죽 지게 박는 바느질을 말합니다. 또는 그렇게 만든 물건을 말합니다. 처네란 어린애를 업을 때 두르는 끈이 달린 작은 포대기를 뜻합니다.


아! 그렇구나 ~ 쉽게 말하자면 아기를 업고 두르는  포대기를 말하는 거군요.


목성균 작가의 수필전집 ' 누비처네를 소개합니다. 이 책은 마치 현대 수필의 교과서를 보는 듯합니다. 고향집, 할머니, 아버지, 아내와 손주들 사이에 일어난 일들을 수필 형식으로 남긴 일종의 개인 역사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구요.



아내가 이불장을 정리하다 오래된 누비처네를 찾아냈다. 한편은 초록색, 한편은 주황색 천을 맞대고 얇게 솜을 놓아서 누빈 것으로 첫애 진숙이를 낳고 산 것이니까 40여 년 가까이 된 물건이다. 낡고 물이 바래서 누더기 같다.


어찌 보면 두 남녀가 이루어 가는 '우리'라는 단위의 인생은 단순한 연출의 누적에 의해서 결산되는 것인지 모른다. 약간의 용기와 성의만 있으면 가능한 연출을 우리들은 못하든지 안 한다. 구닥다리 세간에 대한 아내의 애착심은 그것들이 우리의 인생을 연출한 소도구이기 때문이다. 이제 아내의 애착심을 존중해야지, 누비처네를 보면서 생각했다.


누비처네 중에서...


아내가 40여 년 전 첫 아이를 낳고 구입한 포대기를 여태껏 가지고 있었나 봅니다.

삶의 흔적들이 묻어난 오래된 물건들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아내의 성격을 때로 못마땅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작가는 고백을 합니다. 그러나 목성균은 아내가 오랫동안 보관했던 누비처네를 보고 인생을 연출한 소도구라 표현하지요.


그러고 보니 우리 집에도 21년 전 큰 딸아이가 입었던 배냇저고리가 남아 있네요. 그 속에는 우리 가족의 소중한 시간들이 기록되어 있군요. 이처럼 오래된 들에는 행복한 추억이 담겨 있지요. 살다가 힘겨울 때 꺼내 보세요. 좋은 기억들을 떠올리며 위로받을 수 있습니다.


누비처네를 읽으며 작가의 다양한 에피소드들 속에서 잔잔한 감동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세한도, 행복한 군고구마, 소년병, 부엌 궁둥이에 등을 대고, 등에서

남긴 작가의 단상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목성균 작가의 ' 누비처네 '처럼 여러분도 소중한 추억이 담긴 물건을 떠올려 보십시오. 집안 어딘가에 하나쯤 남아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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