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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세규 May 30. 2024

어쩌면 세상의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바람의 말 / 마종기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의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남편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언제 한 번 읽어보라던 쪽지에 마종기 시인의 바람의 말이 적혀 있었다는 영화 같은 스토리가 있습니다.

마종기 시인의 시 ' 바람의 말 ' 은 떠난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과 삶의 무상함을 담담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시의 첫 부분은 "우리가 모두 떠난 뒤"라는 절망적인 분위기로 시작됩니다. 화자는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의 영혼이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착한 당신" 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싶은 마음을 드러냅니다.  자신의 영혼이 너무 미약하고 덧없어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라고 부탁합니다. 이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잊히지 않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드러냅니다.


영혼이 바람이 되어 사랑하는 사람 곁을 스쳐 지나가는 상상을 해봅니다. 삶의 허망함을 담은 바람 일지라도 가끔은 떠난 이를 잊지 말아 달라는 바람의 말이 ' 울컥 ' 하며 마음에 와닿습니다.


이 시는 삶과 죽음, 사랑과 이별, 희망과 절망 등 다양한 주제를 담고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기고 있습니다. 또한, 간결하면서도 감성적인 문체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여운을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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