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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세규 Jun 12. 2024

' 무의도 교통정체 ' 마치 지옥에 살짝 발담그고 온듯

" 폐쇄 공포증에 걸릴 것 같아 "

모처럼 온 가족이 모인 날이었다. 짧은 여행을 가기로 했다. 여러 장소가 물망에 올랐지만 내가 무의도를 적극 추천했다.

무의도로 가자고 한 이유는 일단 집에서 영종도까지 길이 막히지 않는 거였다. 또한 지난번 무의도 쌈밥집을 둘째와 둘이서만 다녀와 큰 딸과 아내에게 미안해서였다.

2014년 이후로 공기의 질이 깨끗하다는 기사를 봤다. 하늘은 맑았고 오후에 바닷가에 앉아서 일몰을 보고 돌아올 거를 계획하고 출발했다.

무의도 데친 쌈밥집 까지는 차가 밀렸지만 거북이처럼 움직이는 자동차 행렬을 따라 잘 도착했다. 휴일이니까 으레 이 정도 막히는 게 정상이려니 너그러운 마음마저 들었다.

역시 데친 쌈밥집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정갈한 반찬과 쌈에 넣는 젓갈이 짜지도 않고 맛있었다. 배가 부르니 조금 아까의 교통 체증은 싹 잊어버렸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우리 식구들은 2024년 6월 06일 현충일을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날로 기억해 버렸다. 시원한 바닷바람과 함께 고운 모래 사장 위를 맨발로 걷는 걸 상상했지만 웬걸, 마치 지옥에 살짝 발 담그고 온 느낌을 받았다.

애초에 점심 식사를 한 후 영종도 선녀 바위 해수욕장을 다녀오기로 했다. 하지만 차가 막히는 상황을 보니 그쪽 방향보다는 가장 가까운 곳을 알아봤다. 무의도에 있는 해수욕장이 어디 있을까.. 검색을 해봤다.

' 아하! 여기가 좋겠네 ~ 하나개 해수욕장,
여기서 5분 거리에 있네. 거리도 가깝고 거기에서 일몰을 보고 돌아오면 되겠구나 '

이건 앞으로 벌어질 사건을 전혀 생각 못한 최대의 오판이었다. 하나개 해수 욕장 초입까진 그런대로 괜찮았다. 휴일 날 어딜 가든 이 정도 차 막힘을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길은 하나인데 양쪽으로 차가 오고 갈 수 있는 좁은 언덕길을 넘어갈 때부터 이상한 상황이 감지 됐다. 양방향으로 5분 정도 차들이 움직이지를 못했다. 아뿔싸! 이 5분이 10분이 되고 10분이 20분이 되어 버렸다. 결국 네비 검색으로 5분 거리인 하나개 해수욕장을 4시간 만에 빠져나왔다. 그것도 차에서 내려 바닷가를 바라보지도 못한 채로..

하나개 해수욕장 입구로 들어갔다. 도로는 일방통행으로 바뀌었다. 차들이 나가려면 중간중간에 끼어들어 합류하는 길이었다.

지도를 검색해서 현재의 위치와 지형을 봤다. 우회로는 전혀 보이지 않는 길이었다. 한 번 들어가면 빼도 박도 못했다. 앞차들이 빠져나가지 않는 한 그대로 멈출 수밖에 없는 구조를 ' 하나개 해수욕장 ' 은 가지고 있었다.


교통 체증이 정도를 넘었다. 이건 뭐 거대한 일렬 주차장이었다. 앞으로 뒤로도 갈 수 없는 상황에 아내가 과장을 조금 더 해 말했다.

'' 감금당한 것 같아. 폐쇄 공포증에 걸린듯해 ~~ ''

이런 상황에서 오는 불길한 예감이 있다. 어디든 차가 막히면 있을 수 있는 일이다.
' 생리 현상 ' 그것도 작은 분이 아니라
 큰 분이 찾아오시면 대략 난감이다.

아니나 다를까, 불길한 느낌은 현실로 다가왔다. 살살 배가 아프더니 진짜로 그분이 왔다. 일명 ' 급 똥 '이었다. 이걸 해결하자면 방법은 2가지였다. 한적한 나무들 속에 숨어서 위기를 넘기는 방법, 아니면 지나쳐 오면서 눈여겨봐둔 하나개 해수욕장 입구 화장실로 뛰어가는 것.

'' 여보 ~ 그분이 오셨어.. 다녀올게.. ''

침착하게 말했지만 식구들은 아빠의 식은땀을 보며 이미 눈치를 챘다.

일단 운전대를 아내에게 맡긴 후 달렸다. 어떻게든 해결해야 했다. 다행히 해수욕장 앞 화장실까지는 참을 만했다. 하지만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여기에 있었으니..
1층 화장실은 테이프로 X자를 두른 후 폐쇄라는 단어가 얄밉게 붙어 있었다.
2층 주차장으로 급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2층에도 화장실이 있다는 사실에 ' 휴우~ ' 안도의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 이게 웬 말이란 말인가.. ' 남자 화장실의 그것을 해결하는 장소는 단 1개 이었다.
' 으흡 ~ ' 호흡을 가다듬었다.

'' 똑똑똑... 저기요~ ''

안에서 큰일을 치르고 있는 사람에게 예의는 아니었지만 어쩔 수 없이 체면을 구길 수밖에 없었다. 살다가 이런 상황을 누구나 한 번쯤 겪을 수 있다. 화장실 안에서 물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상대가 바지를 주섬주섬 올리고 챙겨 입는 시간, 그 몇 초가 엄청 길게 느껴졌다.

'' 후다닥 ~  끙 ~ ''

천국이란 것이 이런 것이로구나 ~ 심각한 교통체증으로 지옥을 맛봤다면 ' 급똥 ' 이 해결되는 순간만큼은 천국이었다.


나중에서야 안 사실이다. 무의도는 최근 관광객 급증으로 인해 심각한 교통 체증이 발생한다고 한다. ( 평일은 괜찮은 것 같다. 휴일에만 그런 듯하다. )

주요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무의도는 도로가 부족하다. 무의도는 섬 전체를 돌아가는 도로가 단 하나이며 폭도 좁다. 주말이나 휴일에는 정체가 심각하며 주차공간 또한 턱없이 부족하다.

무의대교 개통과 국립무의 자연휴양림 조성 이후 무의도 방문객이 급증했지만 도로 및 주차 시설 확충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교통 체증은 관광객들의 불편함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대기 오염, 소음 증가, 사고 위험 증가 등의 문제를 일으킨다. 또한, 주민들의 이동에도 지장을 초래하고 지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으로는 무의도 전체를 순환하는 회주 도로를 건설해서 도로 용량을 확보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작은 섬이란 특성 때문에 환경 영향 평가 결과 부적격 판정을 받아 현재 사업이 추진되고 있지 않다.

또 다른 해결 방법으로는 교통규제 강화, 관광객 유입의 통제가 있지만 주민들의 반발로 실행이 어렵다. 관광산업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섬에 갇혀버린 자동차처럼 무의도 교통난 해결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우리처럼 무의도를 휴일에 다녀온 사람들이 남긴 불만은 더욱 커질 것이다.

총체적 난국이지만 지금이라도 교통통제는 어느 정도 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5분도 안 되는 그 좁은 도로를 4시간을 걸려 빠져나올 때가 오후 6시 30분이었다. 우리 차 뒤로, 주차장에 있는 차들까지 전부 빠져나오려면 밤늦게 까지 그들은 도로에 묶여 있어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더욱 안타까운 것은 우리가 거의 해방될 무렵 그곳으로 들어가는 차들은 이 상황을 모른 채 계속 들어가는 거였다. 창문을 내려 들어가지 말라고 하고 싶었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그 차들은 오로지 전진할 수밖에 없는 도로에 있기 때문이었다.

모처럼 온 가족이 모여 나선 무의도 여행길, 이러면 아니 아니 아니 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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