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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세규 Jan 11. 2021

내일 도시락 반찬은 강된장이다.


식구들이 모두 잠든 새벽 아침, 어제저녁 미리 준비한 반찬과 밥을 담아 집을 나선다.


''도시락 싸기가 보통 힘든 일이 아닌데 어떻게 매일 그렇게 해요?


''아내분이 힘들어하지 않으셔요?''


"글쎄요, 제가 직접 싸놓지요. 전날 저녁 먹을 때 반찬만 조금 챙겨두면 별일 아니던데요."


(뭐든 안 가리고, 잘 먹는 식성 탓 이겠지만 전날 먹은 반찬도 다음 날 먹으면 또 맛있는 게 내 식성이다.)


----♡---♧---♧----



"냉장고에 반찬 몇 가지 담아 놓았으니깐 내일 가져가요."


아내는 주말에도 출근을 한다. 평일에 쉰다.
낮에 장을 보고 몇 가지 반찬을 만들었나 보다.


"우와~  정말? 땡. 잡았네. 그려~"


아내가 싸준 반찬을 맛있게 먹는다. 젓갈과 간장에 절인 고추 장아찌가 일품이다. '물렁물렁'적당한 식감으로 씹히는 오징어 젓갈을 한 입 베어 문다. '톡'하고 터지는 절임 고추의 단맛이 혀끝을 맴돈다.


그럴 때가 있다. 별일 아닌 것 같은데 아무런 일도 없는 평범한 하루에 뭔가 짠해지는 느낌이

있는 날. 점심 도시락을 다 비우고 아내에게 전화를 한다.


"정말, 맛있게 먹었어. "


"새삼 당신이 있어 고맙네."


"새삼? 늘 그렇지 않은 모양이네.." 킥킥..


"아니, 늘 그래. 오늘은 더욱 특별하다는 말이지.." 하하..


----♡---♧---♧----


"다른 사람이 해주는 건 정말 맛있더라고요."


"저두 그래요. 내가 하는 요리는 맛이 없는데
남편이 가끔 해주는 요리는 무척 맛있어요."


직장 후배가 공감해준다. 조금 서툴고 어색하지만 주말이면 몇 가지 요리에 도전해 본다. 그래도 제법 몇 가지는 아내와 아이들이 잘 먹어준다.


먹는 사람 마음까지 헤아려주며 만들어 준 음식을 맛있게 먹어 주는 것. 그리고, '정말 맛있었다'라고 표현해주는 것.


부부간의 돈독함이란 값비싼 선물이나 이벤트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 재활용 분리수거, 집안 청소,  함께 빨래를 개며'두런두런'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어머니가 싸주신 도시락에 ''왜 우리 집은 맨날
김치야!" 라며 반찬투정을 했던 기억이 한 번쯤 있지 않은가. 맛있는 햄이나 소시지는 밥 맨 아래 바닥에 숨겨놓던 시절의 도시락이 가끔 생각난다.


----♡---♧---♧----


'모락모락' 점심밥 위에 계란 프라이가 따뜻하다. 밥 한 숟가락 위에 아내가 만든 깍두기를 올린다. 씹는 맛이 '아삭'하다.


강된장을 만든다. 우렁과 참치를 넣은 두 가지 버전이다. 싱싱한 상추에 밥과 강된장 한 점을 올리면  맛이 좋다. 아내가 엄지 '척' 한다.


내일 도시락 반찬도 해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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