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듯 굴곡이 있기 마련이다. 가장 힘들 때 위로가 된 음악은 마음을 치료하는 의사와 같다. 달리는 택배 차의 라디오에서 '커피소년'이부른다.
''내가 네 편이 되어줄게. 괜찮다 말해줄게. 다 잘 될 거라고.. '' -----♡-----♤------♧-------♤-- 오후 8시. 아내의 퇴근 시간에 맞춰 아이들과 외식을 하러 집을 나선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마주친 그녀가 내게 묻는다. ''혹시 505호 아니세요? '' 어제 주문한 사과가 왔나 보다. 그녀가 내게 택배를 건네준다. 접이식 구르마에 배달할 물건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가냘픈 몸에 모자를 눌러쓴 그녀에게 받은 박스 한 상자가 제법 무겁다.
이십 년을 일한 직장에서 절반은 외근을 했다. 눈이 내리면 하루에도 몇 번씩 넘어지는 오토바이를 일으켜 세워야 했다. 택배 차를 몰고 고척동 좁은 골목길 구석구석을 다녔다.
토요일 오후였다. 물건을 구르마에 순번대로 차곡차곡 실었다. 차례대로 배달을 하고 내려왔다. 7층에서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승강기에 우리 딸아이만 한 아이와 엄마가 탔다. 아파트 공동현관 앞 저만치에서 한 남자가 걸어오고 있었다.''아빠~ ' 쪼르르 달려가는 아이, '수고했어요' 아이의 엄마는 남자를 반겼다. 그 순간 아내와 선영이가 떠올랐다. 퇴근하는 아빠를 반기는 모녀의 웃는 얼굴이 부러웠다. 나는 일이 끝나려면 저녁 늦게까지 부지런히 일을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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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노동자 과로사에 대한 뉴스를 본다. 물류를 담당하는 국토교통부 장관의 사과와 대책을 내놓겠다는 기사가 실렸다.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 주변 가족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들의 입장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직접 경험했기에 왜 그런 일들이 일어나는지 잘 알 수 있다. '탁상공론 '이란 말은 실제 현장을 보지 않는 것을 말한다. 책상 앞의 데이터와 실제 해보는 일과는 상당한 괴리감이 있다.
1992년 현재와 같은 물류 시스템이 갖춰진 택배 회사의 최초 브랜드가 만들어졌다. 불과 30년이 채 되지 않은 산업이다. 짧은 기간에 비해 관련 회사가 많이 생겼다. 그야말로 폭발적인 성장을 했다. 심지어 새벽 배송까지 이뤄진다.
인천 물류 단지 내 쿠팡은 365일 내내 불이 켜져 있다. 수많은 상품들을 미리 구매해서 창고에 보관했다가 고객이 주문을 하면 바로 배송이 시작된다. 총알 배송이 가능한 이유다. 예전에 비해 요즘은 택배 회사마다 최신 분류기가 어느 정도 큰 몫을 하고 배달 시스템도 일부 개선됐다. 하지만 여전히 택배 산업 현장은 노동자에게 열악한 구조로 돌아가고 있음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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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힘든 시기가 있었다. 새벽 다섯 시까지 현장에 도착해서 밤늦게 까지 배달을 했다. 치열하게 살았고, 그 누구보다 더 열심히 일했다. 더운 여름날, 배달 온 택배기사에게 얼른 냉장고로 뛰어가 시원한 음료수를 건넨다.
택배차 창문으로 저 멀리 분수대가 보인다. 하얀 물줄기가 솟아오르면 놀던 아이들은 '좋아라' 물장난을 친다.
''살다 보면 하루하루 힘든 일이 너무도 많아. 가끔 어디 혼자서 훌쩍 떠났으면 좋겠네. 수많은 근심 걱정 멀리 던져 버리고 언제나 자유롭게 아름답게 그렇게~ 내일은 오늘보다 나으리란 꿈으로 살지만 오늘도 맘껏 행복했으면 그랬으면 좋겠네. 그랬으면 좋겠네~ 그랬으면 좋겠네~''가수 권진원의 노래가 택배를 가득 싣고 달리는 차 안에 울려 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