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점심에 무얼 드실 건가요?

컵라면에 대한 단상( 斷想)

by 임세규

컵라면에 대한 단상( 斷想)

저는 컵라면을 먹을 겁니다. 오늘 같이 추운 날에는 따끈한 국물이 최고죠. 그러니까 겨울철 군생활이 생각나는군요. 제가 일병이었을 때의 일입니다. 부대에 처음 라면 자판기가 들어왔죠.

식당 앞은 그야말로 유명한 '맛집'을 통째로 옮겨놓은 듯한 분위기였습니다. 쭈욱 늘어선 대기줄에는 노란 작대기 세 개 이상, 즉 상병과 병장들만이 약육강식의 승자인 것 마냥 서있었죠. 그게 뭐라고.. 졸병들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

어쩌다 한번 라면이 하나 생기면 뽀글이를 해서 먹었습니다. 한참 배고플 때 이거라도 어딥니까. 감지덕지 였지요.


뽀글이? 아시죠? 일반 라면 아무거나 봉지를 뜯습니다. 라면을 네 조각으로 나눕니다. 수프 2개(분말, 건더기)를 고루 뿌려줍니다. 뜨거운 물을 붓습니다. 끝이죠. 이건 뭐.. 익혀 먹는 다기보다는 불려 먹는 수준입니다. 군대라는 상황이 그렇게 만들기도 한답니다.

어쨌든 퉁퉁 불거나 익지도 않은 면을 먹다가 고급 면발인 컵라면을 자유로히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좋았던지요. 단, 선임 들만 자유롭게.. 그러라는 법은 없습니다만, 왜 있잖습니까. 묵시적인 분위기라는 거. 자판기의 주인은 ' 앗싸~아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떨어지기가 무섭게 라면을 채워 넣었습니다.

-----♡------♧-------♤---------♧-------

한꺼번에 사람이 많이 몰리다 보면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이죠. 한 사람이 2~3개씩 사 가지고 가니 중간쯤 서 있는 사람들은 컵라면을 사지 못했죠. 결국 대대장님 귀에까지 불만 사항은 접수됐고 1인 1 컵라면이라는 지침까지 내려왔습니다.

자판기가 처음 부대에 들어온 첫날, 그날 밤 뜨끈한 국물에 '후루룩' 라면 한입 가득 오물오물 씹는 맛이 어찌나 그립던지요. 야간 보초 서러 나가기 전에 컵라면 하나 먹고 싶은 마음이 점심때부터 간절했습니다.

''에라~ 모르겠다. 선임이고 뭐고... ''어둠이 짙게 깔린 부대 막사 주위에 시커먼 도둑고양이 한 마리가 동전 500원을 들고 식당 앞으로 갔습니다. 주위를 둘러보고 재빨리 동전을 투입했지요. '딸그락' ~ '텅'~ 육개장 사발면 하나가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하늘에 계신 님께서는 일병 나부랭이에게 컵라면을 쉽게 허락하지 않으셨나 봅니다.

''거기 누구야?'' 플래시 불빛이 점점 다가옵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슴이 두근두근 콩닥콩닥. 그대로 멈춰라. 취사반 선임 병장에게 딱 걸렸습니다. 에구에구.. 한 손에는 사발면을 다른 한 손으로는 충성. 거수경례를 했어요. 그가 씩 한번 웃더군요.

''컵 라면이 그렇게 먹고 싶었나.. 이리 들어와. 김치가 필요할 거야. 가지고 가서 먹어.'' 친형 같은 그에게 감동을 받았습니다. 새벽 03시.철원의 체감온도는 영하 20도를 넘나 듭니다. 사발면 하나를 먹고 교대한 그날의 보초는 든든한 배 때문에 끄떡없었네요.

-----♡------♧-------♤---------♧-------

점심시간이 왔어요. 저는 면발이 얇은 '왕 뚜껑' 라면을 좋아합니다. 뜨거운 물을 붓습니다. 3분에 OK. 정말 맛납니다. 맛있어요. 이상 컵라면에 대한 짧은 생각이었습니다.

'호로록 짭짭 ' '후루룩 짭짭'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무심히 흘러간 삶에서 내 마음의 풍경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