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히 흘러간 삶에서 내 마음의 풍경을 그려본다

by 임세규

풍경


내가 잠든 사이 이렇게 멋진 풍경이 지나가고 있었구나. 무심코 바라본 베란다 창문으로 여명이 보인다. 마치 지구 상에 존재하지 않는 색 같은 아름다움이다. 마음에 담은 멋진 풍경은 힘들고, 아플 때 우리 삶을 위로해준다.


지난여름, 강릉을 다녀왔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잠시 대관령을 들렀다. 이십여 년 만이다. 지금은 새 고속도로가 생겨 편하게 영동지방을 다녀올 수 있지만 구 도로는 '꼬불꼬불' 길이 험했다. 출장을 가다가 처음 만난 이 길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았다.


같이 간 일행이 대관령에서 바라본 강릉시내의 야경이 볼 만하다 해서 잠시 해가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사방이 칠흑 같은 어둠으로 둘러 쌓였다. 강릉의 불빛은 마치 하늘에 높이 떠 있는 인공위성에서 지구의 불빛을 바라보듯 반짝였다. 그 풍경은 황홀했다.


대관령 옛길에 전설로 내려오는 우스운 이야기가 있다. 과거를 보기 위해 한양으로 가던 선비가 고개를 넘으려고 곶감 백개를 준비했다. 한 굽이를 돌 때마다 곶감 하나를 꺼내 먹었는데 대관령 고갯길을 다 넘으니 곶감이 한 개만 남았다. 그 덕분에 대관령의 굽이가 아흔아홉이었다는 걸 알았다고 한다.


누군가 내게 가장 좋았던 풍경을 손꼽으라 하면 필리핀에 있는 '보라카이 해변'이라 하겠다. 바닷속을 스노클링으로 바라보니 신비한 광경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아내와 함께한 그 푸른 바다와 일몰은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

자연이 주는 멋진 경치 도 있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아름다운 풍경이 있지 않을까. 퇴근시간에 지하철을 환승하러 가는 중이었다. 시각 장애인 한분이 지팡이 하나로 앞길을 살피며 더듬더듬 걸어왔다.


그는 하행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잠시 멈췄다. 아찔한 순간이었다. 도와드리려 가는 중에 나보다 한 발 먼저 앞선 아이가 있었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은 옆에서 잠시 그의 눈이 되었다. 그의 팔짱을 끼고 환승 플랫폼까지 그를 안내했다. 마음이 뭉클했다.


누구나 살다가 잠시 멈춤이 필요할 때가 있다. 쉬는 동안 새벽 겨울 산행을 했다. 관악산을 올랐다. '사박사박'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눈이 내린 오솔길을 따라 발자국이 만들어졌다. 정상에 올라 도시를 내려다봤다. 부대끼며 살아온 삶은 사라지고 일출이 주는 고요한 풍경만이 남아 있었다.


무심히 흘러간 삶에서 내 마음속의 풍경을 그려본다. 혹, 당신이 틀리고 내가 맞음을 고집하지 않았는가. 한 번 더 생각하면 될 것을 화를 참지 못해 다른 이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는가.

스케치 보드에 하얀 도화지를 올린다. 백옥 같은 삶이 어찌 있으랴. 그러나 내게 주어진 시간, 가치 있는 풍경을 그려가며 하루하루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이미지 출처 : 네이버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허리 디스크가 무슨 봉인 가요?